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식량지원 중단이 MB식 '실용'인가

[주장] 대통령 취임사에서 밝힌 의지는 어디가고... 꼼수란 말인가?

등록 2008.09.03 18:31수정 2008.09.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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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이 끝난 지 열흘 가까이 되어간다. 메달 순위로 역대 최고성적 속에서 많은 국민이 환호했고,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이명박 대통령이 7대 강국 공약을 스포츠에서 먼저 이뤘다며 정치적 과대포장을 하였고, '엠비어천가'도 등장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올림픽을 돌아보면 많은 선수들이 떠오르지만, 그 중에서도 여자 장대높이뛰기 종목의 브라질 선수 무러레를 떠올려 본다. 무러레 선수? 많은 이들의 기억 공간에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 올림픽 선수이다.

 

전 세계가 러시아의 이신바예바에게 이목이 집중되었을 때, 그녀의 세계신기록에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와 터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을 때, 무러레는 한쪽에 주저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대회 주최 측에서 그녀의 장대를 분실하였고, 그로 인해 처음 접하는 장대를 사용하면서 높이뛰기를 모두 실패하여 경기장을 쓸쓸히 퇴장해야만 했다.

 

남북관계로 눈을 돌려보자. 북핵 불능화 조치, 북미관계, 금강산 피격사건, 베이징올림픽 등에 이목이 집중되었을 때, 우리는 인도주의적인 대북 식량지원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쇠고기 협상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명박 정부가 좋아하는 국제적 기준의 세계식량계획(WFP)의 계속되는 대북 식량지원 요청에도 이명박 정부는 꿈쩍하지 않았다. 최근 거듭되는 세계식량계획의 대북 식량지원 요청에도 한국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일 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남북관계는 이제까지보다 더 생산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습니다. 남북한 주민이 행복하게 살고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다른 정책과 같이 역시 꼼수에 그쳤다.

 

지난 6개월간의 남북관계를 돌이켜보면 생산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념의 잣대에 허우적거리며 비생산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로 변질되었다. 더불어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도 대북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고, 그나마 지난 금강산 피격 사건 이후에는 모든 남북교류가 끊겨 버렸다.

 

거기다 최근에는 경찰이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관련자 7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하였다. 사흘 후, 서울중앙지법이 "사노련이 국가의 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조성된 단체라는 점, 또는 그 활동이 국가의 존립 및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함에 따라 풀려났지만, 이는 여전히 이명박 정부가 실용이 아닌 반공 패러다임이라는 이념의 잣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보여준 아찔한 '반공의 추억쇼'였다. 이러함에도 "남북한 주민이 행복하게 살고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얘기하는 것에는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정부는 '상생과 공영'이라는 남북관계 정책을 내세웠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남북한 주민이 행복하게 살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외치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 6개월 간 정책적 과오를 범하고 있다. 상생·공영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는 굳게 얼어버린 남북관계를 회복하고, 6자회담 등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관계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바로 이 남북 간 상생과 공영의 첫 출발은 인도주의적 대북 식량지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10년 만에 북한 주민 최악의 기아 사태, 세계식량계획의 계속되는 식량지원 요청, 북한의 남한 민간진영의 식량지원 수용의사 등을 고려해볼 때 이는 매우 시급한 일이다. 인도주의적인 대북 식량지원마저 우리 정부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 외면한다면, 이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도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상생과 공영의 정책을 구현시키기가 요원해질 수 있다.

 

시간을 더 끌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민족의 구성원이 쓰러져가는데, 옆 동네 사람들의 분주한 손길만 지켜볼 수는 없다. 이건 우리 민족의 정서에도 맞지 않다. 인도주의적 대북 식량지원이 지금 절실히 필요한 때이며, 이게 곧 실용의 잣대로 본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 정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현정씨는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9.03 18:3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이현정씨는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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