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한복판 섬 같은 국가사적지 어찌할꼬?

[우리 지역문화재 찾아보기 2편] 사적 제211호 인천 녹청자 도요지

등록 2008.10.31 15:04수정 2008.10.3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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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한복판에 고립.방치된 국가사적지 어찌할꼬?? ⓒ 이장연

▲ 골프장 한복판에 고립.방치된 국가사적지 어찌할꼬?? ⓒ 이장연



지난 28일(화) <우리 지역문화재 찾아보기> 두 번째로, 인천 녹청자 도요지(仁川 綠靑磁 陶窯址)를 찾았습니다. 인천 녹청자 도요지는 토기에서 자기로 발전하는 중간 단계에서 생산된 녹청자를 생산했던 곳입니다.

 

10~11세기에 걸쳐 청자를 만들었던 5~6기의 고려 가마터로, 녹청색의 짙은 청자의 유약은 녹청색·녹갈색으로 표면이 고르지 못하며 문양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고 드물게 병의 몸통에 주름무늬가 있다고 합니다. 1965년과 1966년 4차례에 걸쳐 발굴 조사되었고, 이후 1970년 5월 사적211호 문화재로 지정되어 우리 고장 최초의 문화재입니다.

 

도요지의 구조와 양식을 보면 구릉을 타고 서남향으로 쌓아진 요상의 길이가 7.3m, 폭이 1.05m, 봉통(아궁이)의 폭이 1.2m로 드물게 보이는 소규모의 가마터라 합니다. 요의 경사도는 22도 가량의 단실요로, 이 요지에서 주목되는 것은 완만하게 경사진 요상의 표면에 흙으로 만든 운형의 도지미(개떡)을 배열하고 있는 특수한 양식입니다. 이와 같은 구조양식의 도요지가 일본에서만 두 곳이 발견되어, 도요(도자기)기술이 일본으로 유출된 역사적 경로를 밝히는 귀중한 자료로 연구되고 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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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사적211호 인천녹청자도요지 ⓒ 이장연

 

인근 골프장 안으로 600m 거리에 있다는 도요지(가마터)를 둘러보기 전에, 우선 경서동 초입에 자리한 녹청자 도요지 사료관을 천천히 둘러보며 녹청자와 도자기의 변천사, 역사 그리고 제작과정을 살펴본 뒤 자전거를 타고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골프장 샛길 앞에는 "출입통제" 표지판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습니다. 골프장 내 안전사고 우려가 있으니 용무가 없는 외부인을 출입을 하지 말라는 거였습니다. 저는 녹청자 도요지를 꼭 찾아봐야 하는 중차대한 용무가 있었기에, "출입통제"를 무시하고 샛길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길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나이든 골프장 인부들에게 녹청자 도요지가 어디 있는지 물으니, '쭉 내려가다 오른쪽 길로 가면 가마터가 있다'고 하여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며 내려갔습니다. 1-2분 정도 길을 내려오니 잔디가 쫙 깔린 골프 코스가 나왔고, 그 오른편에 녹청자 도요지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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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코스 한복판에 고립된 인천녹청자도요지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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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인천녹청자도요지 안내판 ⓒ 이장연


인천 유일의 국가사적지, 녹청자 도요지 관리를 골프공 치듯?

 

골프 코스를 한 가운데 그 모습을 드러낸 인천 녹청자 도요지는 발굴조사 시 드러난 가마의 남은 부분을 보호각으로 보존하고 있었는데, 표지판이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표지판도 낡고 글씨마저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습니다. 골프장 측은 골프공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니, 안전망에서 도요지를 관람하라는 안내판까지 세워두었고요.

 

보호각으로 덮힌 가마터는 쉽게 그 모습을 볼 수도 없어, 골프공이 뚫은 구멍을 통해서야 가마터의 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보호각 안의 그늘진 도요지는 둘레가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쳐 있어, 이곳이 가마터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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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보호각 때문에 가마터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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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이 낸 구멍으로 엿 본 인천녹청자도요지의 모습 ⓒ 이장연

 

그리고 녹청자도요지에서 채 100m도 떨어지지 않은 반대편 골프코스와 길에서는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공사를 해대고 있었습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 반경 500m 이내에 행해지는 개발 행위에 대한 추가 유물 발굴 가능성 및 기존 유적 훼손을 막기 위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의무화되어있는데 골프장 측이 허가를 받았는지는 의심스러웠습니다.

 

작년에도 골프장 측이 당국의 허가 없이 유적 근처의 땅파기 작업을 해 도요지 유적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인천시의회 문교사위원회 의원들에게 지적당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몇몇 소수가 이용하는 골프장 때문에, 국가사적지인 인천 녹청자 도요지가 지역사회와 주민들로부터 관심받지 못하고 고립·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 참 아쉬웠습니다. 옛 도공들의 예술혼을 느낄 수 없는 초라한, 인천녹청자도요지의 보호관청인 인천시나 문화재청이 골프공 치듯이 문화재를 관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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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객의 눈요기도 되지 못하는 국가사적지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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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측에서 녹청자도요지 안내판 옆에 세워둔 알림판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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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로 휙휙 날아가는 골프공 때문에 인천녹청자도요지 견학과 관람은 그리 쉽지 않다.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0.31 15:0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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