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농사지은 먹을거리로 급식하고 싶다"

[인터뷰] 서울 5번째로 친환경급식지원 조례 통과된 강동구 이해식 구청장

등록 2008.11.11 11:17수정 2008.11.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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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동구 학부형님들께 좋은 소식부터 전한다. 지난달 30일 강동구의회가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로써 강동구는 강북·관악·구로·금천구에 이어 서울에서는 다섯 번째로 친환경 급식지원 체계를 갖춘 지자체가 됐다. 당장 내년부터 '우리 아이들'의 먹을거리 개선을 위해 강동구 조직과 예산이 투입될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더불어 이상한 소식도 하나 소개한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학교급식법을 손본다고 한다. 조전혁 의원 등 18인(친박연대 1명 포함)이 위탁급식도 선택할 수 있도록 인증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2006년 대형 식중독 사고를 계기로 2010년까지 모든 학교 급식을 직영 전환하도록 한 현행 학교급식법 취지가 실종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한나라당 학교급식법 개정,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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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식 강동구청장 ⓒ 이정환

이해식 강동구청장 ⓒ 이정환

이와 같은 최근 학교급식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이해식(45) 강동구청장은 "시대 퇴행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6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구청장은 "현재 위탁운영도 직영체제로 바꿔나가려고 노력하는데,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위탁급식을 하겠다는 의도를 모르겠다"면서 "과거 식중독 사태가 일어난 과정만 봐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 이유를 이 구청장은 '속도'로 풀어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여성의 사회진출 급증으로 그만큼 급식 또한 빨리 정착됐지만, 그 속도를 급식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이윤 창출이 근본 목적인 위탁급식이 부실하게 될 개연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에, 직영 전환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현행 학교급식법 취지에 따르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공공 시스템'을 먼저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이 구청장은 그래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식의 질과 안전성에 대한 불만을 해소해줄 수 있는 방법은 급식시스템에 공공영역이 개입해 필요한 자원과 안전성을 확보해주는 것"이라며 "지자체가 식품비 일부를 지원하는 동시에 급식지원센터를 만들어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예산 지원 받도록 노력... 모범 사례 정착이 우선"

 

이와 같은 내용이 명문화된 '강동구 조례'의 특징으로 이 구청장은 급식 지원 대상을 유치원 등 영유아 보육기관까지 확대시킨 점을 꼽고, "강동구에서 친환경 급식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단초를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내년에는 현재 직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관내 초등학교 중 희망 5개교를 선정해 총 5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구청장은 단계적 확대 시행을 위한 예산 확보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서울시 예산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서울시가 강동구 사례를 하나의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 시비 지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답해 일단은 시범 5개교 친환경급식 지원에 주력할 뜻을 내비쳤다.

 

또한 이 구청장은 시민단체와 소통하는 문제와 관련, "시시때때로 만나 상의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할 생각"이라면서, 친환경급식 정착을 위해 농촌지자체와 '윈윈 결연'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자매결연을 통해 해당 지자체에서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고, 강동구는 공공기관이 보증한 친환경농산물을 수급함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말로 기대감을 표시했다.

 

끝으로 이 구청장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강동구 친환경 급식지원이 하나의 모범사례로 학생들에게 퍼져나가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먹일 것이냐는, 좀 더 높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자는 움직임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급식시스템 공공영역 개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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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식 강동구청장 ⓒ 이정환

이해식 강동구청장 ⓒ 이정환

- 지난 6·4 재보선을 통해 서울시에서 유일한 야당구청장이 됐다. 그동안 소회를 밝힌다면?

"너무 바쁜 것 같다. 나를 만나자는 분은 거의 다 만나는 편이라 일정이 빡빡하다. 전임 구청장들이 잇따라 중도에 물러나면서 상당 기간 공백이 생겼고 주민들도 불안해했다. 구청 홈페이지를 매일 보는데… 아니, 거짓말이다(웃음). '거의 매일' 보는데, 주민들이 구청을 바라보는 시각도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생긴 것 같다."

 

- 선거 때부터 친환경 유기농산물 급식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쇠고기 정국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건 아니다. 나도 두 아이의 아버지다. 아이들과 이야기해보면 급식 관련 불만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일단 부실하다는 것, 안전성에 대한 불안도 굉장히 크더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급식시스템에 공공 영역이 개입해 필요한 지원과 안전성을 확보해주는 것이라고 평소부터 늘 생각했다."

 

- 위탁급식과 직영급식 비율은 어느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위탁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윤 창출이 근본 목적이기 때문에, 싼 식자재를 사용한다거나 급식이 부실하게 될 개연성은 높다고 봐야 한다. 또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여성들의 사회 참여 또한 급속도로 증가했다. 더불어 급식 또한 빠른 시간 안에 정착했는데, 그 속도를 급식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급식시스템은 학부모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적합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학교가 원칙적으로 직영으로 전환하도록 한 학교급식법 취지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학교급식 당연히 직영 전환해야... 지자체 역할 중요"

 

-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위탁급식도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교급식법을 다시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그건 옳지 않다. 물론 위탁급식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분들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대량으로 식자재를 구입하니까 동일하거나 더 싼 가격으로 질 좋은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이 어떠냐는 말이다. 과거 식중독 사태가 일어난 과정만 봐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시대 퇴행적이라고 본다. 현재 위탁운영도 직영체제로 바꿔나가려고 노력하는데,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위탁급식을 하겠다는 의도를 모르겠다. 학교급식은 당연히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에 지자체 역할이 중요하다. 지자체가 식품비 일부를 지원하는 동시에 급식지원센터를 만들어 안전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방식이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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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식 강동구청장 ⓒ 이정환

이해식 강동구청장 ⓒ 이정환

- 이번에 조례가 통과됨으로써 서울에서는 다섯 번째로 친환경급식 지원 체계를 갖춘 구가 됐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나.

"강동구에서 친환경 급식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단초를 열었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직영농장 운영, 공급체계 수립, 유지 관리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모범적으로 잘 시행하면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서울시 전체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 강북·관악·구로·금천구 등 다른 지역 조례를 살펴보니까,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와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이 핵심인 것 같더라. 이와 별도로 강동구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영유아 보육기관 급식 지원이다. 학교 뿐 아니라 어린이집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원 대상 범위를 확장시켰다."

 

"시민단체 적극 참여 요청할 것... 내년부터 5개교 시범 지원"

 

- 학교급식지원 심의의원회 구성을 살펴보니까, 관악구는 교원 단체 추천 교장 및 교사, 구로구는 학교의 장을 각각 포함시켰더라. 그런데 강동구는 학교급식 주체라 할 수 있는 이들을 명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조례에 '학교급식 시설 종사자'나 '그밖에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를 심의의원회 구성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학교 대표를 참여시키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꼭 필요하다면 추후 고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 시민단체들과 소통하는 문제도 애초 조례 취지를 잘 살려나가는 데 중요한 부분 아닐까.

"조례 시행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시시때때로 시민단체와 만나 상의할 것이다. 심의의원회도 좋고, 급식지원센터 모니터링도 좋다.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할 생각이다."

 

- 일단 내년 계획이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관내 영유아시설, 초중고 전체에 한꺼번에 친환경급식을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우리 구 초등학교 24개교는 모두 직영으로, 중고등학교 28개교는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 위탁운영 학교의 경우는 먼저 직영 전환이 이뤄져야 하므로, 우선은 관내 초등학교 중 친환경급식을 희망하는 5개교 정도에 시범적으로 급식 지원을 시행할 계획이다. 신청을 접수하고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 학교를 선정할 것이다. 의지 있는 학교를 먼저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무엇보다 예산이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구체적인 예산 확보방안은?

"일단 내년 시범사업에 한 학교당 9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씩, 약 5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내년 구 예산에 편성할 계획이다. 확대 시행을 위해 서울시 예산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도 하나의 사례로 삼아 확대 시행할 수 있는 모범을 강동구에서 잘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모범 사례를 잘 만들어 이를 성과로 제출하면, 시비를 지원 받는데도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농촌 지자체 함께 윈윈하자, 강동구 직영농장 개발도 추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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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식 강동구청장 ⓒ 이정환

이해식 강동구청장 ⓒ 이정환

- 학생들의 먹을거리 안전만큼은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또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그 외 계획이 있다면 듣고 싶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강동구 친환경급식지원이 하나의 모범사례로 학생들에게 퍼져나가도록 하고 싶다. 농촌 지역 군 단위나 중소도시에서 이뤄지는 친환경 급식지원 사례가 많다. 성과가 큰 사례를 모아 서울에서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고 본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천시에서는 메뚜기 잡기 축제가 열린다. 이천 쌀이 안전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행사 아닌가. 농촌 지역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통해 그 분들은 판로를 새롭게 개척하고, 우리는 해당 지자체가 보증한 친환경 농산물을 수급함으로써 상당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특성 때문에 우리 구에는 농가가 많다. 강동구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식자재를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래서 관내 직영농장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내년에 4가구를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농업체험교실 운영도 추진하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도 <오마이뉴스> 애독자인데(웃음),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가치 중심 사회로 가고 있지 않나.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먹일 것이냐는, 좀 더 높은 가치를 향해서 가보자는 움직임들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아직 주저하시는 분들도 용기를 갖고 움직일 수 있지 않겠나."

 

강동구 학교급식 지원 조례 내용은?

심의위와 지원센터가 핵심… 강동구 행정조직도 개편

 

지자체의 학교급식 지원 체계를 명문화한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의 핵심은 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아래 심의위)와 학교급식지원센터(아래 지원센터)다. 강동구의 경우를 예로 '학교 급식 지원 조례'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구청장은 우수 식재료 공급, 급식시설·설비 확충 및 개선, 학교 급식 지원 소요 예산,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급식지원 방안 등이 포함된 학교급식지원계획을 매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구청장이 수립하는 지원계획은 심의위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그 외에도 심의위는 급식지원 대상의 선정, 지원 규모 및 지원 방법 등 학교 급식 지원에 관한 제반 사항을 심의한다.

 

심의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1인을 포함한 15인 이내로 구성된다. 당연직은 부구청장, 행정관리국장, 주민생활지원국장, 보건소장 등이며 위원장은 부구청장, 부위원장은 위촉직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위촉직은 구의회 의원 2명, 교육청 관련 국장 1명, 학부모단체 관계자 2명 이내, 학교급식 시설종사자 1명, 학교급식 식품영양 전문가 2명 이내, 그밖에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로 구성된다.

 

심의위가 '상부 의사결정 구조'라면, 지원센터는 학교 급식 지원에 필요한 실질적인 '행정 지원' 조직이다. 매년 학교급식 실태를 조사하고, 생산자 및 학교에 대한 지원과 범위 선정, 생산자 조직과 계약 생산에 따른 생산 조정 및 품목 선정, 유통 및 공급 관리 등을 핵심 업무로 하고 있다. 구소속 공무원 또는 심의위 심의를 거친 비영리법인 또는 비영리단체에 업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위탁·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급식 지원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설치 못지 않게 실질적인 활동의 중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는 지원센터가 설치됐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강동구는 행정관리국에 교육지원과를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행정기구 설치조례안을 개정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동구의 '실험'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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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1 11:17 ⓒ 2008 OhmyNews
#급식 #친환경 #유기농 #강동구 #이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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