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잣대' 바꾼 홍준표... "가족 공동체의 일"

MBC "김학용 의원 부친, 직접 농사 짓지 않았다"

등록 2008.10.16 22:03수정 2008.10.1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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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쌀직불금 수령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병만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3개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히는 동시에 자기 명의로 직불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밝혀진 2명의 자기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홍 원내대표의 이런 행보는 '형법상 사기죄'를 운운하며 강력 대응을 천명했던 이틀 전에 비하면 한결 누그러진 태도다.

홍 원내대표는 16일 오후 5시 30분 예정되지 않았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뻔뻔스럽고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자신들의 집권기에 농심을 울리고 3년간 5000억원에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쌀 직불금'이 부당 집행됐음에도 바로잡을 생각보다는 한나라당을 '쌀떼기 당'이라고 부르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

홍 원내대표는 또 "국정조사를 통해 제대로 밝혀진 것이 '옷 로비 사건' 말고 또 있느냐"며 "정쟁으로 이용될 국정조사보다는 실효성이 있는 정부 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지켜본 뒤 이것이 미흡할 때 국정조사에 들어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에 따르면 '쌀 직불금' 문제와 관련한 정부 조치는 17일에 시작된다. 행정안전부 차원에서 전국 공무원 조직의 감사반들을 소집, '쌀 직불금'을 신청한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고, 농수산식품부는 부당하게 지급된 직불금에 대한 실사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여당은 이번에 드러난 '쌀 직불금' 제도의 허점을 보완,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만 지급되도록 현재 제출돼 있는 법 개정안을 보강할 계획이다.

"가족 공동체의 일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쌀 직불금'을 자신의 명의로 신청해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된 김성회(경기 화성갑), 김학용(경기 안성) 의원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그는 "그 사람들(김성회·김학용 의원)은 농촌에 지역구가 있고 농촌에 살고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부모가 같이 살고 농사를 지으면서 아들 이름으로 직불금을 신청한 것인데 가족 공동체의 일을 갖고 '쌀떼기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속받은 땅도 있고, 어차피 가족이 농사를 짓고 있는 땅에 대해 '쌀 직불금'을 지급받은 것이니 잣대를 너무 엄격하게 들이대지 말자는 것.

그러나 '쌀 직불금' 제도가 쌀 농사를 지어서 판매하는 농민의 줄어든 수익을 국가에서 보전해주는 의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쌀 농사가 주업이 아닌 정치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쌀 직불금'을 지급받은 것에서는 도덕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은 지적과 함께 "두 의원은 잘못이 없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홍 원내대표는 "법적으로 (잘못이 없다). (두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의 일이다"라고 두둔했다.

이틀 만에 바뀐 홍준표의 '잣대'

그러나 홍 원내대표의 이같은 태도는 "'모럴 헤저드'가 극치에 달한 사건'이라고 직불금 부당 수령자들을 강도높게 비판했던 이전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다. 비판의 기준점이었던 '도덕적 해이'가 이틀 만에 '법'으로 바뀌었다고도 볼 수 있다.

<국민일보>의 보도로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의 '쌀 직불금' 편법 신청 사실이 드러나고,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이 문제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하루 뒤인 지난 14일 홍 원내대표는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주는 직불금을 대리 경작을 통해 자기 자신이 경작한 것처럼 직불금을 탔다면 형법상 사기죄이며 국가예산을 훔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하루 뒤인 15일 홍 원내대표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들에 대한 징계와 환수조치 등을 언급하면서 "반드시 옥석을 가리겠다"고 말했다. 문맥으로 봐서나 어투로 봐서나 발언 당시에는 '부당 수령자는 철저히 가려내는 한편, 직접 농사를 짓는 지방 공무원 등을 억울한 피해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정확성을 기하겠다'는 문맥으로 해석됐다. "필요하다면 국회에 진상조사 특위 구성해야 한다"는 말도 이날 나왔다.

그러나 김성회·김학용 한나라당 소속 두 의원이 본인 명의로 직불금을 받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16일에는 직불금과 관련한 언급에 "가족 공동체의 일로, 매도 대상으로 삼아선 안되고 지방에 주재하는 기자나 공무원들이 실제로 거주하면서 부모님 등이 직불금을 수령한 것도 소위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본다"는 부분이 추가됐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쌀 직불금을 지급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비판의 강도를 한결 누그러뜨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MBC "김학용 의원 부모, 직접 농사 짓지 않았다"

한편 16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부친이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학용 의원의 해명과 달리, 경기도 안성시 김 의원 소유의 논 주변 주민들은 김 의원 부모가 농사를 짓는 것을 목격한 적이 없고 그 논은 사실상 다른 소작인이 경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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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쌀 직불금 #김성회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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