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동 목사 "불교폄하? 교회에서 한 말인데"

"교인끼리 할 수 있는 얘기"... 불교계 "변명에 불과"

등록 2008.09.04 13:47수정 2008.09.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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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동 "교인끼리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대전중문교회 장경동 목사는 4일 오전 한 조찬모임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자신의 '불교폄훼'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 김윤상


"교회 부흥회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교인끼리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일반인끼리 있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한 설교는 교회에서 교인들끼리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였다고 생각한다."

불교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장경동 목사(대전 중문침례교회)가 4일 자신의 발언이 문제 없다는 식으로 비판을 일축하고 나섰다.

특히 불교계가 추석 전까지 정부로부터 성의있는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지역별 범불교도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종교편향 논란이 극에 달한 가운데 나온 반응이어서 더 큰 파문이 예상된다.

장 목사는 4일 오전 인간개발연구원 주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린 1562회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의 특별강사로 초청돼 이같이 말했다. 이 강연에는 중소기업 CEO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교회 안에서 예수 믿으라는 말 못 하나"

장경동 목사는 "설교 당시 '구원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성경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며 "성경 구절을 이야기하다보니 '타 종교인들이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교인들에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교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 한다' 등과 같은 성경구절을 말하지 않는다면 어느 자리에서 성경을 말할 수 있겠냐"며 불교 폄하 의도가 있는 문제적 발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님이나 신부님들도 저를 재미있게 생각하셨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불교와 기독교는 그 출발이 다르지만 종교를 초월해 서로 화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장 목사는 "제가 방송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론에 한 번이라도 언급됐던 사람들이라면 언론을 100% 믿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번 사건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앞서 장 목사는 지난 8월 11일 뉴욕순복음교회 '스마일전도축제'에서 "내가 경동교(장경동교)를 만들면 안 되듯이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며 "원불교나 통일교도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스님들은 쓸 데 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며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 산다"고 불교를 비하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이명박 정부 내 종교편향 사례와 맞물리며 거센 파장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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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낮 서울 견지동 조계사 경내에 전시된 종교차별 관련 전시물중에서 '스님들 빨리 예수 믿어라' '불교는 만들면 안되는 것' '불교 들어간 나라 다 못살아'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장경동 목사의 사례가 인쇄된 현수막 2개에서 장 목사의 눈 부위가 훼손되어 있다. ⓒ 권우성


혜일 스님 "일말의 존경심까지 치웠다"

이 같은 장 목사의 해명은 그동안 보수 기독교계가 밝혀온 견해와 같다. 뉴라이트 계열 서경석 목사도 지난 8월 26일 SBS 라디오 <김민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장 목사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공식석상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예배시간에 설교하면서 그런 말을 한 건지 구분해야 한다"며 "기독교인들끼리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조금 관용을 베풀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김광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간 대화위원장(성공회 신부)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교인들끼리 한 이야기가 문제였다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에게 올바른 신앙의 자세를 가르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장 목사로부터 타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배운 교인들이 앞으로 타종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겠냐"며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현대사회에서 장 목사는 교인들에게 구시대적 편가르기를 가르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교인들에게 타종교에 대한 이해를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종교 지도자의 자세"라며 "장 목사와 같이 영향력이 높은 이가 민감한 시기에 조심하지 않은 것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범불교도대회봉행위원회' 사무처장 혜일 스님은 장 목사의 발언에 대해 "반성이 아니라 변명에 불과하다"며 "더 말할 가치가 없다, 그 분께 가지고 있던 일말의 존경심도 치워버렸다"고 분노를 표했다.

혜일 스님은 "스님이든 목사이든 집에서 한 말과 밖에서 한 말이 정확히 일치돼야 한다"며 "장 목사가 교인들에게 '스님들도 예수를 믿어야 한다, 석가모니가 불교를 만들면 안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면 모든 국민들 앞에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경동 #종교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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