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MB 악법'은 막아야지요

'MB 악법 저지' 위한 울산인권운동연대 릴레이 시위에 참여하다

등록 2008.12.31 19:54수정 2008.12.31 19:5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울산시청앞 1인 시위 피켓 뒷면에는 '인권말살 MB악법 저항으로 막아내자'는 문구가 적혀있다. ⓒ 박미경

▲ 울산시청앞 1인 시위 피켓 뒷면에는 '인권말살 MB악법 저항으로 막아내자'는 문구가 적혀있다. ⓒ 박미경

 

내가 건강이 안 좋아 울산인권운동연대를 그만 둔지 20일이 지났다. 요즘 계속 치료중이다. 29일 오후였다.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미경씨, 뭐하세요?"

"그냥 집에 있는데요"

"30일부터 이틀간 시청 앞에서 ‘MB 악법 저지’ 1인 시위가 있으니 내일오세요."

"안 그래도 내일 수지침 맞으러 울산 가야하는데 마치고 갈게요."

 

전화를 끊고 일기예보를 들으니 날씨가 쌀쌀하다고 한다. 찬 공기 알레르기가 심한 나는 겨울을 무척 싫어한다. 밖에서 조금 떨고 나면 피부가 못 견디게 가려워 며칠 고생하기 때문이다. ‘추운데 가지말까’하는 생각이 들며 몸 사리고 싶었다. 그러나 차마 못 하겠다는 말을 못했다. 다른 분들 고생하는데 혼자 쏙 빠지려니 양심에 찔려서다.

 

수지침을 맞고 나서 다소 경직된 손을 주무르며 시위장소인 울산시청 앞으로 향했다. 안경도 썼다. 눈이 약해서 찬바람 맞으면 시리고 눈물나기 때문이다.

 

시청 앞 사거리에는 인권운동연대 회원인 이재걸씨가 고생하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음 짓는다. 아마도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 그는 두 시간 시위도중 있었던 일화들을 꺼내놓았다.

 

"차를 타고 지나는 시민들이 경적을 울리며 호응하고 ‘수고한다’며 응원해줬다"며 시민들의 반응을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나가다말고 다시 와서는 장갑을 사주고 가셨다"며 두 손을 들어 보여주었다.

 

그는 어르신들이 사주셨다는 까만 장갑을 내게 물려주었다. 시민들의 고마움과 아직 식지 않은 온기를 느끼며 혹독한 추위 앞에 섰다. 앞뒤 두 개로 엮어진 피켓을 목에 걸고 바람에 피켓이 흔들리지 않게 몸에 묶었다.

 

저만치서 대표님이 그 특유의 영감 걸음으로 걸어오신다.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뵈었지만 반가운 말보다는 투덜대기에 앞섰다.

 

"아, 대표님. 저 환자인데요. 아픈 사람 이렇게 시위시키면 되나요? 하하하"

 

옆에서 이재걸씨도 웃으며 거든다. 

 

"나도 환자예요. 허리가 아파서 삐딱하게 서있었다 아잉교."

"진짜 삐딱하네요. 어떡해요."

 

몸이 안 좋으면서도 얼굴은 언제나 밝다. 안쓰러움을 감춘 채 나도 그냥 따라 웃는다.

 

한참을 서있으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얼마만의 1인 시위인가. 삼성SDI앞에서 내 남편 석방하라고 시위하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힘도 권력도 없는 내가 악으로 깡으로 분노로 이 악물고 버티던 그 숱한 날들이 정신과 몸을 약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힘이 없고 쉽게 지치던 나. 가끔씩 호흡곤란 증세를 느껴서 응급실에 가서 신경안정제도 맞고 온갖 검사를 다해봤다. 딱히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한다. 단지 우울증이 심해졌다고. 그래서 공황장애도 온 것이라고.

 

그래서다. 쇠약해진 내 건강을 위해 이젠 시위 같은 건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노동탄압이 심한 현대미포조선이나 미쳐가는 정부를 보고 있으면 속이 천불난다. 어쩌다 현대 앞이나 투쟁현장에 혼자 버스타고 간다. 도저히 가만있을 수없어서.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칼바람 부는 사거리에서 오랫동안 서있었더니 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손가락과 발이 너무 시렸다. 뒤통수는 떨어져 나간 것만 같았다. 바람이 세차 피켓도 조금 부서졌다. 햇볕을 가려버린 대형건물이 원수같이 느껴진다. 시간이 흐르자 해도 자리를 옮겼다. 건물 유리창에 반사된 약한 햇볕이 내가 서있는 곳을 잠시 비추었다. 어찌나 고맙던지!

 

시위도중, 다음 타자가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모습을 본 나 또한 이전의 회원처럼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내 볼은 빵빵해졌다. 몸살기 있다던 그에게 장갑과 피켓을 전해주며 자리를 떴다.     

 

거리의 쓰레기통과 가로등, 전봇대 등에는 울산광역시에서 부착한 선전문구가 즐비했다. '꿈과 희망이 넘치는 남구. 아름답고 푸른 생태환경도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생각하니 내 눈에는 '한숨과 절망이 넘치는 한국. 불도저로 마구 파헤쳐진 회색빛나라'라는 문구로 뒤바뀐다.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들의 ‘MB 악법 저지’ 릴레이 1인 시위는 울산시청 앞에서 30~31일 이틀간 진행했다. 올 한해 지긋지긋하게 국민의 삶을 좀먹었던 쥐의 해도 국민의 원망과 분노 속에 그렇게 저물어갔다. 기축년을 맞는 새해에는 황소의 넉넉함처럼 세상만사 좋은 일만, 기쁜 일만 가득하길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울산인권운동연대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첨부파일 SDC10881.jpg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인기기사

  1. 1 "'빌라왕'에 속고, 공인중개사에 속고... 인생 망했죠"
  2. 2 "나경원 털었던"... 그 검사 5명이 지금 하는 일
  3. 3 김만배와 8명의 법조팀장들, 그들이 모두 거쳐간 '이곳'
  4. 4 이 많은 '미친 여자'들을 어떻게 모았냐고요?
  5. 5 "난방비 폭등은 문재인 정부 탓" 국힘 주장 '대체로 거짓'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