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재벌방송법 통과되면 제2의 6월항쟁"

촛불 함께 든 언론노동자와 시민들, 언론 7대 악법 저지에 어깨 결다

등록 2008.12.31 00:15수정 2008.12.3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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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막판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3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장악저지, 민주주의 수호' 촛물문화제에서 전국언론노조 조합원과 시민들이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국회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막판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3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장악저지, 민주주의 수호' 촛물문화제에서 전국언론노조 조합원과 시민들이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한나라당~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조중동~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30일 저녁 8시 40분 여의도 국회 앞. 결국 여야 간의 최종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촛불을 든 언론노동자들에게 날아들었다. 언론노동자들은 분기를 참지 않았다. 단 아직도 무엇이 '진실된 싸움'인지 모르는 그들을 향해 '조롱'의 펀치를 날렸다.

 

이날 여의도 일대에 52개 중대 병력을 동원한 경찰이 "순수하지 않은 문화제다", "밤이 깊었다"며 해산을 종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참가자들은 "지금은 거리수업 중이다, 경찰은 수업 방해말라", "노래가 이어지지 않았더니 문화제가 아닌 줄 착각하나 보다"며 가볍게 응수했다.

 

오히려 국회 안의 급박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언론장악 투쟁으로 막아내자", "한나라당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컵라면에 비타민제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연대... "언론노동자들 지면 안 된다"

 

이날 저녁 7시부터 시작된 전국언론노조의 촛불문화제는 이날 오후 열렸던 집회 때보다 더 뜨거웠다. 찬 바람에 발가락이 얼어붙어 갔지만 4천여 명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선배님들 지시면 안 돼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촛불시민들은 "마봉춘(MBC) 사랑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여의도로 몰려왔다. 촛불집회 내내 라면과 떡볶이로 시민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 '다인아빠'는 차와 컵라면을 나눠줬고, 보건의료노동조합이 가져온 비타민제가 언론노동자들에게 뿌려졌다.

 

광우병 파동을 다룬 <PD수첩> 제작으로 검찰 수사 등으로 곤욕을 겪고 있는 MBC 이춘근 PD가 "대학 후배, 동기들이 '술만 먹던 춘근이'라는 제가 그런 방송을 만들 정도로 이 정권이 잘못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외칠 때는 시민들은 "이춘근"과 "MBC"를 연호했다.

 

각 언론사의 노래패는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더욱 달구었다.

 

<경인일보> 노조 노래패 '경인사랑', 창립 20시간 만에 관록 넘치는 공연을 보여준 MBC 노조 노래패 '노래사랑', YTN 노조의 '와이뮤직'과 '장아영과 아이들'까지. 이들의 공연 때마다 언론노동자들과 시민들은 어깨를 결고 흥겹게 춤을 췄다.

 

"재벌에게 방송 넘어간다면 제2의 6월 항쟁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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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막판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3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장악저지 민주주의 수호' 촛물문화제에서 전국언론노조 조합원과 시민들이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국회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막판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3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장악저지 민주주의 수호' 촛물문화제에서 전국언론노조 조합원과 시민들이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왜 신문·방송법이 개악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짧은 강연도 곁들여졌다.

 

<칼라TV> 대표 정태인 교수는 "MB 악법이 통과되면 이 나라의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삼성·조·중·동 공화국이다'로 바뀐다"며 "그렇게 된다면 제2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리를 폭로해도 단 1초도 언론에 나오지 않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이어, "금산분리완화, 금융지주법 등 삼성을 위해 법을 바꾸고 삼성에게 방송을 맡기면 경제도, 정신도 썩어 버리게 될 것"이라며 "그런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제2의 4·19, 6월 항쟁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립위원장은 "한나라당이 17대 국회 때 사학법을 둘러싸고 거리로 뛰쳐나와 국회를 3개월 간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고 연말을 훌쩍 넘긴 뒤 의도를 달성하는 것을 봤다"며 "그랬던 그들이 지금 민주당이 떼를 쓰고 있다고 하는데 이 말을 그냥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분노했다.

 

조 위원장은 "많은 언론들이 사학비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처음 사학법이 제정될 수 있었다"며 "만약 법안이 통과돼 조중동과 재벌에게 방송을 내준다면 이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교육을 통해 새로운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국민이 먹고 사는 일에나 집중하라"

 

법안 통과 이후의 상황에 대한 경고는 더 매서웠다.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임진왜란 때 경복궁에 불을 지른 것은 왜적이 아니라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위정자들에 대한 백성들의 분노였다"며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한 일은 배추 사주고 목도리 내준 일밖에 없다,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국민이 먹고 사는 일에나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노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에선 단 한번도 독재자의 임기를 끝까지 보장한 적이 없다"며 "끝내 무력을 동원해 악법을 추진하면 국민들은 당장 이명박 정권 퇴진을 위해 싸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70년대 운동가요 '바람가'로 경고를 날렸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여의도에 바람이 불어 국회에 불이 붙었다. 잘탄다. 신난다. (…) 불이 붙어도 물이 있어도 안 끈다. 랄라라라라라라 소방대원은 구경만 한다."

 

공연과 말로 풍성했던 촛불문화제는 밤 9시 10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전국언론노조는 우선 MBC 남문 광장으로 이동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오는 31일 오전 11시 YTN에서 집회를 연 뒤 오후 7시 종각 앞에서 다시 모일 계획이다.

 

한편, 촛불문화제가 끝난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불교평화연대 등 불교단체들이 '한미FTA 저지, 반민주악법 저지를 위한 불교인 철야 시국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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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31 00:15 ⓒ 2008 OhmyNews
#전국언론노조 #언론 7대 악법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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