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평생 치료만 받고 살아야 하나요?"

뇌병변 걸린 딸 선화 위해 열심히 한국어 배우는 호녹쩌우

등록 2009.01.16 15:17수정 2009.01.1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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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이 축 늘어진 아이를 업고 병원에 가는 거 보면 너무 딱해요. 선화 아빠가 일용직이라 병원에 동행해 주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또래 아이들보다 덩치는 큰데, 애 엄마는 작아서 꼭 아이 같잖아요. 우리라도 형편이 낫다면 어떻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이는 국제결혼한 지 1년을 넘긴 부부로 출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안쓰러워하는 아이 엄마는 4년 전 결혼하여 입국한 베트남 출신 호녹쩌우입니다. 호녹쩌우는 얼마 후에 만 3살이 되는 선화의 엄마입니다.

 

선화는 태어난 지 1년이 지났을 때 뇌병변 근육병(장애 1급)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혼자는 걷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앉아 있지도 못해 엄마가 항상 옆에서 지켜 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완치가 어렵다고 합니다.

 

선화는 무릎 사이에 앉혀 놓으면 몸이 축 늘어지지만, 그래도 다리를 털며 자기의 기분을 드러냅니다. 자폐 치료도 병행하고 있는 선화는 늘 무표정한 것 같지만, 기분이 나쁘면 얼굴을 찡긋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선화를 '앙' 깨물고 싶을만큼 귀엽습니다.

 

딸에게 한국어 가르치겠다는 호녹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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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민 한국어교실 수료식에 참석한 선화 엄마와 선화 선화가 의자에 기대 앉아 있는 모습 ⓒ 고기복

▲ 결혼이주민 한국어교실 수료식에 참석한 선화 엄마와 선화 선화가 의자에 기대 앉아 있는 모습 ⓒ 고기복

선화는 '뇌병변'이라는 진단을 받고 아주대병원에 보름간 입원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계속적인 물리 치료를 통해 근육의 힘을 길러주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듣고 퇴원해야 했습니다. 그 후 매주 두 번씩 아이를 업고 병원을 오가는 선화 엄마는 힘든 기색 없이 "이렇게 치료를 받다 보면 선화가 혼자 설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이 생기기도 해요, 아직은 어리니까요"라고 말합니다.

 

그런 희망을 안고 선화 엄마는 지난해부터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있는 결혼이주민을 위한 한국어교실에서 같은 처지의 결혼이주민들과 만나는 즐거움도 누리지만, 언젠가는 선화에게 한글을 가르쳐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안고 공부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국적도 취득하고, 아이의 교육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선화 엄마는 자식을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내할 각오가 돼 있음을 감추지 않습니다.

 

한편 선화 때문에 둘째는 엄두도 못 낸다는 선화 아빠는 아내에게 못내 미안하기만 합니다. 가진 거라곤 일용직 노동을 하기 위해 마련했던 10년이 넘은 승합차 한 대와 몸뚱이 밖에 없어, 아내에게 변변하게 해주는 게 없어 미안하다고 합니다. 혹 아내가 타국에서 희망 없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건 아닐까란 걱정에 점차 말수가 적어지고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만 앞선다고 합니다.

 

"누가 차도라도 있을 거라 말해주면 좋겠어요"

 

보증금 없이 월세로 살고 있어, 아이를 위한 물리치료 공간을 집안에 마련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장애아동시설에 아이를 맡겨보려고 했지만, 자리가 없어 자리가 나기를 기다린다는 선화 아빠. 최근엔 일감이 없어 속이 타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년부터 생계를 위해 영업용 차량을 갖고 있더라도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선화가 평생 치료만 받고 살아야 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아직은 어려서 병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고 하지만, 누가 차도라도 있을 거라는 말을 해 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교육이 최선의 치료라고 하는데,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고요."

 

미래가 불안하다는 선화 아빠나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칠 꿈을 꾸는 선화 엄마에게, 누가 뭐라고 하든, 상황이야 어떻든 선화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딸, '선화 공주'입니다.

2009.01.16 15:17 ⓒ 2009 OhmyNews
#결혼이주민 #뇌병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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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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