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인천타이거항공' 결국 포기... 예산만 낭비

인천경실련, ‘책임자 엄중 처벌해야 할 판에 승진’납득 안 돼

등록 2008.12.30 20:58수정 2008.12.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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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국내 항공업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항공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끝까지 추진했던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결국 포기했다.

 

시는 30일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항공업계 역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이 국내항공사에 미칠 파장과 우려를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며 "대신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주)진에어와 업무협약을 통해 인천의 항공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천시가 '인천타이거항공’설립을 포기함에 따라 설립을 위해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도 해산 절차를 밟게 된다. 시와 싱가포르타이거항공이 각각 49%, 인천교통공사가 2% 출자한 SPC는 초기 자본금 9억8000만원 가운데 경상비 등으로 지출하고 남은 비용을 정산하는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이에 앞서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지난 8월 국토해양부에 '인천타이거항공의 항공운송사업 면허 불허'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키도 했으며, 시민단체들은 '시가 산하 공기업을 앞세워 민간항공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명분도 없는 데다 항공 주권을 내주는 처사'라며 사업 추진 타당성 검증을 위한 시민공청회를 시에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시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저가항공사 설립은 인천국제공항이 허브공항이 되는데 필수적이며 올 연말 준비 절차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인천타이거항공'설립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 인천에 새 둥지

 

그러다 미국발 신자유주의 금융위기가 세계적 경기불황으로 이어지며 일부 저가항공사가 문을 닫는 상황이 발생하자 방향을 선회, 지난달부터 국내 저가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자회사 진에어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해 진에어와 '업무협약 체결'에 이른 것.

 

인천시는 "2009인천세계도시축전과 2014인천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항공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추진하던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중단하고 (주)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는 "세계적으로 30여개의 항공사가 도산했고, 앞으로 최소 30여개 정도의 항공사가 더 파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애정 어린 충고를 받아들여 고심 끝에 설립을 중단하고 대한항공과 전략적 제휴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천시와 '진에어' 양측은 '(주)진에어가 본사를 이전해 인천을 근거지로 기업 활동을 하고, 시는 진에어가 국내외 노선망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이밖에도 항공운송산업과 인천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인천시와 (주)대한항공이 인천국제공항 주변지역의 에어시티개발과 항공기정비사업 등 항공관련 산업의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공동 노력하고,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등 인천광역시가 추진하는 중요한 국제행사의 유치 및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신인도 떨어뜨리고 예산낭비 했는데 승진?

 

인천시가 결국 설립을 포기하기는 했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일로 인천시의 대외 신인도가 추락된 데다  설립을 추진했던 담당 공무원이 승진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부추기고 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결국 국제계약을 파기하는 결과를 낳아 대외 신뢰도를 떨어뜨린 데다 많은 예산과 인력을 낭비해 스스로 '명품도시'에 먹칠한 자승자박임에 불구 반성하기는커녕 '진에어'를 인천에 유치한 것을 자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전 사업성 검토도 없이 예전 대기업이 문어발 확장하듯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졸속으로 추진해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안 시장이 직접 나서 시민들에게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해야한다"며 "추진 담당자를 엄중 처벌해야 함에도 불구, 그를 승진시켰다는 것은 인천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책임자를 반드시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2.30 20:58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타이거항공 #인천경실련 #항공주권 #저가항공사 #부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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