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제주로 간다고? 쪽팔렸던 기억

결혼 앞둔 휴업자 예비 신랑의 고민

등록 2009.04.03 17:27수정 2009.04.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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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비 신랑입니다. 앞으로 두 달 후면 총각 딱지를 뗍니다. 지난 달 청혼했구요. 다행히 저의 진심이 받아져 양가 상견례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제 일생 일대 한 번뿐인 순간순간이 흘러가면서 문득 전 신혼여행에 대한 환상을 가졌습니다.

"평생 한 번뿐인데 해외로 나가야지."

저의 이런 들뜬 제안에 여자친구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어진 대답.

"회사가 주는 휴가가 겨우 3일인데 해외로 나가는 건…."

그래도 전 4시간 비행기에 베트남 하롱베이와 필리핀 세부 등지로 100만 원 안팎의 견적을 내 다녀오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제 욕심 같아선 무리를 해서라도 유럽이나 하와이 쪽으로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두 사람은 결국 제주 행을 택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짧은 휴가 일정이지만 아무래도 100만 원이 넘는 비용도 요인으로 작용한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 신혼 전세방 마련에 제 밑천을 다 쏟아 부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짧지만 알찬 제주 신혼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현재는 여행사에다 항공+호텔+렌트 패키지 견적 문의를 내 결제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주위 반응은 예상 외였습니다.

"친구들 다 모여서 신혼여행 얘기하는 데 제주도라고 하면 끼워주겠느냐."
"차라리 무리를 해서라도 지르는 게 낫다."
"나중에 바가지 긁히지 않기 위해선 해외로 나가는 게 맞다."

전 혼란스러웠습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나름 현실을 고려한 신혼 여행지가 제주도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라는 겁니다. 전 자존감이 강해 가급적이면 주변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고작 제주도냐는 주위 동료와 지인들의 걱정은 괜한 기우가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느낀 거지만 거품이 낀 건 사실입니다. 식장 계약에 드는 비용만 보아도 그렇고 예물 예단 준비 때문에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혼여행 역시 마찬가집니다. 특가 상품이라고 내세우며 허니문일 경우 여행사들은 갖가지 혜택을 준다고 홍보하며 '허니문은 더욱 화려하고 럭셔리하게'를 부추기듯 예비 신랑 신부들의 욕망을 자극합니다.     

사실 제 또래 동시대 분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전 분명 운이 좋은 놈입니다. 이 어려운 불황기에 그나마 휴업했지만 월급이 나오는 직장도 있고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와 건강한 신체까지. 생각해보면 감사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고작 제주도냐, 라는 주위 시선 아니면 기존의 현실적 결정을 놓고 한 동안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혼에 골인해 신혼여행 계획을 설계한 선배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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