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교회 잘 된다? 그건 미국 얘기지"

불황과 교회 부흥·재정, 그 상관관계를 알아보니

등록 2009.02.25 19:57수정 2009.03.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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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향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마다 살기 바쁘니 그렇게 가끔 소식을 전하면서 사는 사이는 아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고향을 지키며 작은 가게를 하고 있는 그는 안부를 전한 후 간경화로 죽은 초등학교 동창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화제를 불경기 쪽으로 돌렸다.


"요즘 같이 장사가 안 되어선 못 살 것 같다. 작년에도 힘들었는데, 올해 들어서선 통 장사가 안 돼. 정말 미칠 것 같아. … 그래도 교회는 괜찮지? 뭐 교회는 불황에 더 장사가 잘된다고 하던데?"
"그래? 장사가 잘되는 건지는 몰라도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 우리 교회는 특수한 교회(노인요양시설 안에 있는 교회)라 그렇겠지. 어른들에게 지급되는 용돈(노령연금)이 줄지 않았으니…. 그래 넌 그리 장사가 안 되니 어쩌냐?"
"글쎄. 다 때려치우고 나도 목사나 될까? 허허허."
"아서라. 목사는 뭐 그냥 되냐? 하하하."

아직은 신앙생활을 안 하고 있는 친구라 불신앙인 특유의 빈정거림이 전화기 속에서 튀어나오는 게 자연스런 일인지라, 난 넉살 좋게 농담으로 받았다. 친구와의 통화가 끝나고 나서 요즘 '힘들긴 정말 힘든 모양이구나' 생각했다. 그 친구의 전화가 나로 하여금 불황과 교회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미국] 불황에 교회가 더 부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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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향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향을 지키며 작은 가게를 하고 있는 그는 안부를 전한 후 화제를 불경기 쪽으로 돌렸다. 장사가 안 된다고... ⓒ 김학현


미국에서 불황에는 교회가 더 부흥한다는 보도가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미국경제의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 교인 숫자가 급등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지난해 12월 1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급성장하는 교회 중 한 곳인 워싱턴주 시애틀의 마스 힐 교회는 지난해 1천 명의 새 교인이 늘어나 전체 교인수가 8천 명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마스 힐 교회와 같은 대형교회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뉴욕주 맨해셋의 작은 교회인 셸터 록 복음주의 교회도 6주 연속으로 교인들이 증가해 예배실을 확장하거나 예배장비를 들여놓는 등 새 교인 맞이에 분주했다. 또 같은 지역 웨스트 오렌지의 라이프 크리스천 교회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교인수가 평소의 두 배나 되었다.

신문은 이처럼 불황으로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안식과 희망을 찾아 교회들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마다 교회의 성장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경제 불황기마다 교회가 크게는 50% 정도 부흥하는데 그 원인으로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들이 대부분 경제위기와 관련된 재정적, 영적인 조언들과 상담을 어떤 형식으로든지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 불황과 교회부흥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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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기마다 교회가 크게는 50% 정도 부흥하는데 그 원인으로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들 대부분이 경제위기와 관련된 재정적, 영적인 조언들과 상담을 어떤 형식으로든지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김학현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시골 읍내에 있는 A교회의 경우 지난해 500명의 교인이 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100명이나 등록교인이 생겼다. 전체교인이 3천 명을 넘었다. 그 요인에 대하여 묻자, 담임목사인 C목사는 "불황하고는 상관이 없다. 열심히 전도하고 목회한 결과다"라고 대답했다. 교인수가 는 만큼 재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불황과 부흥하는 교회의 재정은 상관관계가 전혀 없었다.

광역시에 있는 B교회의 경우도 교회가 지난해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며 올해도 그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역시 담임목사인 A목사는 불황과의 상관관계를 부인했다. "교회가 크게 부흥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전도를 해보면 경제적인 어려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데 걸림돌이 되면 되었지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의 대형교회 중 하나인 C교회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해 등록교인수가 평년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교구담당목사인 B목사는 그 원인으로 실직과 이사를 들었다. 성도들 중에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잃은 이들이 많고, 중소상인들의 파산도 많아 이사를 택하는 가정이 늘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교회 부흥은 제자리걸음을 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교회 재정 또한 급격히 줄어들었다. 평상시 사용하던 재정지출을 줄여서 지급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의 한 개척교회 목사는 교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달이 나가는 월세를 감당하기조차 벅차다고 했다.

시골의 작은 교회인 D교회의 경우는 불황과 교회 부흥이 전혀 상관이 없었다. 교인수가 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교회 재정이 줄지도 않았다. 대부분 성도들이 농사에 종사하거나 목축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데 경제난이 신앙생활에 그리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시무하고 있는 교회 역시 불황을 느낄 수 없다. 요양원 어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교인수도 늘어나는 것이고, 어른들이 줄어들면 교인수도 줄어드는 것이다. 점점 노인인구가 늘어나니 우리 요양원은 그 숫자가 차츰 늘어난다. 어른들이 나라에서 받는 노령연금으로 헌금생활을 하다 보니 교회 재정 역시 변함이 없다.

[결론] 불황에 교회 장사(?) 더 잘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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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하는 성도 교회의 부흥 요인에 대하여 묻자, 담임목사인 C목사는 “불황하고는 상관이 없다. 열심히 전도하고 목회한 결과다”라고 대답했다. ⓒ 김학현


미국의 경우, 불황기에 교회가 부흥되었다는 보도는 일부 복음주의 교회의 이야기다. 경제적 침체기에 부흥된 대부분 교회들에서는 경제적으로 힘든, 그 무엇엔가 위로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향한 지속적 관심이 있었다. 경제가 어려우면서 느끼는 공허감에의 위로라고 할까. 그런 교회의 프로그램이 지친 이들을 교회로 모여들게 한 것이다.

앞에서 예로 든 몇몇 한국교회들은 경제적 침체기에 대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교회는 비약적인 부흥을 했고, 어떤 교회는 오히려 교인수가 줄었다. 별 영향이 없는 교회들도 많았다. 미국의 경우를 볼 때 경제적 침체에 부응하는 대책(?)을 마련한 교회들이 부흥하긴 하지만 보편적인 상황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분명한 것은 경제적 침체기에 헌금은 대부분 교회가 줄었다. 다만 수입이 줄어든 부분을 상쇄할 만큼 부흥한 교회들은 예외다. 지난해 교인수는 8백60만이다. 1천2백만까지 이르던 교인수가 급감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통계는 경제적 상황하고는 상관이 없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1분기 소비자태도조사에 따르면, 소비·지출을 줄인 가구의 37%는 외식비 지출을 가장 많이 줄였다고 답했고, 식료품비와 의류비, 교통비를 각각 15.9%, 14.7%, 11.4%를 줄였다고 답했다.

교회라고 예외겠는가. 교회부흥과는 별도로 교회재정은 경제적 침체에 영향을 받는다. 교인들이 준 수입에서 쪼개 헌금을 드리는 것이니 당연히 교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가 어려우면 외식비나 의류비를 줄이듯 헌금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친구의 말이 다시 생각난다. "뭐 교회는 불황에 더 장사가 잘된다고 하던데?" 다시 전화를 걸어오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고 대답해 주고 싶다. 불황이 교회부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교회재정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가계를 줄이듯 교회 지출도 줄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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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분명한 것은 경제적 침체기에 헌금은 대부분의 교회가 줄었다. 다만 수입이 줄어든 부분을 상쇄할 만큼 부흥한 교회들은 예외다. ⓒ 김학현

덧붙이는 글 | ‘불황이 'ㅁㅁㅁ'에 미치는 영향’ 응모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불황이 'ㅁㅁㅁ'에 미치는 영향’ 응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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