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비는 사람들...'가족 건강'이 1순위

새해 첫날, 구룡사에서 무슨 소원 빌었을까?

등록 2009.01.02 19:04수정 2009.01.0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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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힌 치악산 기슭 ⓒ 추연만


강원도 구룡사에서 새해 첫날을 맞았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새해 첫날은 새 출발을 다짐하는 날입니다. 그래서겠지요? 해돋이를 보려는 인파로 고속도로는 북새통을 이룹니다. 교회에서 송구영신 예배를 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정초기도를 올리는 사람들로 사찰을 찾는 이들이 어느 때보다 많아보였습니다.

구룡사. 지난 10월말 경에 처음 와본 게 인연이었는지, 불자가 아님에도 새해 첫날 이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구룡사는 '치악산의 보물'로 불릴 만큼 주변풍광과 더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절입니다.


구룡사,  자연의 아름다움 간직한 ‘치악산의 보물'

치악산을 오르는 여러 코스 가운데 구룡사를 거치는 산행길이 가장 볼거리가 많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얘깃거리도 많습니다. 높이 1288m인 치악산은 원주시의 진산이긴 하나 그 너른 품은 횡성군과 영월군까지 걸쳐 있기에 강원 영서지방을 대표하는 큰 산으로 봐야 합니다.

백두대간과 연결된 치악산에는 예로부터 호랑이가 산 큰 산이었습니다. 수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치악산 기슭마을에는 소를 호랑이에게 산 채로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남아 있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인직이 1908년 발표한 소설 <치악산>에서 "백주에 호랑이가 득시글거려 포수가 제 고기로 호랑이 밥을 삼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금강산은 문명한 산이요, 치악은 야만의 산이더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산이 깊고 험해 사람들 발길이 뜸했다는 말이겠지요? 등산하는 이들도 치악산을 '악산'으로 손꼽는다 합니다. "치가 떨리고 악이 받치는 산"이란 표현도 나돕니다. 그런 까닭에, 치악산이 다른 산에 비해 원시적인 자연미가 아직까지도 살아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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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계곡 아름다운 구룡사계곡 ⓒ 추연만


구룡사 매표소 길목에서부터 산길이 시작됩니다. 길 따라 걸으면, 자연스레 수려한 자연풍광을 만나게 됩니다. 치악산 보물인 구룡계곡이 산길 좌우로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계곡 물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어느새 신선한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향긋한 소나무향도 코끝을 맴돕니다. 계곡과 산비탈의 쭉쭉 뻗은 아름드리 노송이 여행객의 눈을 무척 즐겁게 합니다. 껍질이 붉은 '적송'입니다. 적송 숲길은 구룡사 입구에서 세렴폭포까지 3㎞ 구간까지 그 자연미를 뽐내고 있습니다. 가족과 연인들이 숲길을 따라 가벼이 걷기에는 안성맞춤 코스로 그만입니다.

'황장금표'(黃腸禁標)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황장목을 베지 말라는 표시를 돌에 새겼습니다. 황장목은 조선시대 궁궐 짓는 데 사용한 속이 붉고 단단한 적송으로써 금강소나무로 불립니다. 요즘 금강송이 귀한 탓에, 앞으로 국가에서 사용할 나무를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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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적송 쭉쭉 뻗은 적송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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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금강소나무 적송 ⓒ 추연만


호랑이 사라진 치악산 기슭에 금강송이 주인 노릇

구룡교를 건너면, 쭉쭉 뻗은 노송군락이 일품입니다. 구룡사 일주문인 원통문까지 장관을 이룹니다. 차가 오가는 넓은 길과 별도로 걸어서만 가는 길이 따로 나있습니다. '아름다운 적송 길'이란 안내판도 보입니다. 느린 걸음이어야만 제 맛을 느끼는 길입니다. 쭉쭉 뻗은 노송을 안아보는 체험도 하며 솔숲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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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구룡사의 유래 안내판을 보는 이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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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를 찾아서 새해 첫날, 구룡사 계단을 오른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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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전경 10월말 처음 방문때 찍은 사진입니다. 늦가을, 소나무와 참나무 단풍이 어울린 풍광도 보기 좋지요 ⓒ 추연만


구룡사 입니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깊은 연못이었던 이곳에 아홉 마리 용을 내쫓고 절을 세웠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절 바로 위에는 구룡계곡 최고의 명소인 구룡소가 있습니다. 의상대사에게 쫓긴 아홉 마리 용 중 하나가 마지막까지 머물렀다는 전설도...

새해 첫날 오전, 이미 산행을 끝내고 하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치악산을 오르는 이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때마침 구룡사 대웅전에는 스님들의 독경소리와 함께 정초기도를 올리는 이들이 연거푸 절을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필자와 함께 간 지인들도 비록 불교신자가 아니었지만 절을 올렸습니다. '가족의 건강과 사업이 잘되길 빌었다'는 게 공통적인 기도의 내용.

"형님은 우리처럼 절을 몇 번 하는 것보다 108배는 해야지 않겠습니까?"

대웅전을 나온 선배에게 슬며시 권유했다. 지난 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선배이기에 108배로써 '새출발을 다짐'하라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108배는 무슨..." 선배의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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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천불각에서 108배 108배를 하는 선배님 ⓒ 추연만


대웅전 옆 천불각으로 이동했습니다. 아무도 없었고 발끝이 시릴만큼 냉기가 돌았으나 둘이서 절을 올렸습니다. 필자는 소원 하나씩 외며 일곱 번 절을 했으나 선배는 그칠 줄 몰랐습니다. 결국, 선배를 108배를 다 채웠습니다. 뭔가 간절한 바람이 드러나는 모양이었습니다. 곁에서 보는 이의 맘도 뭉클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절 안팎으로 새해소망을 기원하는 모습이 끊이질 않습니다. 1만원을 내고 불사용 기와장에 자신의 바람을 글로 옮깁니다. '가족의 건강'이 1순위로 적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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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건강 기원 불사용 기왓장에 쓴 가족건강 ⓒ 추연만


어느덧 공양(식사)시간이 되었나 봅니다. 비록 신자는 아니자만 스님들과 더불어 떡국을 먹었습니다. 난생 처음 절에서 떡국을 먹었습니다. 새해 첫날을 그렇게 구룡사에서 보냈습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짐은 무슨  까닭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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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떡국 구룡사에서 먹는 새해 떡국 ⓒ 추연만

덧붙이는 글 | 영일만뉴스(01manfriend.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영일만뉴스(01manfriend.com)에도 실렸습니다.
#구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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