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동 목사, 차라리 설교자이길 포기하라

등록 2009.01.27 12:22수정 2009.01.2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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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한 편의 저급 코미디, 목사님 회개합시오>라는 글을 통해 장경동 목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비판의 글을 쓰며 글 말미에 이런 부탁을 드렸습니다.

'장경동 목사님, 참으로 쓸데없는 발언을 하시어 기독교인들과 목사들을 욕 먹게 하셨습니다. 그로 인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일까지도 하셨으니 어찌하시렵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너무 가벼이 대하지 마십시오. 너무 가볍게 전하지 마십시오. 이번 발언에 대해서 정중하게 불자들에게 용서를 구하시고,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5개월도 지나지 않아 LA한인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며 자기합리화 발언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난감합니다. 우이독경이었구나 싶었습니다. 넉살 좋다고 넘어가기에는 부흥사(?)로서의 당신의 입지는 대단하기에 같은 목사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도대체 설교가 무엇입니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합리화시키는 수단이 아닙니다. 때론 자기는 전하고 싶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자신의 입을 통해서 전하시고자 하는 말씀이기에 전하는 것이 예언이요, 설교자의 메시지인 것입니다. 그런데 뉴스를 통해서 접한 당신의 설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없이(차라리 언급을 하지 말든지), 철저하게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이전 발언을 왜곡시키는 일까지도 서슴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회개한다는 것이 참으로 힘든 것이구나를 새삼 당신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용산 철거민 사태가 난 다음날 스스로를 반성하며, 한국 교회를 개탄하며 오마이뉴스 개인 블로그에 쓴 글의 일부입니다.

설교자들이여, 현실을 논하라

한국교회의 강단에서 "오직 말씀으로만!'이라는 이야기는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다.
종교개혁자들이 한결같이 외쳤던 슬로건 중 하나이기도 한 '오직 말씀으로만!', 그러나 한국교회에서 종교개혁자들의 슬로건은 문자적으로 받아들였다. 하나님의 말씀을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민중들을 혹세무민하는 종교지도자들에게 종교개혁가들이 외쳤던 슬로건이 한국 교회에서는 이제 보수적인 종교지도자들과 보수적인 성향의 교인들의 신앙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하여 구체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설교를 하는 것은 '세상적 혹은 정치적인 설교'라고 매도를 당했으며 이원론인 사고방식에 익숙한 이들은 오로지 천상의 설교만 듣기를 원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복잡한 내막들이 깔려있으며, 단편적으로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설교자들이 현실을 논하지 않는다면, 현실을 하나님의 말씀과 통하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태한 설교자요,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는 설교자에 불과하다. 현실은 없고 오로지 하나님 나라만 외치는 설교자는 사이비종교지도자에 불과한 것이다. 더 나아가 약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설교자들을 정치설교를 한다고 몰아붙이면서 강자들 혹은 부자들을 대변하는 설교는 복음적이라고 착각하는 멍청한 설교자들 혹은 반공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좌파(?) 혹은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경멸 혹은 저주만이 복음이라고 생각하는 또라이들도 있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들은 여기서 접자.

어제 용산사태로 인해 철거민들이 5명이 사망하고, 경찰이 1명 죽는 끔찍한 사고가 생겼다.
이 사건의 의미가 무엇인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며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해야할 것인가를 설교자는 설교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용산사태에 대한 일언반구없이 복음적인(?) 설교를 하는 설교자가 있다면 혹은 용산사태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돌리고 법질서확립 운운하는 설교자가 있다면 그것은 설교자의 탈을 쓴 위선자에 불과한 것이다. 설교자의 마지막 보루는 최소한의 양심이다. 그것마저도 잃어버린다면 차라리 설교자의 반열에서 이탈하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죄를 덜 짓는 일이다.

그런데 용산사태만 그럴까?
설교자들의 무감각함으로 인해 강단에서 선포되었어야 할 수많은 일들이 얼마나 많이 사장되었을 뿐 아니라 왜곡되었는가? 그리고 오늘날 한국 대다수의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가?

설교자들이여, 현실을 논하라!
용산사태를 생각하면서 이번 주 한국교회에서 과연 그 말씀을 성서로 풀어낼 수 있는 설교자가 몇이나 될까 싶었다.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약자의 편에서 제대로 말씀을 풀어낼 설교자가 몇이나 될까? 그리고 그것을 듣는 청중 중에서 그것을 불편하게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 뜨겁게 '아멘!'으로 화답하고, 그동안 철거민들에게 무관심했던, 재개발 속에 숨어있는 개발독재논리를 보지 못한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는 청중은 몇이나 될까.....아, 절망이다. 절망이다.

그럼에도...
당신들이 진정한 설교자라 생각한다면, 현실을 논하라! 현실을 회피하지 마라.

나는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이유 중 결정적인 한 가지는 유명강사입네 하는 분들의 망언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유명 부흥강사들만 좋아하는 교인들의 합작품인 것이죠.

설 연휴가 낀 이번 주일에 장목사님은 어떤 설교를 하셨을까 궁금합니다.
많은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용산 철거민들에 대한 애도 혹은 그와 관련된 설교보다는 제사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며 '우상숭배하지 말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떤 몹쓸 설교자들은 차라리 언급이나 말지 철거민들을 두 번 죽이는 발언도 했을 것입니다. 교회마다 돌아다니고 확인할 수 없었으니 짐작이지만 그것이 현실인 것이 한국교회의 솔직한 자화상입니다. 현실은 어디로 가고, 하나님의 말씀도 어디로 가고, 오로지 자기선전만 남은 한국의 강단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장경동 목사님, 타종교에 대한 공부를 좀더 깊이있게 하시길 바랍니다.
신학교에서 <종교학개론>을 배우셨을 터이니 다시한번 그 책이라도 숙독하시어 타종교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기독교적인 관점인지를 인지하시면 더 깊은 설교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생각이 없으시다면 아예 타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타종교에 대한 이해없이 타종교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입니다. 그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줄 때 역사적으로 종교분쟁으로 인해 피흘렸던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잣대는 종교분쟁을 야기시키는 무분별한 행동입니다.

또다시 년초부터 구설수에 올라 심기가 불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년초부터 당신의 비상식적인 발언으로 인해 함게 욕을 먹어야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으니 더 불편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연초부터 수많은 목사들이 '먹사'라 욕을 먹고,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개독교'라 욕을 먹는 일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혹시 이걸 무슨 '고난' 혹은 '핍박'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요.

지난 해 8월 당신께 드렸던 말씀을 또 드려야겠습니다.

'장경동 목사님, 참으로 쓸데없는 발언을 하시어 기독교인들과 목사들을 욕 먹게 하셨습니다. 그로 인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일까지도 하셨으니 어찌하시렵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너무 가벼이 대하지 마십시오. 너무 가볍게 전하지 마십시오. 이번 발언에 대해서 정중하게 불자들에게 용서를 구하시고,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시길 바랍니다.'
#장경동 #타종교 #불교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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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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