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정 파탄', 엄살로만 넘길 수 없는 이유

[뉴타운! 뉴스쿨은? ③] '서울발 개발 역풍'에 몸살, 학교용지특례법 정부안은?

등록 2008.11.20 14:15수정 2008.11.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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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별 예산 규모 현황 ⓒ 경기도

시도별 예산 규모 현황 ⓒ 경기도

 

"다들 경기도가 잘 사는 줄 아는데,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가용재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재정 부담이 심각한 상태다. 이러다 재정 파탄 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올해 단 한 건의 지방도로도 신규 발주를 하지 못했다."

 

17일 경기도 관계자에게 이런 말을 듣고 '설마' 했다. 믿기지 않는 일이다. 서울 다음으로 예산 규모가 큰 경기도가 '재정 파탄' 운운이라니. 학교용지분담금을 내지 않으려는 엄살 아닌가. 관계자는 "절대 엄살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재정 파탄까지는 몰라도, 경기도 가용재원이 줄어든 것만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도의 주요 세수인 취·등록세가 감소하고 있다. 2006년 4조5천억원이었던 취·등록세는 2007년 4조3천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4조1천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반면 법적·의무적 경비 부담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4년 5조7312억원이었던 법적·의무적 경비는 2005년 5조9158억원, 2006년 6조6159억원, 2007년 7조4562억원 그리고 올해는 8조4916억원으로 증가했다. 2008년 예산이 9조5877억원이었으니, 예산대비 법적·의무적 경비 비율이 88.6%에 이른다. 투자 사업에 충당 가능한 가용재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수도권 주택공급을 위한 정부주도 택지개발 사업으로 개발지역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매년 40∼50개 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면서 "이에 비례하여 학교용지 매입비 부담 또한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법적·의무적 경비 부담만 키우는 학교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서울발 개발 바람'이 순풍일 때야 괜찮지만, '역풍'이 불고 있으니 갈수록 내상만 깊어진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에 경기도가 '원인자 부담 원칙'을 강조하며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학교용지 특례법 정부 개정안에 예민한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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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한 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 자료 ⓒ 임해규 의원실 제공

정연한 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 자료 ⓒ 임해규 의원실 제공

정부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2천가구 이상 주택을 짓는 공영개발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학교용지 및 시설을 해당 교육청에 무상으로 공급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토지공사·대한주택공사 등이 학교설립 비용을 전담하게 된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시행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경기도에서 이미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이 승인된 사업이 60개 지구 383개 학교나 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알려진 바로는 정부안은 '법 시행 이후 개발계획 승인지구'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정부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경기도는 이미 승인된 사업으로 인해 향후 5년간 2조6514억원의 학교용지매입비 분담금의 재정 수요가 발생하여 매년 약 5천억원의 부담이 예상된다"며 법 적용시기를 "실시계획 승인 분부터 적용하도록 수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현행 학교용지 특례법상 개발지역 해당 지자체와 교육청이 학교용지 매입비를 각각 50%씩 분담하도록 한 것을 20%로 낮춰주고, 공동주택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부과하는 학교용지부담금 비율을 현행 0.4%에서 0.8%로 상향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는 18일 국무회의에서 학교용지 특례법안을 의결했다. 대표적인 '2천가구 이상 규정'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이나, 그 외 법 시행시기나 지자체의 학교용지매입비 분담률 등 그동안 경기도가 요구했던 사항들이 어떻게 정리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재정 파탄 운운'이 꼭 경기도만의 일이 아니란 것만은 분명하다.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책은 수요가 없어도 집을 짓겠다는 것이고, 따라서 경기도처럼 '서울발 개발 역풍'에 가용재원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확산될 수 있다. 건설경기 부양에 '올인'하고 있는 정부가 내놓은 학교용지 특례법안이 미덥지 못한 것도 그래서다.

 

학교용지 문제로 아파트 분양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일 수도 있다. 여전히 '뉴스쿨'이 아니라 '뉴타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뜻이다. 물론 지자체의 재정 안정을 도모하면서 안정적으로 학교용지를 공급하려는 '아름다운 뜻'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 두고 보면 알 일이다.

2008.11.20 14:15 ⓒ 2008 OhmyNews
#학교용지 #분담금 #공영개발 #뉴타운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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