<태왕사신기>에 등장한 마법의 숲, 람사습지로 만들자

새로운 유형의 습지 제주 곶자왈, 카르스트·기타 지하수 지대로 주목

등록 2008.09.02 09:06수정 2008.09.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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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동백동산 동백동산 숲 속은 이렇게 특이하게 생긴 나무들이 가득 차 있어 태왕사신기에서 관미성주가 사는 비밀의 숲을 촬영하기에 제격이었습니다. ⓒ 장용창


제주도에 있는 동백동산 곶자왈 숲을 습지에 관한 국제협약인 람사협약상의 보호습지로 지정하자는 말씀을 드리려고 이 글을 씁니다.

곶자왈 숲의 습지적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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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동산 산책로 동백동산 숲 속에 있는 이 길을 벗어나면 현지 주민들도 길을 잃기 십상일 만큼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 ⓒ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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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위에 자라난 동백동산의 나무들 동백동산의 나무들은 이렇게 바위 위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자연 상태로 가만히 두지 않았다면 형성되기 힘든 숲입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가 생각 납니다. 또한 이렇게 바위가 많기에 과거 곶자왈 지대는 농경지로 이용되기 힘들었습니다. ⓒ 장용창


제주도 곶자왈 숲은 그 땅 밑에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품고 있습니다. 그것은 곶자왈이라는 지대가 구멍이 많은 화산암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비가 오면 대부분 숨골이라 불리는 공동을 통해 그 바로 밑에 있는 지하수 지대(aquifer)로 직접 들어가 버려서 곶자왈 하류에는 하천이 거의 없는 특이한 지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천이 발달한 제주도의 북부와 곶자왈이 발달하여 하천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동부지역을 지도만 놓고 비교해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람사협약에서도 이런 지하수 시스템을 습지의 일종으로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1990년부터 '카르스트 지형 및 여타 지하수 지대(karst and other subterranean hydrological systems)'를 습지의 한 종류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람사협약이 처음 만들어질 때는 습지가 주로 철새들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그 외연히 확대되어 오히려 수자원을 함양하는 습지의 기능에 더 주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곶자왈 숲의 온습도 안정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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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잔재 1940년대말 제주4.3학살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을 전체가 불타버렸습니다. 동백동산은 그 폐허 위에 생겨났습니다. 이 곳이 마을이었음을 증명하는 돌무지들이 남아 있습니다. ⓒ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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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물깍 연못 옆의 빌레용암 쪼개어진 바위와는 달리 이렇게 안 쪼개어진 바위가 파호에호에용암(빌레용암)의 모습입니다. 바위가 쪼개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빗물이 고여 연못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연못은 사실 지질학에서 말하는 곶자왈지형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닙니다. 동백동산은 곶자왈용암과 빌레용암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환경부는 동백동산 안에 있는 이 먼물깍 연못을 비롯한 여러 연못들에 대해 습지로서 관심을 가졌습니다. ⓒ 장용창


전세계 모든 숲이 온습도 안정화 기능을 하지만, 곶자왈 숲은 그 효과가 더 큽니다.

아주 간단한 사례로, 곶자왈 숲 내부는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여, 숲 외부와의 온도차이가 몇도씩이나 됩니다. 특히 곶자왈 숲이 이런 온습도 안정화 효과를 가지는 이유는 곶자왈 숲이 그 아래에 있는 지하수시스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곶자왈 숲 안에서는 제주도 사람들이 숨골이라고 부르는 수직 굴이 무수히 많습니다. 용암활동 중 생겨난 이 숨골들은 지하수면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곶자왈 숲의 온도와 습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온습도를 안정화시킴으로써 기상 변동성을 줄여주고, 홍수 때는 물을 머금었다 가뭄 때 쓸 수 있는 지하수를 제공하기 때문에 곶자왈 숲이 가지는 기후변화 피해 완화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곶자왈 숲의 생태계적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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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용암 이렇게 쪼개어진 바위 더미들 위에 나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이 곶자왈 숲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쪼개어진 바위들이 지질학에서 말하는 아아용암(곶자왈용암)입니다. 이렇게 쪼개어져 있기 때문에 빗물이 모두 땅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곶자왈 지대의 하류에는 하천이 거의 없습니다. 동백동산의 습지적 성격은 빌레용암에 형성된 먼물깍 등의 연못보다 오히려, 이런 곶자왈용암 지대이므로 지하수를 함양한다는 점에서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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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동산 고사리 곶자왈 숲에 이렇게 고사리가 잘 사는 이유는 그 아래 지하수가 있어 습도가 매우 높고 겨울에도 온도가 따뜻하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즉, 동백동산이 그 아래 지하수를 품고 있는 곶자왈지대라는 사실을 이 고사리들이 증명해줍니다. ⓒ 장용창


이미 환경부가 곶자왈 숲의 생태계적 중요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이루어진 환경부 생태계 조사에 따르면 이곳에서 여러 종의 환경부 보호종 동식물과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었습니다.

겨울에도 높은 습도가 유지되기에 수많은 남방계열 고사리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숲에는 한국의 새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멸종위기종 팔색조와 마치 열대의 새와 같은 코발트블루빛의 눈과 긴 꼬리를 가진 삼광조가 매년 번식을 하고 있습니다. 활엽수의 깊은 숲이 이들에게 안식처와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태왕사신기>에도 등장한 마법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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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광조 2008년 7월 12일 제주도 내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삼광조 수컷. 이곳 동백동산에서도 번식을 합니다. 푸른 코발트 빛의 눈과 긴 꼬리가 신비로와서 영어 이름은 “낙원의 새 (Paradise Flycatcher)”입니다. ⓒ 장용창


곶자왈 숲은 <태왕사신기>에도 등장합니다. 관미성 성주 처로가 자신만의 은신처로 삼던 성 내부에 숨겨진 숲,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그 숲이 바로 곶자왈 숲에서 촬영되었습니다.

곶자왈 숲은 매우 특이한 식생을 가지고 있어서 비단 영화 속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곶자왈 숲 안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게 도대체 한국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할 것입니다.

저는 이 곶자왈 숲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신비로운 숲 속 산책코스, 혹은 명상과 사색의 숲길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즉, 생태관광지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도청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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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실잠자리 동백동산에 있는 이 연못 먼물깍은 삼광조와 팔색조 등 멸종위기종 새들이 번식을 하면서 더운 여름 목욕을 함으로써 체온을 유지하고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찾아간 때가 늦은 팔월이라 귀한 새들은 못 보고 이 친구들이랑 한참을 놀다 왔습니다. ⓒ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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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동산과 그 주변 지도 제주도기념물 제10호 동백동산(산12번지) 바로 옆은 학교에 기증된 학교림(산8번지)가 있고, 그 바로 옆에도 제주도기념물 제18호인 백서향 및 변산일엽 군락지 (산6번지)가 있습니다. ⓒ 장용창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자연유산을 그냥 놔두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적절히 홍보만 잘 하면 이 숲은 누구나 꿈꾸는 생태관광지로, 지속가능한 발전의 좋은 모델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환경부 산하의 관련 기관에 물어보니, 곶자왈 숲의 중요성은 오히려 중앙부처에서 이미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람사사이트 지정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요건은 지방자치단체가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 제주도청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청에서는 보호지역으로 지정함에 따른 주민 반발을 걱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곶자왈 숲 중 일부인 동백동산은 이미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되어 다른 방식의 개발은 힘든 상태입니다.

그러니 이를 람사사이트로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에게 추가적인 재산권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반발이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제주도청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장용창 기자는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소속입니다.
- 기사와 관련한 내용을 참고할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1. 제주도기념물 동백동산 개관
http://100.naver.com/100.nhn?docid=736551
2. 환경부의 2005년 동백동산 생태계 조사 결과
http://www.me.go.kr/dev/board/board.jsp?id=notice_03&mode=view&idx=142621
3. 곶자왈 숲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
http://100.naver.com/100.nhn?docid=794188
4. 용암의 종류 등
http://en.wikipedia.org/wiki/Lava
5. 람사협약상 습지의 종류
http://ramsar.org/ris/key_ris.htm#type
6. 제주도내 곶자왈의 분포 지도
http://gotjawal.com/local/local_4.asp
7. 팔색조 및 삼광조 사진
www.birdsinjeju.com
8. 숨골 등 곶자왈 지대의 지하수 함양 기능에 대한 수리수문학적 설명
http://www.jejuwater.go.kr/sujawon/index3_3.jsp?pageNum=3


덧붙이는 글 - 장용창 기자는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소속입니다.
- 기사와 관련한 내용을 참고할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1. 제주도기념물 동백동산 개관
http://100.naver.com/100.nhn?docid=736551
2. 환경부의 2005년 동백동산 생태계 조사 결과
http://www.me.go.kr/dev/board/board.jsp?id=notice_03&mode=view&idx=142621
3. 곶자왈 숲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
http://100.naver.com/100.nhn?docid=794188
4. 용암의 종류 등
http://en.wikipedia.org/wiki/Lava
5. 람사협약상 습지의 종류
http://ramsar.org/ris/key_ris.htm#type
6. 제주도내 곶자왈의 분포 지도
http://gotjawal.com/local/local_4.asp
7. 팔색조 및 삼광조 사진
www.birdsinjeju.com
8. 숨골 등 곶자왈 지대의 지하수 함양 기능에 대한 수리수문학적 설명
http://www.jejuwater.go.kr/sujawon/index3_3.jsp?pageNum=3
#동백동산 #곶자왈 #람사사이트 #습지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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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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