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 살아나야 나라경제가 산다!"

현장에서 농촌을 살려내는 방법 찾기

등록 2009.02.03 11:07수정 2009.02.03 17:4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창녕읍내 전경 화왕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창녕읍내 모습 ⓒ 박종국


2002년 3월말 경남 창녕군의 인구수는 7만502명이었다. 그런데 2007년 1월말 현재 창녕군의 인구는 6만1577명이다(창녕군청 홈페이지 통계자료 참조). 채 6년을 종잡아 볼 때 무려 1만여명 줄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단지 자연 인구감소였을까. 아니면 인구의 노령화로 인한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때문일까. 이도 저도 타당한 이유가 되겠지만, 정작 상주인구가 줄어든 까닭은 딴 데 있다.


무엇보다도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났다. 비단 이러한 현상은 창녕만이 갖고 있는 특수성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인구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현재 평균연령이 4,50대로 타 지역에 비하여 낮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자의반타의반으로 도시로 옮겨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됐습니더. 젊은 사람들이 없으니께 기대도 안하지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개 너머 버섯공장이 억수로 잘 돌아갔다아임니꺼. 그 덕분에 젊은 일꾼들이 마을 빈집을 손봐서 많이 살았지예. 근데 지금은 다 떠나버리삔기라. 경기가 안 좋으니까 버섯공장도 견뎌낼 재간이 있겠나? 문 닫아뿌릿지. 그라고 지금 우리 동네는 예순 나이가 되어도 노인당 출입을 못하는기라. 늙은이들만 박실박실하다아임니꺼.”

a

화왕산을 오른 부곡 아이들 부곡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지난해 가을 화왕산에 올랐다. ⓒ 박종국


a

풍물 고장의 멋 풍물을 즐겨하는 창녕 아이들 ⓒ 박종국


하창신(76, 도천면 도천2구)씨의 애달픔이 묻은 얘기다. 30년 전만 해도 이 마을은 60가구 정도가 벼농사와 양파를 특용작물로 재배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다들 의좋게 살아 어느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하물며 들고나는 사람들까지 터놓고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이 마을의 열여섯 가구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집안 모두가 도시로 떠났거나 오래도록 빈집으로 묵혀두어 폐허가 된 집이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 늙은이들이 모여 뭐 달리 할일이 있겠습니꺼. 그냥 세월만 축내고 있지예. 7,80년대만 해도 우리 마을도 살기 좋았습니더. 창녕양파하면 전국에서 알아줏다아임니꺼. 그란데 수입농산물, 중국산이 들어오고부터는 마을이 팍 죽어삔기라예. 그런 까닭에 젊은 사람들이 마산으로 부산으로 다 떠나뿌슴니더. 젊은 사람들이 이런 농촌에서 평생 땅 파묵고 어쩨 살겠슴니꺼. 면내 학교도 세 곳이나 있었는데 지금은 달랑 하나밖에 없습니더. ”

하 노인은 얼굴에 짙게 패인 주름살이 더욱 드러나도록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농촌의 문제는 단지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 촌락 인구가 감소한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 없어 일손이 부족한 것은 물론, 마을 인구의 고령화가 두드러져 삶에 대한 무력감이 심각하다. 농촌 규모도 작아 그에 투여되는 노동력이나 비용도 적다. 그러니 얻어지는 소득도 일천하다. 또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산 농수산물이 싼 값으로 수입되어 농촌 사람들의 수입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a

농촌풍경 작년 가을 한적한 농촌 풍경. ⓒ 박종국


고령화가 두드러진 농촌 삶에 대한 무력감이 심각해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 부재로 마을 공동체가 허물어지다보니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멀리까지 차를 타고 통학해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1988년 3월 고암초등학교 계삼분교 폐교 이후 2008년 3월 계성중학교까지 31개 학교가 입교할 아이들이 극감하여 폐교되었다. 현재도 면내 중심지 학교 상당수가 폐교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학교는 지역사회의 문화공동체를 추동하는 공간이다. 그것은 농촌사회에 있어 그 역할이 지대하다. 때문에 당장에 학교 하나가 없어지면 농촌지역의 환경은 극도로 나빠진다. 하나의 의사를 토론하고 결정할 수 있는 토대가 무너지는 것이다. 자연 병원이나 극장, 도서관 등의 문화시설은 물론, 의료 및 복지 시설이 부족하고, 교통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농촌에서 빚어지는 문제는 곧바로 도시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산물의 감소로 생산물 공급이 감소하고, 품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생산물이 적어지면, 생산물의 가격이 상승하며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부담이 된다.

a

갖가지 먹거리 지난 가을 창녕 오일장 어느 난전의 모습 ⓒ 박종국




우리가 농촌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미국의 쌀 농가는 정부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적자라고 한다. 유럽의 농민들은 농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농업소득의 40%에 달하는 정부보조금을 받고 있다. 일본은 국제사회로부터 보호주의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농업을 보호하는 데 막대한 예산과 힘을 쏟고 있다. 이들 선진국들이 왜 농업보호에 안간힘을 쏟고 있을까? 그것은 농업투자에 드는 비용보다 사회에 돌아오는 혜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논농사에 대한 직접지불 등을 통해 농민들이 농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곧 국익을 증대시키는 길일 것이다.

또한, 농업은 식량안보 기능과 국토의 균형적 발전, 전통문화 보전 등의 공익적인 기능이 있다. 쌀농사만 하더라도 홍수예방, 수질정화, 공기정화 등 환경보호 기능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19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농업이 기여하고 있는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결코 단순 경제지표로서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GDP의 2%에 불과한 농업을 지키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농촌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도 농촌은 도시에 식량, 원료 등을 제공하고, 도시의 공산품 소비 시장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농촌은 국민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생산해 내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농촌과 도시는 상호소득을 제공하는 역할을 나눠야한다. 즉 농업은 우리 국민에게 소중한 산업이므로 농촌의 문제점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한창 가실(가을걷이)할 때 학교운동회가 열린다 아입니꺼. 그럴 때면 마을사람들 모두 일손을 놓고 운동장으로 달려가지예. 운동회는 아이들 잔치겠지만 마을잔치였던 기라예. 청군백군이고 그게 무슨 상관입니꺼. 그냥 기분 좋게 하루 뛰고 달리면 그것으로 만족하지예. 그러나 요즘 운동회는 괜히 시들합니더. 워낙 아이들이 적다보니께 운동회 맛이 안나는기라예”

a

가을 운동회 참가한 학부모 지난 해 부곡초등학교 가을 운동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의 즐거운 모습 ⓒ 박종국


운동회 얘기를 하다말고 하 노인은 마른 담배만 태운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지만 정작 고향을 지키는 자식이 없다고 했다. 요즘 세상에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고령에 농사일이 워낙 힘에 부치다보니 자식들 중 어느 하나라도 다시 들어왔으면 좋으련만, “아이들 공부 땜에 아직은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친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이게 지금의 농촌 현실이다.
     
그런다면 공생적 차원에서 농촌을 살려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도시로 떠난 젊은이들이 귀농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농촌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이 되살아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기자는 칠년째 소규모 농촌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나마 재작년까지 학년마다 두 반씩이던 학급이 작년부터는 한 반으로 동쳤다. 아이들이 줄어든 것이다! 그 많은 아이들이 어디로 갔을까? 그 결과 도시 학교는 다인수 과밀학급에 열악한 교육환경에 허덕이고 있다.

a

동심 올겨울 모처럼 창녕에도 눈이 내렸다. 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 ⓒ 박종국


그렇다고 농촌을 살려내고 농촌학교를 지켜내는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농촌에 사는 아이들이 많아지게 하면 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여성의 출산을 독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성의 출산을 독려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대책일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받아들이기에 ‘불가능한 임무’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로 하여금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게 유도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인구문제를 보는 눈을 바로 돌려야한다. 더불어 국민과 노동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한다. 농촌으로 결혼해 오는 이주여성이 늘어나는 요즘, 인종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공생적 차원에서 농촌을 살려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래서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출산율 감소를 ‘재앙’이라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출산율이 감소하는 이유에 주목해야한다. 그 이유도 규명하지 않은 채, 출산율을 감소시키는 정책을 고집하면서, 출산율 감소를 재앙으로 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출산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은 자녀의 교육비라고 했듯이 작게는 사교육비, 크게는 대학입시 전쟁이 문제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교육비 문제가 출산율 저하의 주요 원인이다. 그게 또한 이농현상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우리 아빠는 구미에서 큰 공장을 경영하셨어요. 그런데 우리들만큼은 흙을 밟고 살아야한다고 이곳에 왔어요. 그 때문에 엄마아빠가 많이 다퉜어요. 교육환경이 좋은 데를 두고 농촌에 가서 산다고요. 하지만 지금은 엄마도 잘 왔다고 해요. 저도 좋아요.”

작년에 담임했던 유림이 얘기다. 아무리 도시에 사는 것이 편리하고 교육환경이 좋다고 해도 농촌에 살아보니 농촌사회에 사는 게 좋다는 이유를 체감하고 있다. 현재 창녕은 지리적으로 내륙에 위치하여 대구와 마산, 부산 등 대도시와 연계되는 육로가 비교적 잘 발달되어 있으나 성장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a

양파 시배지 창녕 양파는 창녕의 특화작물이다. ⓒ 박종국


a

우포늪 여름 우포늪은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 박종국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이, 양파, 고추 등 특화작물에 대한 재배방법을 더욱 개발하고 홍보하며, 지자체와 군청이 보다 적극적으로 농민을 지원해 주면 창녕은 살아난다. 부수적으로 명산인 화왕산과 천혜의 자연보고인 우포늪, 부곡온천을 패키지로 체계적으로 관광자원화하면 지역경제가 활력을 얻는 것은 물론, 농촌살림에도 크게 보탬이 될 것이다. 그게 농촌을 살려내고 창녕을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방안이다. 농촌이 살아나야 나라경제가 산다! 
#창녕 #양파 #농촌 #특화작물 #공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