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도박장' 만들어도 집값 하락 못막는다"

강남 3구 투기지구해제 놓고 국토-기재부 엇박자... "해제 위한 쇼?"

등록 2008.12.17 19:51수정 2008.12.17 19:51
0
원고료로 응원

"'강남3구만 빼고 전국토에서 투기·도박하십시오' 했다가, '이제 강남3구에서도 하십시요. 도박자금은 은행에서 대주겠습니다'하는 셈이다. 손해볼 게 뻔한데 누가 도박을 하겠나?"

 

국토해양부가 서울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이 한 말이다.

 

김헌동 본부장은 "정부가 강남 3구 집값을 올리기 위해 도박꾼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사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국민들은 손해를 볼게 뻔한 도박판에 뛰어들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집값 하락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투기지역 해제를 검토한 적이 없다"며 국토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요한 정부 정책을 두고 부처간에 의견이 충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계급사회> 저자 손낙구씨는 "강남3구는 굉장히 상징적인 곳으로 (투기지역) 규제를 풀면 '역시 강부자(강남땅부자) 정권'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을 의식해 정부 내에서 입장 차이가 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결국 (규제를) 풀기 위한 여론 떠보기 수순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a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 오마이뉴스 선대식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 오마이뉴스 선대식

 

강남3구 투기지구 해제?... 한 정부 두 목소리

 

국토해양부는 17일 부동산 관련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구 해제를 추진 중이라고 했다.

 

최근 강남3구 아파트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급락 조짐을 보이는만큼,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규제가 풀리면 강남권에서도 민간주택의 분양권 전매제한이 사라져 분양권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 또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에서 60%로 높아지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등 대출규제도 완화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일 부동산 경기 부양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국의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을 풀었지만, 강남3구는 '강남발 투기' 재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그대로 묶어둔 바 있다.

 

당시에도 국토부는 강남3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강부자정권'라는 비난이 재연될 것을 우려해 끝내 강남3구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강남3구마저 투기지구 지정이 해제되면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었던 전국의 모든 주택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규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국토부는 또 민간주택의 분양가상한제 폐지, 전매제한 완화 등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남3구 투기지구 해제 문제와 직접 연관이 있는 재정부에서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나섰다. 투기과열지구 지정·해제는 국토부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 반면, 투기지역 지정·해제 결정권은 재정부가 갖고 있다. 따라서 재정부의 동의 없이는 국토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해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재정부는 국토부의 입장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해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 대한 '주택투기지역' 해제에 관하여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김동수 재정부 1차관도 이날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 "강남 3구 집값은 그동안 많이 올랐고 다른 지역 상승에도 주도적인 역할은 한 만큼 (투기지역 해제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 대한 '주택투기지역' 해제에 관해 검토한 바 없으며,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역시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최대 중점 현안인 부동산 정책을 놓고 경제 부처에서 완전히 상반된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국토부에서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부를 배제한 채 언론플레이를 한 것인지, 재정부가 국토부와 논의를 하고서도 여론을 감안해 '쇼'를 하고 있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두 부처 중 하나는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정책을 놓고 국토부와 재정부가 엇갈린 주장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미분양 추가 대책 발표를 두고 국토부는 조만간 추가 대책이 나온다고 한 반면 기획재정부는 미분양 추가 대책을 발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정부는 불과 한 달여 만인 지난 8월 21일 재건축 규제완화, 지방 미분양 해소 등을 골자로 한 '8·2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결국 재정부가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관련해서도 국토부는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재정부는 당분간 유지를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기지구 해제는 건설재벌들의 숙원사업... 결국 풀어줄 것"

 

a

지난달 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이곳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이번 대책으로 난리 났을텐데, 이번엔 좀 조용하다"고 말했다. ⓒ 선대식

지난달 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이곳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이번 대책으로 난리 났을텐데, 이번엔 좀 조용하다"고 말했다. ⓒ 선대식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두 부처가 입장 차이를 보이는 듯 하지만, 결국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구를 해제하는 쪽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낙구씨는 "강남 3구 집값이 떨어지는 게 확실해지면서 그 피해가 부유층으로 집중되다보니, 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더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두 부처가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최근 정책이 나오는 분위기나 기세를 보면 결국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고 규제를 풀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투기지구 해제는 건설재벌들이 줄기차게 제기해왔던 숙원 사업이기 때문에 역대 정권들이 해왔던 것처럼 경기 부양을 위한다는 명분을 들어 결국 모든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는 게 손씨의 판단이다.

 

김헌동 본부장도 "어차피 규제를 풀 거면서 괜히 여론의 동향을 보는 척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기들(공무원)이 다 결정하면 위에 있는 대통령이 기분 나쁘지 않겠냐? 최종 결정은 청와대가 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대통령도 할 일이 생기지 않겠나."

 

그렇다면 국토부 등이 주장하는 데로 강남 3구의 투기지구 해제가 급락하는 집값을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 효과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손씨는 "지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서 비정상적인 가격이기 때문"이라며 "전체적인 경기 하락 때문에 부동산을 사봤자 투자 수익이 안난다, 여기에 대고 규제를 푼다고 해도 가격 하락세를 멈추게 하거나 반등 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손씨는 "현실적으로 규제를 풀면서 목적으로 삼고 있는 정책 효과는 효과대로 못보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하락세가 역전될 경우, 투기를 규제할 장치가 하나도 없어서 악영향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중에 다시 투기를 잡기 위한 규제를 만들려고 해도, 반대세력의 저항이 거셀 뿐 아니라 시간이 오래 걸려 부동산 투기 광풍에 손을 쓸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분양가상환제 해제에 대해서도 "지금 가격으로도 분양이 안 되는데, 더 올려받으면 분양이 되겠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김헌동 본부장도 "지금으로서는 집값 하락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규제를 풀면 매물이 증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집값 폭락은 더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경제 위기라고 하면서 전국토를 도박장과 공사판으로 만들고, 국민에게 돈을 쥐어줘서 도박장으로 내몰겠다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 때는 집값을 잡으려고 하면 자꾸 올라가고, 이명박 정부는 집값을 올리려고 하면 자꾸 내려가고 하는 식"이라고 웃어보였다.

2008.12.17 19:51 ⓒ 2008 OhmyNews
#강남 3구 #투기지구 해제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부동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