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열풍 거품 있어...농민 혜택 없으면 필패"

[인터뷰] 국내 유일 친환경농업 특구 김선교 양평군수

등록 2008.10.22 10:49수정 2008.10.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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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식품 사고와 멜라민 파동으로 그야말로 '친환경' 열풍이 불고 있다. 친환경 인증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고, 농협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 인기가 뜨겁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에 따라 '친환경농업으로 돈 벌자'는 지자체들의 행보 또한 갈수록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그러나 유통 구조 개선 등 그동안 친환경농업 발전의 장애물로 꼽혔던 문제들에 대한 개선책은 여전히 요원한 것 또한 사실이다. 친환경 열풍의 '냉정과 열정사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도 그래서다. 지역 단위 친환경농업 특구로는 전국에서 유일한 경기도 양평군을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1998년부터 친환경농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양평군은 현재 관내 45개 학교 뿐 아니라 전국 382개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만 친환경농산물 매출액 42억원을 달성하는 등 친환경농업특구로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놓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작년 10월에는 전국 96개 지역 특구 평가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친환경농업 열풍 거품 있어, 농민 혜택 없으면 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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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교 양평군수 ⓒ 이정환

"양평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깨끗하고 환경이 좋은 도시라는 것이다. 아파트 '바글바글'은 양평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친환경농업 발전을 통해 지역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향상시켜, 양평하면 누구나 살고 싶은 친환경명품도시로 조성해 나갈 것이다."

김선교(48) 양평군수는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도 빳빳하거나 곧고 보기에 좋은 농산물을 상품가치를 높게 치지, 친환경 농산물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기존 유통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최근 친환경농업 열풍에는 거품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군수는 "농민 입장에서 무농약이나 인증 관리 등 다양한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지자체가 건성으로 친환경농업을 밀고 나가면, 실패할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른 피해도 크다. 실질적으로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으면 필패"라고 주장했다.


"결국 유통이 아주 중요" "정부 수매단가 농민 사기 저하시켜"

이어 김 군수는 "결국 유통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7월에 유통센터 역할을 하는 지방공사를 전국 최초로 출범시켰는데, 유통 매출만 올해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이는 등 성공적"이라며 "생산자는 돈을 더 받고 팔고, 소비자는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농가들이 친환경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군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군수는 친환경농업과 관련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역시 예산을 꼽았다. 특히 김 군수는 "무엇보다 친환경농업으로 생산한 벼와 일반 벼를 정부가 구분 없이 수매단가를 결정함으로써 친환경 실천 농가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군 자체적으로 인증벼 수매시 수매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지만, 역시 부딪치는 문제는 예산"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끝으로 김 군수는 "양평을 거쳐 원주로 연결되는 전철이 개통되는 만큼, 친환경농산물 중심의 직거래 장터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며 "양평하면 떠오르는 '양평개군한우'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고, 임야가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산나물 재배단지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은? 농업인 인식전환도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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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교 양평군수 ⓒ 이정환

- 친환경 열풍이 뜨겁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거품이 있다. 당장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가보라. 빳빳하고 곧고 보기에 좋은 농산물의 상품 가치를 높게 치지, 친환경 농산물을 선호하지 않는다. 기존 유통 시장이 아직 이렇다. 농업인들의 인식 전환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농민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농약 안 줘야지, 농업 용수 신경 써야지, 친환경 인증 관리해야지, 실질적으로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으면 필패다. 필요한 예산을 반드시 뒷받침해줘야 한다. 건성으로 친환경농업을 밀고 나가면, 실패할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른 피해도 크다."

- 그럼 친환경농업특구로서 양평군이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인 특징은?
"농업인들의 마인드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친환경농업에 대해 긍정적이고 주인의식도 높아 군정 정책에 상당히 협조적이다. 그래서 친환경 농가 숫자가 많다. 왕우렁이 농법으로 친환경 벼를 생산하는 농가 숫자만 873개다. 유기농 인증농가도 크게 늘어 2007년 131 농가에서 올해 228 농가로 확대 중이다. 유기농 인증농가 비율은 전체의 10.6%로 전국에서 아주 높은 편에 속한다."

- 친환경 농가 숫자가 많은 이유는?
"크게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예산 지원이다. 친환경농업 도입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제를 일찍부터 도입했고, 축산물 농가에 대한 무항생제 지원 등 최대한 가능한 범위에서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까도 잠깐 말했지만,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느타리버섯 재배에 필요한 보일러를 예로 들어보자. 전기보일러로 바꾸면 생산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장려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교체 비용을 군에서 얼마 지원해야 농민들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

양평, 유기농 인증농가 비율 아주 높은 4가지 이유

- 다른 이유들은 무엇인가.
"인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농업기술센터 지도사들이 현장에 나가 객토나 병해충 처방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증 농가에 대해서는 군청 직원들이 분담해서 행정지원을 하고 있다. 교육도 뒤따라야 한다. 군에서 친환경농업대학을 운영하고 있는데, 벌써 9기를 맞고 있고 이제까지 배출한 졸업생만 7백 명 가까이 된다. 그럼 스스로 연구하고 협력하는 조직력을 뒷받침할 수 있다. 각 품목별로 사이버 연구회, 학교급식추진위원회 등 자생적인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 군 단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한 벼와 일반벼를 정부에서 구분 없이 수매단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친환경실천농가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인증벼를 군에서 수매할 때 수매가격을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역시 부딪치는 문제는 예산이다.

더불어 친환경인증벼 수매 대금을 결재할 때도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농가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배합 사료값도 작년부터 5차례에 걸쳐 35%나 인상돼서 농가들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한미FTA 체결 등으로 농가 경영 여건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아파트 '바글바글'보다는 양평을 친환경 명품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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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교 양평군수 ⓒ 이정환

- 이와 관련하여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작년 7월에 유통센터 역할을 하는 양평지방공사를 출범시켰다. 일단 성공적이다. 올해 지방공사 유통매출만 100억 원을 거뜬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양평을 거쳐 원주로 연결되는 전철이 개통된다. 친환경농산물 중심의 직거래 장터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생산자는 돈을 더 받고 팔고, 소비자는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농가들이 친환경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군수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유통이 아주 중요한 문제다. 직거래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 끝으로 친환경농업과 관련하여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양평하면 '물 맑은 양평' 그리고 '개군한우'가 떠오른다. 개군한우 사육두수를 확대하고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또 양평에는 임야가 많다. 취나물, 두릅, 더덕 등 산나물 재배단지를 구축한다면 74%에 해당하는 임야를 보다 더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역특성을 반영한 친환경 특화작목을 육성시킬 계획이다.

양평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깨끗하고 환경이 좋은 도시라는 것이다. 아파트 '바글바글'은 양평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양평군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1.45배에 달한다. 서울에서 가까운데다가, 수도권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기도 하다. 친환경농업 발전을 통해 지역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향상시켜, 양평하면 누구나 살고 싶은 친환경명품도시로 조성해 나갈 것이다."
#친환경 #유기농 #양평 #한우 #김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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