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같은 '화', 나는 이렇게 다스린다

등록 2009.01.10 14:44수정 2009.01.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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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다투고 난 뒤 마음은 늘 무겁다. 나는 꼭 싸운 후 '그게 화낼 일이었나?'를 스스로 묻곤 하는데, 가만 보면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여서 내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한 경우가 허다하다.

 

가만 보면 우리가 사는 삶도 그런 것 같다. 그 때 당시에는 세상이 무너질 것인양 불 같이 화를 내며 다투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일인 경우가 참 많다. 그리고는 '그 때 한번 더 참을 걸...'이란 후회를 하곤 한다.

 

도대체 화를 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얘기를 듣다 보면 정치부터 시작해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 이유가 아닌 것이 없다. 모든 것이 화가 나게 하는 이유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현상이 나이나 성별과는 별 상관 없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유치부 어린이부터 청소년, 청장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이유로 화를 내며-특히, 청소년, 청년 층은 입에 욕설을 달고-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나는 궁금하다. 정말 그 일 때문에 내가 화가 난 것일까.

 

사례1) 한 여름 계속되는 장마를 경험할 때 우리는 뜨거운 햇살을 갈망하곤 한다. 그런데 참 재밌는 것은 장마가 끝나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쬘 때 우리는 너무 덥다고 투덜대는 모습을 보인다.

 

장마는 그저 장마의 일을 하는 것 뿐이고, 햇살은 그저 여름 햇살다운 더위를 내는 것뿐인데,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하며 화를 내곤 한다.

 

사례2) 아이들은 뭔가 하나 갖고 싶기 시작하면 그것이 이뤄질 때까지 떼를 쓰고, 화를 내곤 한다. 그런데 참 재밌는 것은 그것을 갖으면 그 때는 좋다 하면서도 이윽고 또 다른 것을 갖지 못해 화를 내곤 한다는 것이다.

 

어른도 그렇다. 내가 타고 싶은 차를 갖지 못하면 마음에서 불행을 느끼고, 내 능력과 현실에 화를 내기도 하는 데, 막상 그걸 갖고 나면 또 다른 것을 갖지 못해 불행을 느끼고, 화를 내게 된다.

 

결국 진짜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보고, 반응하는 나의 '반응체계'에 있다는 것이다. 장마를 보고 짜증과 화를 내고, 더위를 보고 또 다시 짜증과 화를 내는 나의 반응체계. 뭔가 갖고 싶은 게 생겼는데, 이걸 가져도 또 다시 다른 걸 갖고 싶어 안달나 버리는 욕심과 집착의 반응체계에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바로 이 '화'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당연히 배우지 못하니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도 잘 모르게 된다. 종교에서도 그저 화를 내지 말고, 온유하거나 그러려니 하라고만 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또 이런 '화'를 딱히 분출할 만한 곳도 별로 없다. 겨우 있는 게 유흥시설정도이니 밤마다 우리의 거리는 취객과 이들의 구토가 넘쳐난다.

 

이래서 어디 사는 게 사는 것 같을까. 몸은 망가지고,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가니 말이다. 사회는 묻지마 범죄나 이웃이나 가족마저도 살인을 하는 극단적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분노가 차고 넘칠 지경인 것만 같다.

 

그렇다면 이 '화'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사실 나 역시 운전을 하거나 아내와 대화를 하며 자주 화를 내곤 한다. 그런데 요즘은 친절까지는 아니여도 화내는 횟수나 정도가 상당히 감소하는 걸 스스로 느끼곤 하는 데, 그것은 다음과 순서로 진행하는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1.내가 화 내려 할 때 정신줄을 놓지 않고 그 순간을 스스로 깨닫는다.(아... 내가 지금 화내려 하는구나... 이런 식으로)

 

2.'지금 이게 화낼 일인가. 정말 화낼 일인가. 진짜 꼭 화를 내야만 하는가'라고 세번 묻는다.

 

3.내가 할 말을 한번 이상 걸러내어 내뱉는다.

 

4.그래도 참지 못할 경우 속에 있는 말을 하되 반드시 깔끔하게 풀어내는 "화해"를 "먼저" 청한다.

 

극도로 분노하는 경우 상대방을 공감하는 건 말할 것도 없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나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상처를 줄 말이 가벼운 아픔으로 줄어들고, 가벼운 아픔이 될 말이 서로 이해할 수준으로 줄어든다. 서로 이해할 수준의 말은 원활한 대화로 마무리될 수 있다.

 

분명 내 의지에 따라 '화'를 내는 내 '반응체계'는 조절될 수 있다. 이것은 '화'를 원활히 풀어내며 내 인생을 좀 더 여유있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 적어도 내 경험은 그러했다. 만약 내 의지가 약하다면 꼭 이런 노력을 하려하지 말고, 그저 '내가 화를 내는 구나..' 라고 내 몸을 느끼도록 해보자. 이것만으로 벌써 반은 성공한 셈일 테니 말이다.

 

또한 이제는 우리 사회 역시 '화'를 다스리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좀 더 느낄 필요가 있다. 선진국처럼 학교나 직장내 전문 상담사를 배치하여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부담 없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문화공간 확보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보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1.10 14:4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 #마음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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