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이 기도회 홍보창구?
공정택 교육감 부부, 교장들과 평일 기도회

[제보취재] 서울시교육감 '종교 편향' 논란... 서울시교육청 "불교 행사도 참석했다"

등록 2008.09.02 12:43수정 2008.09.0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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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공정택 후보와 부인 육완숙씨가 서울 광희동 선거사무실에서 꽃다발을 걸고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이명박 정부의 기독교 편향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평일 근무 시간에 서울지역 교장들과 함께 목사들이 대거 참석한 특정 종교 기도회에 참석한 사실이 2일 밝혀졌다.

특히 이 기도회 모임 참석을 홍보하는 공문이 서울시 교육청의 전자문서시스템을 이용해 88개 일선 학교에 발송된 것으로 확인돼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자문서시스템은 국가와 교육기관 사이에 공문을 보내기 위해 만든 것으로 '사적용도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공문서 시스템 특정 종교 홍보용으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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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교육감이 참석하는 기도회 서울시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으로 8월 8일과 11일 발송된 기도회 참석 공문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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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발전을 위한 기도회에 공정택 교육감이 평일 근무 시간에 참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공문으로 발송된 기도회 순서 ⓒ 서울시교육청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서울시 교육발전을 위한 기도회'라는 제목의 이 공문은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8월 8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에 있는 한국기독교학교연맹 소속 88개 초중고교에 일제히 발송됐다. 

서울 Y정보산업고 교장 명의로 발송된 이 공문에는 "서울교육발전위원회가 주최하는 서울시 교육을 위한 기도회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를 모시고 개최되오니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적혀 있다.

8월 12일(화요일) 오전 11시 서울 신일교회에서 열린 이 기도회에는 부인을 대동한 공정택 교육감을 비롯하여 일선 학교 교장 5-6명, 목사 150여 명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고 이 기도회에 참석한 한 인사가 전했다.

기도회 공문을 보면 이날 공 교육감이 인사말을 한 뒤 뉴라이트전국연합의장인 김진홍 목사와 이상훈 전 국방장관의 격려사, 한기총 대표회장인 엄신영 목사 축사가 주요한 순서로 제시돼 있다. 공문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한기총 명예회장인 길자연 목사(왕성교회), 예장통합 부총회장인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등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공 교육감은 분당에 있는 갈보리교회의 집사로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한기총과 예장통합 등 보수적인 기독교계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도회 장소를 제공한 신일교회 이광선 목사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 지지 선언을 했으며, 최근 서울교육발전위원회를 만든 인물이다. 또한 이 목사는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를 위해 삭발투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차기 한기총 대표회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이번 기도회는 근무시간인 평일 공정택 교육감이 근무지인 교육청을 벗어나 특정 종교 행사에 참석한 데다가, 공문서를 전달하는 서울시 교육청의 전자문서시스템이 종교행사에 사적으로 이용된 것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문서시스템의 사적사용'과 관련 서울시교육청은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2일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 조사 착수.... "교육감, 작년 불교행사에도 참석" 해명

지난 2007년 6월에도 특정 사학단체가 사립학교법 재개정 궐기대회 참가를 요구하는 공문을 경기도교육청과 경남도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발송했다가 해당 교장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공문을 보낸 Y정보산업고 박아무개 교장은 "기독학교연맹이 이번 기도회에 대한 한기총의 협조요청을 받고 우편으로 공문을 보내도록 직원에게 지시했는데 실수가 있었다"면서 "직원이 전자문서시스템의 전자우편(업무연락)으로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불찰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기도회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공 교육감이 지난해 불교 연등행사에도 참석한 전례에 비추어볼 때 특정종교 편향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서울교육발전을 위한 행사이기 때문에 참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공정택 #종교편향 #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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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비교정치, 한국정치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에 적을 두고 있다. 에식스 대학(University of Essex, UK)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박종철출판사, 2011) 저자이고,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평생회원이기도 하다.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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