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암소의 사랑에서 배우는 지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배려는 별 의미 없어

등록 2008.10.27 11:47수정 2008.10.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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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를 보면 소와 호랑이의 사랑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비록 우화이지만 대결과 갈등으로 인해 경직된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어느 날 사냥을 나갔던 호랑이가 엉덩이가 예쁘장한 암소에게 반해 사랑에 빠졌다. 호랑이는 본래 사냥하려는 생각을 잊고 암소 곁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산골짜기를 뒤흔드는 포효소리를 내면서 자신을 뽐냈다. 호랑이의 늠름한 자태와 잘생긴 얼굴은 매력이 철철 넘쳐흘렀다.

 

이런 모습을 본 암소는 호랑이의 멋진 모습에 역시 반해 사랑에 빠졌다. 둘은 매일 매일 만나서 서로의 사랑을 키워갔다. 사랑이 사랑을 낳고 마음은 서로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아 서로가 하나가 되었다. 마음이 하나 되고 생각이 하나 되고 사랑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랑하는 마음이 서로의 온 마음을 차지했다.

 

둘은 서로 떨어지기가 싫어서 마침내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결혼은 둘만의 조촐한 모임이었다. 둘에 대한 사랑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은 매일 매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서로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호랑이는 암소를 위해 열심히 사냥을 했다. 암소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냥했다. 토끼도 사냥하고 노루도 사냥하고 때로는 멧돼지를 사냥하여 사랑하는 암소에게 물어다 주었다. 호랑이의 마음에 감탄한 암소는 열심히 생고기를 먹었다. 솔직히 맛이 있어서 먹은 것이 아니라 호랑이의 마음씀씀이가 너무 고마워 열심히 먹었다.

 

호랑이에게 보답하기 위해 암소도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암소는 호랑이를 위해 제일 맛있는 풀들을 뜯어다가 호랑이에게 주었다. 소가 제일 좋아하는 자귀나무 꽃과 잎사귀도 따다가 주고, 신선한 콩잎도 따서 주고, 연한 보리잎도 따서 꺾어다 사랑하는 호랑이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렇지만 호랑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호랑이가 좋아하는 것은 노루고기나 토끼고기인데 암소는 매일 풀만 뜯어다 주었다. 호랑이는 사랑하는 암소가 뜯어다주는 풀을 열심히 먹었지만 힘도 빠지고 점점 말라 이제 사냥이 어렵게 되었다. 암소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매일 생고기를 먹었지만 살이 빠지고 근육이 약해져 쟁기질도 할 수 없었고 수레를 끌 수도 없었다. 서로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역설처럼 서로를 위해 서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생각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즈음 보수와 진보가 대결하고, 여당과 야당이 대결하고, 학교현장에서는 학부모와 교사가 갈등하고 교사 간에도 보수와 진보가 대결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억누르려고 하고 상대방을 완전히 KO시키려고 한다.

 

이런 대결과 갈등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가치관의 차이이고 생각이 차이다. 우리나라만큼 생각과 사고의 차이에 적대 감정을 보이는 나라도 드물다. 교육운동가인 홍세화 선생의 말처럼 '똘레랑스(tolerance)'가 절대 부족하고 결핍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생각이 다르면 적이고 사고가 다르면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관계가 된다. 해방 전후의 사상투쟁이나 한국전쟁 때의 좌우대결도 결국 민족보다 이념을 우선시하고, 사상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똘레랑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념과 사상이 다르다고 같은 민족에게 이렇게 총칼을 겨누고 형제간에 방아쇠를 당기는 민족은 아마 인류역사에서 없었을 것이다. 계급간 갈등도 아니고 사회 갈등 때문만도 아니다. 단지 사상과 이념 차이 때문이다. 사상과 이념이 인간보다 중요하고 우리의 생명보다도 중요하다는 말인가? 나의 사상과 이념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죽음은 숭고하고 거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상과 이념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완전히 인간답지 못한 행위이다. 아마 '개나 돼지만도 못한 짓'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개나 돼지를 모욕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말이다.

 

호랑이와 소처럼 자신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랑과 배려다. 맹목적인 생각이나 사랑도 분명 문제가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사랑이나 희생은 아무 가치가 없는 행위일 수도 있다. 아니 사랑하는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상대방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현장에서 학부모와 전교조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전교조의 '참교육'은 많은 학부모에게는 환영을 받고 있지만, 일부 보수적인 학부모들은 전교조에 반발하고 있다. '참교육'이라는 개념과 관념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인성교육과 인간화교육을 중시하고 민주주의를 중시한다. 그렇지만 학부모는 현실적이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진학이다. 명문대 진학이 일차적인 관심사다.

 

일류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학생은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이 그만큼 낮다. 아니 거의 절대적이다. 그래서 학부모는 명문대학 진학에 목을 매고 있다. 이를 탓할 수는 없다. 사회와 국가가 학생과 학부모를 그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높은 등급의 내신성적과 수능성적이다. 다른 것을 모두가 아무리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별 의미가 없다.

 

전교조는 전교조입장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학부모의 현실적인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인성교육과 인간화교육이 최고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학부모나 학생이 외면하면 눈높이를 맞추는 수밖에 없다. 학부모의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정부와 사회를 향해 전교조의 이념과 사상의 실현을 위해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을 떠난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것처럼 학부모와 대결하고 갈등하는 전교조도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학부모의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다. 학생과 교육을 위해 조금이라고 순기능이 있다면 수용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역기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순기능을 살리면 어느 정도의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내 자식의 출세와 진학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라 교육과 사회를 먼저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사회가 정글이 되었을 때는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교육은 항상 학생이 먼저다. 인적자원도 중요하고 사회발전도 중요하지만 학생이라는 인격체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과 갈등은 우리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이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말처럼 새는 좌와 우의 날개로 난다. 서로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곳에서 타협과 협상이 필요하다. 우리사회가 이념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민족이 사상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진보는 보수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고 보수는 진보의 입장에서 생각하다보면 분명 공통분모가 있을 것이다. 호랑이와 암소처럼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다보면 서로에게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호랑이와 암소와 같은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위치에서 한 두 걸음씩 상대방을 향해 옮겨야 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상대방이 자신에게 오기를 바란다면 서로 가까워질 수가 없다.

 

진보와 보수, 학부모와 교사, 여당과 야당 모두가 사회와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념과 사상이 민족이나 국가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 균형과 견제의 틀 속에서 화합과 타협의 묘미를 찾아야 한다.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다.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면 해결점을 발견할 수 있다.

2008.10.27 11:47 ⓒ 2008 OhmyNews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학부모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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