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자족하는 삶'을 살게 한다

등록 2009.03.04 17:23수정 2009.03.1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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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뉴스는 라디오를 듣는다. 언제부터이지 몰라도 미국 증시 소식이 머릿기사가 되는 날이 많다. 요즘은 오르는 날보다는 떨어지는 날이 많지만 솔직히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소식이다. 우리나라 코스피와 코스닥도 투자해본 일이 없는 사람이 미국 다우존스나 나스닥에 투자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증시는 나와 관계가 없지만 환율은 나와 관계가 있다. 달러를 사고 파는 일은 없지만 환율 때문에 기름값 따위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벌이가 많은 이들에게 기름값 20-30원은 작은 돈이겠지만 벌이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20-30원은 큰 돈이다.

내 벌이는 한 달 140만원 안팎이다. 이 벌이는 10년간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오르지 않는 물가는 없다. 아이들은 둘에서 셋으로 늘었고, 초등학교 5, 4, 2학년이 되었다.

한 번씩 벌이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 살아가는데 불편함은 없다. 솔직히 말해 불황이라고 아우성이지만 내 피부에는 직접 와닿지 않는다.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 비판받을 수 있지만 사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지만 2008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0조9천억원으로 2007년 20조4백억원에 비해 4.3% 증가했다.  학생 1명당 사교육비는 23만3천원이었다. 하지만 학생 1명당 사교육비는 평균치 일뿐이다. 부모의 소득 수준별로는 월평균 700만원 이상 계층은 100만원 미만 계층에 비해 무려 8.8배나 차이가 났다.

그럼 우리 아이들 사교육비는 어떤가?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 한 달 동안 버는 수입이 140만원 안팎이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선행학습이니, 영어몰입교육 같은 곳에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있다.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워주면서 조금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아내가 아이들을 가르친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1시간 정도 공부하고 논다. 아내가 공부하라는 닦달을 하지만 다른 엄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염려하지 않느냐고. 걱정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영어는 뒤처지지 않을까? 수학은 따라갈 수 있을까? 다른 동무들은 선행학습을 하는데 학과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부모라면 당연히 드는 염려다. 하지만 학과 수업에 뒤쳐지지 않고 따라가는 학습 능력을 보면 아이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 내 아이가 스스로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 지금 당장 힘들고, 다른 아이들보다는 늦겠지만 언젠가는 자기가 꿈꾸는 바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불황이지만 사교육비 때문에 더 어려워진 것이 없는 이유이다.

다음으로 휴대전화 따위 통신비를 아끼는 일이다. 11년 사용한 휴대전화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요금까지 철저히 아낀다. 불황이기 때문에 아끼는 것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버렸다. 휴대전화 요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하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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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통화료 내역이다. 10,142원과 9,842원 11,970원 ⓒ 김동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휴대전화 요금 내역이다. 10,142원, 9,842원, 11,970원이다. 한 통신회사에서 11년을 살았으니 그 회사도 장기사용자라고 요금을 10% 깎아준다. 전화는 함부로 쓰지 않는다. 쓰고 싶을 때마다 쓴다면 통화요금은 엄청나게 나올 것이다.

휴대전화 뿐만 아니다. 전등 하나 끄기, 전기 코드 뽑기만 잘해도 10%는 아낄 수 있다. 전기 요금 2만원에서 10%면 2천원이다. 2천원이 별 것 아니라고 1년이면 한 달치 전기요금이다. 적은 돈이 아니다.

자족하는 삶이 나를 지배하지 않으면 한 달 벌이가 140만원에서 300만원이 되어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불황이라 당장 죽을 것 같지만 조금은 가난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부요하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가진 것이 많지만 부족하다고 아웅성치는 것은 아닐까?

물론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벌이를 통하여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넉넉한 물질로 살아갈 수 있다. 이명박 정권처럼 부자에게는 감세를 통하여 넉넉한 삶을 제공하지만 가난한 자들에게는 더 궁핍함을 요구는 정책은 동의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는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결국 내가 살아가는 방법은 적은 벌이로 넉넉하게 살 수밖에 없다. 서민들에게 이번 불황은 엄청난 고통이겠지만 나에게 불황은 자족함으로 살아가는 신념을 더 굳게 하고 있다. 자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불황을 이기는 한 지혜임을 요즘 들어 더 깨닫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불황이 OOO에 미치는 영향' 응모글


덧붙이는 글 '불황이 OOO에 미치는 영향' 응모글
#불황 #사교육비 #공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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