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담당자가 되어 내게 주사를 놓아주시오"

퍼트리샤 콘웰의 <데드맨 플라이>

등록 2008.09.22 08:45수정 2008.09.2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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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법의학자 '케이 스카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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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플라이>겉표지 ⓒ 랜덤하우스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가 돌아왔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와 함께 법의학 스릴러의 최고봉을 다투던 시리즈의 12번째 작품 <데드맨 플라이>가 소개된 것이다.
 
케이 스카페타는 법의학자로 유명했다. 그 분야에서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실력으로 많은 범죄자들을 감옥으로 보내는데 한 역할 단단히 했다. 탁월한 솜씨에 미모까지 겸비했기 때문일까. 그녀는 사실상 '전국구 스타'와 같았다. 

 

그녀가 유명해질수록 그녀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온몸이 털로 뒤덮힌 흉측의 외모의 연쇄살인마 장 밥티스트 샹도니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전작 작품에서 스카페타를 자신의 희생물로 만들려다가 그녀에게 당해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런 만큼 스카페타와 그녀를 사랑하는 마리노 형사나 조카 루시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병적으로 집요하게 스카페타를 노리는 그는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다. 일종의 제안이 담긴 내용이었다. 중요한 정보를 줄 테니 교도소로 오라는 것이었다. 와서 사형담당자가 되어 직접 주사를 놓아달라고 한다.

 

누가 봐도 '꼼수'가 있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스카페타는 그곳으로 향한다. 유명세에 못이겨 그 자리에서 은퇴한 그녀였지만, '악'을 피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스카페타 시리즈의 12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여자들만 노리는 연쇄살인이 벌어지는 가운데 긴장감이 커지기 시작한다.

 

와서 사형담당자가 되어 내게 주사를 놓아달라

 

'스카페타 시리즈'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04년이었다. <법의관>으로 당시에는 생소했던 '법의학'을 선보였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스릴러라고 하면 주인공의 '직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던 터라 법의학의 등장은 놀라웠다.

 

하지만 그것은 '한때'에 불과했다. 방송에서 화려한 영상을 자랑하던 'CSI'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소설에서 만나는 법의학은 아무래도 처음과 같지 않았다. 시리즈가 생명력을 얻기에는 법의학만으로 부족해보였다.

 

하지만 '스카페타 시리즈'는 살아남았다. 그렇게 된 이유는 법의학과 별도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개성으로 드라마를 알차게 가꿔왔기 때문이다.

 

한없이 약하면서도 남들 앞에서는 강한 척 해야 했던 스카페타는 물론 그녀와 정반대의 생활태도와 습관을 보여주는 불 같은 성격의 마리노 형사, 스카페타의 조카로 FBI를 휘저었던 루시, 스카페타가 사랑하는 프로파일러 밴턴 등 소설은 주인공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했다.

 

지금 '스카페타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도 시리즈하면 그것부터 떠올릴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수록 좀더 '악'으로 무장하는 범인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좀 더 '악'으로 무장한 범인들이 나왔던 것도 시리즈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였다. <데드맨 플라이>의 장 밥티스트 샹도니는 늑대인간이라 불리며 이란성 쌍둥이 동생과 함께 연쇄살인을 저질렀는데 그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를 보고 있으면 퍼트리샤 콘웰이 이전 작품에 비해서 뒤떨어지지 않는 악당을 등장시켜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던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데드맨 플라이>는 이렇게 시리즈가 사랑받을 수 있게 만들었던 많은 요인들을 집약한 소설이다. 스카페타가 은퇴한 만큼 법의학에 대한 이야기나 스릴러적인 내용은 비교적 적지만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가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하다.

 

동시에 상상하는 것으로도 끔찍한 범인의 등장 또한 소설에 힘을 불어넣는다. 스릴러로의 재미는 아무래도 처음 소개될 때에 비해 반감된 감이 없지 없지만 소설의 줄거리는 그만큼 탄탄해져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요즘 소개되는 스릴러들이 단숨에 강렬한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에 비하면 꾸준하게 걸어 12번째 작품 <데드맨 플라이>에 이른 스카페타 시리즈는 그 강렬함은 적지만 그만의 묵직한 힘은 여전해보인다. 그 힘을 지켜보건데, 시리즈를 기다린 사람은 물론, 아직 시리즈를 만나지 못한 사람에게도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2008.09.22 08:45 ⓒ 2008 OhmyNews

데드맨 플라이 - 법의관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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