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전과자' 김문기는 아닙니다
상지대 정상화, 진실의 힘을 보여주세요

30일 사학분쟁조정위 직전, 11명 위원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등록 2008.10.29 19:42수정 2016.11.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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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전경. ⓒ 상지대학교


안녕하십니까.

저는 국회와 입법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주간지 <여의도통신>의 대표기자를 맡고 있는 정지환이라고 합니다. 30일(목) 오후 3시 제23차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몇 자 적어 올립니다.

제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정귀호 위원장을 비롯한 11명의 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습니다. 저는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사학 문제와 관련된 기사를 보도해 왔습니다. 특히 세종대와 상지대의 전 이사장이었던 주명건, 김문기씨와 관련된 기사를 많이 썼습니다.(관련기사 <세종대 이사장의 8등신 예술론> 등 참조)

제가 썼던 몇 개의 기사가 주명건 이사장이 퇴출되는 일련의 움직임을 추동하는 도화선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지면관계상 우선 상지대와 김문기씨에 대한 이야기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상지대의 경우 그동안 제가 썼던 기사를 묶어서 이미 한 권의 책 <한국 사학이 사는 길- 상지대 성공 이야기>로 발간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김문기씨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이 책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책에는 ▲ 김문기씨가 자신이 주장해 온 것과 달리 사실은 상지학원 설립자가 아니라는 주장(대법원 2004년 10월 28일 상지학원 설립자는 원홍묵이라고 확정 판결) ▲ 김문기씨가 상지대 이사장 재직 시절 편입학생 금품수수, 교수·직원 봉급포기각서 강요, 교육용 부지까지 땅 투기 대상으로 삼기 등 '사학비리 종합선물세트'(당시 언론의 표현)의 진수를 선보이며 사학비리를 저지르다가 사법부의 단죄를 받고 교육계에서 퇴출된 자라는 주장 등을 설명해 주는 자세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오늘 특별히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은 따로 있습니다.


여러분은 30일 오후 3시 23차 회의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미 지난 6월 30일 임시이사의 임기가 종료된 상황에서 하루 빨리 정이사를 파견해 각 대학의 정상화를 도와야 하는 것이 여러분에게 주어진 임무일 터입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선에서 어정쩡한 타협을 할 것이란 우려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결정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러나 정이사를 파견하든 임시이사를 파견하든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상지대 정상화를 위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김문기씨와 그 추종집단을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두고두고 역사의 비웃음을 사게 될 것입니다.

모래 위의 성처럼 무너져 내린 김문기의 거짓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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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당시 상지대 김문기 전 이사장 복귀 청원서를 냈던 한나라당 이강두 최고위원(가운데)과 이 청원서에 서명한 이규택 의원(왼쪽)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상지대학교와 김문기씨가 관련된 현안을 본격적으로 취재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5년 늦여름이었습니다.

그해 8월 26일 한나라당 중진의원으로 있던 이강두 전 의원이 한 건의 청원서를 국회에 접수시켰습니다. 그로부터 20일 가까이 흐른 뒤인 9월 14일 이 의원은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고, 다음날인 15일에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까지 했습니다. 청원서, 기자회견, 인터뷰 등에서 이 의원이 제기한 주장의 요지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① 김문기가 상지대 설립자다.
② 김문기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③ 김문기는 241억원을 학교발전기금으로 냈다.
④ 경실련도 상지대를 원 주인(김문기)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감 넘치던 이강두 의원의 주장은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모래 위의 성'처럼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상지대 측에서 즉각 다음과 같은 요지의 반론이 제기됐습니다.

① 상지대 설립자는 김문기가 아니라 원홍묵이다.
② 김문기는 대법원에서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③ 불법 비자금으로 관리해오던 241억원을 교비로 환수한 것이다.
④ 경실련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이강두 의원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의원은 기초적인 확인 절차도 없이 김문기씨 측의 설명만 듣고 청원서를 냈던 겁니다. 특히 이 의원은 네 번째 주장과 관련해 "위 발언이 사실이 아님을 인정하고 경실련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변하고, 경실련에 사과 공문까지 보내는 치욕을 맛봐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상지대 구성원들은 일주일 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이) 사법부의 최종 판결에 의해서 결론이 난 문제의 사실 관계마저 왜곡했다"면서 "사학비리의 주범이었던 김문기를 비호하는 일부 세력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김문기와 그 추종집단의 '블랙 코미디'

김문기씨와 그 추종집단의 '블랙 코미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문의 하단과 홍보물의 표지에 주관단체를 적시하면서도 허황된 과장과 날조의 행태를 반복했습니다.

당시 그들은 '전국 NGO연대 외 439개 참여단체'가 김문기씨의 상지대 복귀를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했지만 제가 확인해 본 결과 상당 부분이 황당한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우선 439개나 된다는 단체 중에서 그나마 외형적으로 시민단체의 형식을 취한 것은 50개가 채 안 됐습니다.

나머지 대다수는 사학재단(59개), 사학관련단체(19개), 초·중등학교(98개) 등이었고, 주유소, 약국, 의원, 학원, 식당 등도 130여 개나 됐습니다. 심지어 종친회와 동문회도 포함돼 있었는데, 참가단체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 억지로 갖다 붙였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정체가 불분명하거나 황당한 이름의 단체들도 보였는데, 몇 가지만 열거하면 이렇습니다.

걸물클럽, 트로트클럽, 엄마사랑회, 주부의힘, 영영회, 평생회, 토박이회, 태명회, 팔진회….

김문기씨와 그 추종집단의 '막가파식 거짓말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시민단체 중 하나인 흥사단이 마치 자신들을 지지하는 것처럼 참여단체 명단에 포함시키는 범법 행위까지 저질렀던 겁니다. 다음은 제가 구치모 흥사단 이사장과 2005년 10월 19일 나눴던 대화 내용입니다.

- 참여단체에 흥사단이 두 번째로 이름이 올라 있는데 사실인가?
"그것은 가짜다. 우리는 그런 단체에 참여한 적이 없다."

- 그쪽에서 흥사단 명칭을 쓰겠다고 연락해 온 적은 있는가?
"전혀 없다."

-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보는가?
"나도 모르겠다. 그러니 황당하다는 것 아닌가."

당시 구치모 이사장은 "이것은 명백한 도용(盜用) 행위"라고 규정한 뒤 "엄정하면서도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김문기씨와 그 추종집단은 흥사단에 다시 한 번 사과 공문을 보내야 했습니다.

없어진 단체도 지지단체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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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12월 정식 이사 체제 출범을 선언하고 정상화된 상지대학교. ⓒ 상지대학교


지난 1992년 총선 당시 군 부재자 부정투표를 폭로하는 양심선언을 감행했던 이지문 중위(이후 서울시의원 역임)도 이들로부터 명예를 도용당했습니다.

김문기씨와 그 추종집단은 이 중위가 이끌던 시민단체 '공익의 호루라기'를 참여단체 명단에 넣었는데, 황당한 것은 이 단체가 이미 2년 전에 문을 닫았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이 중위는 저에게 "존재하지도 않는 단체가 어떻게 지지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황당 엽기 시리즈'를 <시민의신문>에 연속 보도하던 저는 2005년 11월 8일 프레스센터 19층의 한 행사장에서 김문기씨를 직접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의 추종자 중 한 명은 제가 있는 면전에서 <시민의신문>을 '정식 신문도 아닌 모 주간지'라고 모독했습니다.

"내가 변호사 몇 명에게 (당신이 쓴 기사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지시했다. 서두르지 말고 꼼꼼하게 하라고 했다. 그렇게만 알고 있어라."

김문기씨가 저에게 직접 은근한 말투로 했던 발언입니다. 당시 저로서는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억압적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김문기씨와 그의 추종집단을 취재했던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들에게는 공동체에서 타인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상식과 원칙이 없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외부에 알리면서 과장과 거짓을 습관처럼 되풀이하고 있으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도 부끄러움을 전혀 느낄 줄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취재에 임하고 있는 기자의 명예를 모독하고 협박하는 행위도 아무 거리낌 없이 너무나 태연하게 벌입니다.          

11명의 선택을 지켜보겠습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검토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김문기씨의 학력위조 의혹이 바로 그것입니다. <시민사회신문> 2007년 12월 17일자에 보도되면서 불거진 이 사건의 전말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문기씨는 1947년(또는 1946년) 강릉상고에 입학했으며, 1960년 건국대 법학과에 들어갔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습니다. 1960년대 초반에 대학에 입학하려면 고등학교나 사범학교 졸업자 혹은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검정고시)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 동급생은 "김문기씨가 전쟁 전까지 학교를 다니다 전쟁 후 복학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렇다고 김씨가 검정고시를 통과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고교 졸업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김씨는 1960년 건국대에 당당하게 입학했습니다. 김씨가 인우증명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고교 졸업을 인정받은 것은 그보다 한참 뒤인 1990년이었습니다.'

김문기씨는 자신이나 상지대 관련 기사나 주장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이 기사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합니다.

법리적인 논쟁은 그만 둡시다. 상식적으로 학력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자와 그를 추종하는 사람을 최고 학부인 대학을 운영하는 법인의 정이사나 임시이사에 포함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학분쟁조정위원 여러분.

여러분의 이름을 한 분 한 분 불러봅니다.

정귀호(정귀호법률사무소 변호사, 위원장)
곽무근(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김영석(연세대학교 교수)
김윤자(한신대학교 교수)
박거용(상명대학교 교수)
박영립(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유원규(서울서부지방법원 법원장)
이장희(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정순영(전 동명정보대학교 총장)
주경복(건국대학교 교수)
채종화(부산경상대학 교수)

아무쪼록 30일 오후 3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나마 건전하게 운영되던 대학이 또다시 분규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일이 없게 해 주십시오. 백척간두에 선 국가위기의 상황에서 국제경쟁력 강화의 원동력이 돼야 할 대학이 또다시 1970~80년대의 천박했던 봉건시대 족벌사학으로 회귀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아니라 사학분쟁'조장'위원회가 되는 일이 없도록 상식과 원칙에 입각한 판단을 해주시기를 다시 한 번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상식과 원칙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여러분 11명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8년 10월 29일
<한국 사학이 사는 길> 저자 정지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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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건 전 세종대 이사장 무죄 판결
지난 2007년 3월 대법원은 재단 공금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주명건 세종대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최종 확정했습니다.

주 전 이사장은 2004년 세종호텔 등 재단 소유 계열사에서 공사비와 직원 급여를 속이는 수법으로 12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과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 전 이사장 혐의와 관련해)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이 신빙성이 없고 공소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문기 #상지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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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환 기자는 월간 말 취재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언론, 지역, 에너지, 식량 문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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