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연애

등록 2009.04.03 10:21수정 2009.04.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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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금색 태양빛으로 덮여 지난 며칠간의 추운 바람은 거의 잊혀졌습니다. 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기엔 최고의 계절이지요. 데이트를 시작하고 사랑에 빠지고요. 그래서 한국에서 하는 데이트에 대해 조금 얘기해보려 합니다.

 

이전에 커피가게에 앉아서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그저 평소처럼 대부분 테이블에 동성 무리들이 앉아있는 것을 깨달았다. 토론 중인 비즈니스맨들, 최근의 가십거리를 교환하는 중년 여성들 무리, 휴대폰 사진을 보며 깔깔대는 떠들썩한 여학생 무리. 성별이 섞인 테이블을 보면 거의 모두가 명백한 연인들.

 

서양과 비교한다면, 소년과 소녀, 남성과 여성 사이의 플라토닉한 관계는 한국에선 꽤 드문 것 같다. 방과후의 학생들이든 서울 밤거리를 배회하는 젊은이들 무리이든지 간에 거의 동성끼리만 어울려 다닌다. 내 가장 가까운 친구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여자인지를 생각하면(그리고 당연히 내가 학교에 다닐 땐, 대개 남자애들은 학교 끝나면 같은 남자애들한테보단 여자애들한테 말거는 데 더 흥미가 있었다) 때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반면 데이트에 관해서라면, 한국은 굉장한 "커플 나라"이다. 이것은 아주 많은 데서 느낄 수 있다. 서양에서 커플을 위한 특별한 날은 발렌타인 데이 하나인데 반해, 한국엔 적어도 세 개는 있으니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그리고 빼빼로 데이이다. 물론 이 모두가 로맨틱 이벤트보다는 상업적인 날에 가깝긴 하지만, 이런 날들에 생각할 사람이 누군가 있다면, 불평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만해도 한 해에 크리스마스만 세 번이 있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당연히 특별한 날들의 향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100일 기념일, 1년 기념일 그리고 그 이상으로 커플의 창조성에 따라 더 많은 기념일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이렇게 잊지 말아야 할 기념일 리스트는 엄청나게 길어지고 대개의 커플들이 같은 예를 따르므로, 이제 데이트 하는 것은 개인적이라기보다 조직화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지만, 세 번의 크리스마스에 생일을 두번 더 추가하는 것도 괜찮다면야.

 

또다른 재밌는 특색은 서반구에서 커플티를 입은 것을 보게 되는 것은 아틀란타 해의 크루즈를 즐기는 은퇴한 나이든 커플이 대부분인데 반해, 한국 커플들은 "커플 물건"에 열광한다는 것! 그리고 단순히 오랜 역사의 커플티 뿐이 아니라, 연애가 길어질수록, 옷장에는 커플 스웨터, 트레이닝복, 자켓, 반지, 목걸이, 휴대폰 고리 등등이 쌓여갈 것이다. 만약이라도 헤어지게 된다면 이 모든 걸 다 어쩔 것인가? 이제 헤어진 연인의 빈 공간을 가리키고 있는 화살이 꽂힌 반쪽짜리 핑크색 하트 무늬의, "손떼, 내 여자친구야"라고 쓰인 셔츠를 입고 새로운 데이트에 나갈 것인가?

 

또한 그것들을 그냥 버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는 순간 자신이 냉혈한이란 느낌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그 양도 꽤 많아서, 빌딩 앞에서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버려지길 기다리고 있는 깨진 약속의 갈색 판지 무덤은 당연히 다른 이웃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좋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도덕적으로도 맞고 실용적인 방법은 물건을 모두 간직하는 것 같다. 당연히 방 어딘가에 숨겨져 있겠지만(되도록이면 접근이 용이하지 않는 작은 구석쪽에)이미 잊기 시작한 다른 박스가 놓여진 곳 바로 옆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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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맛있고, 한국에선 로맨틱하게 변신하는 빼빼로 과자 ⓒ 마티아스 슈페히트

덧붙이는 글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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