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북핵' 만지작거리는 네오콘... 마지막 발악?

[심층분석] 딕 체니 "북한, 시리아 핵개발 도왔다"

등록 2009.01.09 17:45수정 2009.01.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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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31일 미국 하원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 뒤로 대표적인 네오콘 세력인 체니 부통령(왼쪽)이 서 있다. ⓒ 백악관 홈페이지

2007년 1월 31일 미국 하원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 뒤로 대표적인 네오콘 세력인 체니 부통령(왼쪽)이 서 있다. ⓒ 백악관 홈페이지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마지막 반격에 나서고 있다. 선봉에 나선 사람들은 딕 체니 부통령과 스테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다. 체니는 1월 8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공산정권은 핵 야망을 갖고 있으며, 예컨대 시리아가 원자로를 건설하는 것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해들리는 미국 국제안보전략연구소(CSIS) 연설에서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미국을 시험하려 들 것이라며, "미국 정보기관 내에서는 북한이 비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들리는 북한이 검증의정서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 최근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어떠한 진전을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첫번째로 다뤄야할 대북정책은 검증의정서 관철이라는 의미이다. 해들리의 주문대로 오바마 행정부가 초기부터 검증의정서 관철을 추진할 경우 북미관계와 6자회담은 상당한 진통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북한의 시리아 핵지원설과 우라늄 농축 의혹

 

주목할 점은 체니와 해들리가 언급한 북한의 시리아 핵지원설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보유 논란은 지난 7개월간 부시 행정부가 언급 자체를 피해왔던 사안들이라는 점이다.

 

2007년 10.3 합의에서 북한이 완전하고 정확한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기로 약속한 이후 시리아 핵지원설과 UEP는 '뜨거운 감자'였다. 미국은 플루토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이들 문제도 신고서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북한은 있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신고하냐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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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7일자 CNN 기사에 실린 북한 영변 핵시설 광경. ⓒ CNN 사이트 화면

2008년 6월 27일자 CNN 기사에 실린 북한 영변 핵시설 광경. ⓒ CNN 사이트 화면

결국 반년 동안 지속된 양측의 공방전은 미국이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은 이를 이해한다'는 비공개 양해각서를 통해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북한은 2008년 6월말 핵 신고서를 제출했고,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종료 방침을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표했다. 체니와 해들리 등 행정부에 잔류한 네오콘들은 강력히 반발했지만,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입단속으로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임기 종료 10여일을 앞두고 이들은 다시 최후의 반격에 나서고 있다. 시리아 핵지원설과 UEP라는 '식은 감자'를 다시 달궈 "단호하고 직접적인 대북협상"에 나서겠다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를 떠넘기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정책결정자였던 때에도 관철하지 못했던 두 가지 사안을 다시 부각시키는 한편, 검증의정서 채택이 6자회담 진전의 조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오바마의 대북정책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네오콘의 마지막 발악, 냉소적인 주요 언론의 반응

 

그러나 시리아 핵지원설과 UEP를 가지고 곧 출범할 오바마 행정부를 견제하려는 네오콘의 의도는 충족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2007년 9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핵의혹 시설의 실체적인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현장 실사에 나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시설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시리아와 이스라엘에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묵묵부답이다.

 

이에 따라 파괴된 시설이 핵시설인지, 핵시설이 맞다면 북한의 지원으로 건설된 시설인지 판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이미 핵의혹 시설은 파괴된 상태이고, 오바마의 중동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시리아-이스라엘 평화협상 중재라는 점에서 오바마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가능성도 거의 없다.

 

UEP 논란 역시 마찬가지이다. 해들리의 주장에 대해 미국 전문가와 워싱턴포스트조차 갸우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UEP를 면밀히 추적해온 워싱턴포스트의 글렌 케슬러 기자의 1월 8일자 기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문은 행정부와 정보기관 관료들의 발언을 종합해 UEP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판단 자체가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국방정보국(DIA)과 중앙정보국(CIA) 일부 관리들은 북한이 제공한 알루미늄관과 문서에서 극소량의 농축 우라늄 흔적이 발견된 것을 북한의 UEP 보유의 유력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딕 체니는 이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핵무기를 관리하고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온 에너지부는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 무기사찰단을 지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의 진술이 주목된다. 그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관련 정보를 보고받았다며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나는 북한의 알루미늄관과 문서에서 '1개의 농축 우라늄 입자'가 발견되었다는 것이고, 그 입자는 3년 6개월전에 묻은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올브라이트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이 북한에 제공한 소량의 원심분리기에 남아 있던 농축 우라늄 입자들이 북한의 알루미늄관과 문서에 묻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에너지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반면 DIA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가동한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부가 DIA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 근거는 이렇다. DIA가 북한의 UEP 보유 근거로 내세우는 '1개의 농축 우라늄 입자'는 다른 입자들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outlier)'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묻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참고로 'outlier'는 통계학적 가치가 거의 없는 데이터를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올브라이트는 해들리의 발언이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보기관 내에서조차 이견이 있는 분석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부풀리는 것은 "논란을 증폭시켜 오바마에게 뜨거운 감자를 넘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패로 끝난 2008년 12월초 6자회담의 최대 쟁점이었던 검증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당시 한국·미국·일본은 검증의정서에 시료채취를 포함한 과학적 절차가 명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북한은 불능화 시설에 대한 검증은 수용할 수 있지만, 플루토늄 보유량을 검증하기 위한 시료채취는 현 단계에서 합의할 사안이 아니라도 맞섰다.

 

그런데 체니와 해들리가 시리아 핵지원설과 UEP 문제를 느닷없이 들고 나온 데에는 이들 사안 역시 검증의정서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재점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만약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시도하지 않을 경우 대북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즈>의 지적은 정곡을 찌른다. 신문은 작년 12월 28일 사설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는 "단호하고 참을성 있게" 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오바마에게 좋은 충고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처방은 맞는데 정작 부시 행정부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요지는 이렇다. 북핵 검증은 필수적이지만, "합의에 따르면, 나중에 다뤄야 할 사안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강경파에 밀려 무리하게 검증의정서 채택을 추진했고, 이에 실패하자 대북 에너지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위반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중단하고 무기급 플루토늄을 다시 생산할 수 있는 권리가 있게 된다"며, "이러한 상황 전개는 오바마에게 긴박한 위기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6차 북핵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가 열린 10일 오후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중국 베이징 켐핀스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숙소로 돌아가며 기자들의 추가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제6차 북핵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가 열린 10일 오후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중국 베이징 켐핀스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숙소로 돌아가며 기자들의 추가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MB의 역할이 중요한 까닭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가 '친북 매체'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매체가 부시 행정부, 특히 네오콘을 비판하고 나선 데에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흘리고 합의되지도 않은 사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북핵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어쨌든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 네오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리아 핵지원설, UEP, 검증 등의 사안을 꺼내들면서 오바마의 대북정책의 발목을 잡으려 할 것이다. 특히 이들의 목적은 북핵 협상에서 이러한 사안들을 관철하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협상 자체를 파탄내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을 공산이 크다. 부시 8년간의 경험을 통해 세 가지 사안을 관철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 그리고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네오콘의 발악은 오바마의 대북정책을 궤도에서 이탈시킬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정부이다. MB 정부가 지난 6자회담에서 했던 것처럼 일본과 '몽니연대'를 구축해 앞으로도 계속 발목을 잡으려고 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로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한해에도 남북관계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북미관계와 6자회담 진전 가능성에 대한 조바심과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MB 정부가 한미공조 및 검증 문제를 이유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에 훼방을 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MB 정부가 <뉴욕타임즈>의 충고처럼 합의에 충실하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6자회담에 임한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는 순항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2009.01.09 17:45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네오콘 #북핵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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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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