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담임으로 어떤 선생님이 좋을까요?

[28년째 초등교사가 말하는 초등교육이야기 1]

등록 2009.02.15 15:28수정 2009.02.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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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식 모습 오랜 학교교육의 첫 관문인 초등학교 입학식, 언제부터인지 입학을 하는 아이들에게 축하를 보내기 전에 마음이 먼저 짠해집니다. ⓒ 이부영


새 학년, 새 학기가 다가왔습니다. 올해 입학을 해서 새내기 초등학생이 되는 아이들도, 한 학년씩 높은 학년에 올라가는 재학생들도 새 학년 새 학기에 어떤 친구와 어떤 선생님을 만날까 마음이 설렙니다.

올해 어떤 선생님을 만날까, 공부는 잘 따라할까, 생각하다 보면 설렘보다는 아무래도 두려움이 더 크겠지요? 담임과 1년 동안 모든 교육활동을 함께하는 초등교육의 특성으로 볼 때, 어떤 담임을 만나느냐에 따라 1년이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다고들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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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이 궁금한 부모들 아이들을 교실에 들여보내고 복도에서 지켜보고 있는 부모들 마음은 오직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해서 아무 문제없이 잘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겠지요. ⓒ 이부영


아이와 학부모들은 새 담임으로 어떤 선생님을 원할까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담임 선생님으로는 학년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공부를 재미있게 가르쳐 주고,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잘 놀아주고, 유머가 있는 선생님을 원합니다. 더 원한다면 젊고 예쁘고 날씬하고 상냥했으면 합니다.

부모들이 원하는 담임 선생님 역시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아이가 원하는 것에다가 덧붙여 촌지를 바라지 않고, 체벌하지 않는 교사를 원합니다. 그러나 학부모가 가장 원하는 담임 선생님은 뭐니뭐니해도 우리 아이한테 잘 해주는 선생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점점 우리 아이한테만 잘 해주는 선생님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학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담임 조건은 다른 아이는 몰라도 우리 아이한테 잘 해 주는 선생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만나본 학부모들을 보면, 자신의 아이가 잘한다고 칭찬만 해주기를 바라거나 자신의 아이한테만 잘해 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급 담임은 한 아이만의 담이 아니라, 교실 전체 아이들의 담임이기 때문에 잘하는 아이들보다 못하는 아이, 부족한 아이한테 손이 더 많이 가야하는데도, 못하고 부족한 아이한테 손길을 더 주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깁니다.


심지어 이런 학부모들은 다른 아이 칭찬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직 내 아이만 생각해서 모든 교육활동도 내 아이 수준에 맞게 하고, 내 아이가 잘 하는 방법으로 하기를 원합니다.

아이한테 부족한 점을 학부모와 함께 의논하여 고쳐보겠다는 마음으로 아이가 갖고 있는 좋지 않은 점을 이야기하면 그만 얼굴 표정이 바뀌면서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 선생님이 잘못 보셨어요" 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뒤에 '내가 학교에 자주 찾아가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 '선생님이 뭘 원하는 게 아닐까' 하면서 아이 편에 선물을 보내거나 돈봉투를 들고 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부모에게 아이의 칭찬만 하지 잘못에 대해서 잘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생활통지표에 쓴 내용에 대해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고 항의하는 학부모들도 꽤 늘었고요.

한 아이의 학부모가 '좋아하는' 교사가 되는 것은 쉽습니다. 아이의 생활 태도가 어떻건 무조건 잘한다고 칭찬만 해주면 아이도 학부모도 좋아하니까요. 그러나 교육을 할 때 칭찬만 해서는 안 되더군요. 경우에 따라 호되게 혼내고 꾸짖기도 해야 합니다. 부모와 자식간에도 마찬가지듯이 학급 담임이 되어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클수록 칭찬할 일보다는 좋지 않은 것이 더 많이 보이게 됩니다.

학급 담임으로 좋은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일까요? 칭찬만 하는 선생님이 아닌 진심어린 꾸짖음과 나무람을 하는 선생님, 한두 아이한테만 잘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학급 전체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 잘하는 아이한테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고 못하는 아이한테 더욱 관심을 쏟는 선생님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새 학년 새 학기에 아이와 학부모가 기다리는 복권 당첨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담임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만,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잘 압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이들의 좋지 않은 행동이나 태도를 학부모들에게 말할 뿐더러, 교실에 절대로 과자와 아이스크림, 피자와 햄버거와 치킨, 사탕과 음료수를 못 사오게 하고, 미리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해 와서 수업 시간에 다 안다고 잘 난 척하면서, 처음 배우는 아이들의 기를 꺾고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에게 칭찬을 절대 못해주거든요. 그리고 아이들과 학부모가 좋아하지 않는 첫 번째 조건인 나이도 많고 예쁘지도 않은데다가 날씬하지는 더욱 않고요.

덧붙이는 글 | 2월로 초등교사 경력 만27년이 되었습니다. 27년동안 교육이 많이 바뀌었지만, 제가 초등학생 시절에 있던 그대로인 것도 있습니다. 그동안 초등학교 안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일을 중심으로 초등교육이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2월로 초등교사 경력 만27년이 되었습니다. 27년동안 교육이 많이 바뀌었지만, 제가 초등학생 시절에 있던 그대로인 것도 있습니다. 그동안 초등학교 안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일을 중심으로 초등교육이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초등교육 #새학년새학기 #담임교사 #학급담임 #초등학교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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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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