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인들 "휴전은 무슨, 우리만 로켓포에 죽어가는데"

[해외리포트] 이, 48시간 휴전안 수용 거부... 전쟁 장기화 태세

등록 2008.12.31 20:27수정 2009.01.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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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대 가자 공격 이스라엘 군인들이 2008년 12월 30일 이스라엘 남부의 가자지구 접경 부근 부대 집결지에서 탱크위에 서있다. ⓒ AP=연합뉴스


"하마스와 휴전? 무슨 소리! 브엘세바를 봐, 우리만 로켓포에 죽어가라고?"

휴전 여부를 묻는 나에게 옆집에 사는 예후다의 격앙된 목소리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거리는 도저히 휴전을 받아들일 분위기가 아니다.

요 며칠 배달되는 신문의 대부분의 정치면에는 하마스의 로켓포로 처참하게 파괴된 이스라엘의 모습이 실려 있다. 텔레비전에도 가자지구의 피해 상황보다는 이스라엘의 폭격 상황을 전하는 목소리로 넘쳐난다.

하마스의 대 이스라엘 공격이 극에 달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하마스의 로켓포 3000발이 이스라엘 지역에 떨어졌다.

온통 나라가 아수라장이 된 시각에 이스라엘의 주요 언론들은 프랑스가 제안한 48시간 휴전안 수용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했다. 이스라엘은 최고안보회의 수장인 수상과 외무장관 그리고 국방장관 등 3인방이 모여 48시간의 인도적 휴전안을 놓고 4시간의 힘겨운 논의를 벌이고 있었다.

끝내 이스라엘은 휴전안을 거부하고, 추가로 2500명의 예비군 소집을 결정했다. 

이스라엘, 휴전안 거부... 추가 예비군 소집


프랑스는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 인도적인 물자지원을 하는 동시에 하마스의 의사를 파악하자며 48시간 휴전안을 제안했었다. 바락 국방장관은 48시간 휴전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신중함을 보인 반면, 수상과 외무장관은 "휴전은 없다"는 강경자세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48시간 휴전안을 처음 알린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의 보도가 나간 직후, 에후드 올메르트 수상은 "공격은 1단계에 불과하며, 휴전은 없다"는 즉각적이고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인도주의적인 지원 차원이라면 4시간의 공급 중단으로도 충분하다"라는 엘리 이샤이 장관과, "48시간의 휴전은 하마스가 전열을 가다듬고, 반전의 기회를 줄 뿐이다"라는 벤 엘리저 장관의 의견이 주류를 이루어었다.

보안 3인방이 휴전안을 놓고 논의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밖에 있던 이스라엘 각료들이 대거 반대의사를 표출하면서 마침내 48시간 휴전안은 거부되었다.

이스라엘의 거듭되는 공세에 거세지는 하마스의 저항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한 27일(현지 시각),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쓰러진 시신을 붙잡고 울부짖고 있다. ⓒ AP 연합뉴스


휴전안이 거부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하마스의 거세지는 저항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개시 초반만 해도 모든 언론의 초점은 가자의 피해였다. 그러나 3일째 접어들면서 헤드라인은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으로 점점 커지는 이스라엘 내부 피해상황을 전하기에 바빴다. 전쟁을 잠재울 수 있는 48시간 휴전안이 논의되는 시점에도 하마스는 남부 최대도시인 브엘세바를 집중 공격하고 있었다.

거세지는 가자지구 주변의 이스라엘 도시들로 날아들어온 하마스의 로켓포가 온 이스라엘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가정집은 물론 학교와 공공건물에 무차별적으로 로켓포가 떨어지고 있다. 29일 저녁부터는 이스라엘 남부 최대도시인 브엘세바가 로켓포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마침 남부를 방문했던 엘리 이샤이 장관이 급하게 피하는 모습은 긴박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30일 저녁 이스라엘 교육부는 남부 전지역에 휴교령을 내렸다. 프랑스가 제안한 48시간 휴전안은 논의 자체가 시민들에게 설득력이 없었다. 현재 이스라엘 국민의 80%가 넘게 지상군 투입을 통한 하마스 전멸작전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도 침묵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강한 공격중단 요구도 먹혀 들지 않는다. 다음달이면 체코에게 유럽연합 의장직을 내놓아야 하는 프랑스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다.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좌파 재야인사인 아모스 오즈도 이번 공격의 빌미는 하마스가 제공했다며 이스라엘 공격을 크게 비난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대통령도 자국 국민이 희생되는 것에 원론적인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난하지만, 이번 사태를 불러오게 한 것은 하마스라며 사태의 원인을 내부로 돌리고 있다.

이스라엘 정치권의 전쟁 손익계산서

이스라엘의 가자공격 이후 하마스의 로켓포공격이 빗발치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비오듯 떨어지는 로켓포'라는 헤드라인으로 로켓포 피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날 로켓포 공격의 사전거리에 들어있는 이스라엘 대부분의 학교들이 휴교령에 들어갔다. ⓒ <마아리브>


지상군 투입은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장기전에 돌입하게 된다. 150만명이 밀집된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은 고통스런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하마스가 죽어나가는 만큼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과 가자 깊숙히 들어가 거리전을 벌여야하는 이스라엘 군의 피해도 불보듯 뻔하다.

2월 10일로 예정된 선거에서는 카디마당의 찌피 리브니, 노동당의 에후드 바락, 그리고 최대 야당인 리쿠드당의 벤야민 네탄야후가 유력한 수상 후보다. 수상직을 사임한 상태에 있는 에후드 올메르트는 다음 선거에 출마가 불가능하지만 그의 수혜도 만만치 않다. 한번 보자.

지상전 투입으로 전쟁이 장기화되면 단기 최대 수혜자는 에후드 올메르트 현 수상이다. 이미 지난 11월 수상직을 사퇴한 그는 후임 찌피 리브니 외무장관에게 수상직을 넘겨줘야 했다. 그러나 리브니 외무장관은 수상 후임으로 결정되었음에도 정부구성에 실패해 2월10일 총선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그때까지 올메르트가 수상이다. 그러나 만일 전면전이 벌어지면, 2월 선거는 6월로 연기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그의 수상직 권한은 다시 4개월 연기된다. 그는 수상직을 사퇴한 후에도 시리아와의 평화협상 등 너무나 많은 일을 시도해 잠잠하고 큰일들은 다음 정권에 넘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

2006년 레바논 전쟁으로 수상직을 시작해 가자 전쟁으로 연명하는 올메르트 수상을 향해 <뉴욕 타임스>는 '전쟁수상'이란 별명을 붙여준 바 있다.

찌피 리브니 외무장관은 지난 10월 치러진 카디마 전당대회에서 사임한 에후드 올메르트의 후임으로 결정되어 이스라엘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수상으로 확실시됐다. 그러나 그녀는 정부 구성이 난항을 겪자 차라리 차기 수상으로 선출되겠다며 내년 2월 10일 총선이라는 정면돌파 카드를 내놓았다.

그러나 하마스와의 전쟁이 터지면서 비전쟁전문가인 그녀가 뒤로 밀리고 있다. 지상군이 투입된다면 자연 2월 선거는 6월로 연기될 것이다. 특히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여성 수상보다는 전쟁경험이 많은 베테랑 정치인이 선호되면서 그녀의 인기는 하락하고 있다.

리브니와 그녀의 카디마당은 벌써 리쿠드당에 32석 대 26석으로 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녀의 두 번째 수상의 꿈이 이루어질지 불투명하다.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에후드 바락 현 노동당 당수(국방장관)이다. 최근 들어 노동당의 국민적 지지도가 이렇게 곤두박칠 지리라고는 초대 수상 벤구리온도 몰랐을 것이다. 60여년의 이스라엘 역사속에서 40년 이상을 장기집권해온 노동당이 120석중 10여석의 소수정당으로 전락한 상태이다.

그러나 가자전쟁이 시작되면서 전 군참모총장의 화려한 경력으로 바탕으로 집권당 내 영향력 있는 지휘권자가 되었다. 집권당 카디마와 연합정부를 구성해 국방장관직을 맡고 있지만 그의 전문적 결정이 전쟁의 방향을 좌우하고 있다. 바락이 리브니를 밟고 올라가고 있다고 평가가 회자된다.

지난 2006년 선거에서 11석으로 참패를 했지만 우파의 대표적인 정치인인 벤야민 네탄야후는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의 강경모드를 선호하는 이스라엘 국민들의 지지도 때문이다. 그러나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번 전쟁을 주도하는 에후드 바락의 지휘권을 지지하며 악수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네탄야후가 가자공격으로 경쟁 정당 노동당의 에후드 바락을 더욱 더 큰 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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