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용산사태 막으려면 제2 왕십리 만들어야"

[인터뷰] 왕십리 2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 기세정 위원장

등록 2009.04.07 14:10수정 2009.04.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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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는 지금 금호동·왕십리·성수동·행당동 등 온통 재개발의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왕십리는 2003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뉴타운으로 지정한 후 세입자와 조합의 갈등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왕십리 뉴타운에서 세입자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왕십리 2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이하 세대위) 기세정 위원장을 그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왕십리 뉴타운재개발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2003년에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뉴타운 발표 후 SH공사에서 공영으로 왕십리 뉴타운을 개발하려 하였으나 서울시의 조례개정으로 지금은 민영개발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이 넓어서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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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 재개발 2구역 세입자대책위 기세정 위원장 ⓒ 박종무

- 세대위에서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은 무엇인가?
"공영개발을 추진할 때 SH공사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왕십리는 기계금속업종의 영세한 공장을 포함하여 3000세대가 넘는다. 이런 업종들은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왕십리 지역에서 협력업체식으로 서로 연결돼 만들어진다. 1, 2구역엔 가공공장이 많고 3구역엔 원자재 가게가 많았다. 그래서 왕십리 재개발은 지역이 넓기 때문에 1, 2, 3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되지만 공장들은 전체가 하나로 묶여 있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곳의 공장들이 따로따로 이동하는 경우 협업체계가 무너지기 때문에 공단 등을 조성해서 한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 공영으로 개발하고자 했을 때 SH공사에서도 당위성을 인정하고 공단을 조성해주기로 하였다. 그래서 대체부지로 토지공사에서 성동기계공고, 서울경찰기동대, 영등포구치소, 문정, 정자, 마곡지역, 제일제당자리, 동부제강부지 등을 조사했다. 그런데 공영개발이 민영개발로 바뀌면서 민영 개발업자인 삼성·대림·현대개발·GS가 이주단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 그럼 공단 조성에 무신경한 건설사에 대해 어떤 방법을 강구하고 있나?
"건설사는 공단 조성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업허가권자인 성동구청과 뉴타운본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재개발이 민영으로 변경될 때 서울시는 왕십리의 문제를 알고 있고, 왕십리 세입자들이 이주단지를 요구하면 성동구청에서 받아주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성동구청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지금은 사업권 허가권자인 구청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데 시일이 지체되며 매번 담당자가 바뀌면서 우리의 요구가 묵살되고 있다."

- 성동구청에서는 공단조성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나?
"민원과 집회 등 난리를 치니까 구청에서 대체부지를 찾자며 지난 1년 동안 남양주 등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서울시에도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곳이 많으니 서울시에서 부지를 알아보라 하여 외곽도로를 따라서 12곳을 돌아보았다. 서울시에서 그중 몇 곳으로 한정하여 알려달라고 해서 5곳을 지정하여 구청에 알려줬다. 구청에서는 서울시에 그 내용을 보냈다고 했는데 서울시는 구청에서 공문이 안 왔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 왕십리 재개발 1, 2구역을 돌아보니 철거가 진행된 곳이 많던데 얼마나 진행되었나?
"1, 2구역은 많이 빠져나가 2구역은 60% 정도 공사가 진행된 상태다. 3구역은 아직 10%만 이주한 상태이다."

- 철거된 공장은 어디로 갔나?
"성수동·용답동·용두동·제기동·신내동·경기도 마석·남양주 등으로 뿔뿔히 흩어져 있는 상태다. 그런데 외곽으로 뿔뿔히 흩어지면 직원 구하기도 힘들고 다른 공장과 협력하는 데 시간도 많이 낭비되어 사업을 하기 힘들다. 이곳에서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50∼70만 원 하던 공장을 인근에서 얻으려 하니 10여 평 공장이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150만 원 달라고 한다. 영세한 공장에서 그렇게 비싼 월세를 내고 유지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공장을 얻지 못하고 폐업 신고한 사람들도 많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한다고 하는데 영세상공인들을 재개발사업으로 죽이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왕십리의 영세한 공장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왕십리의 영세한 공장을 반드시 살려줘야 한다."

- 공단조성 말고 다른 요구사항은 없나?
"관리처분이 떨어진 후 세입자에 대한 영업손실 보상액이 나왔는데 기준이 없다. 조합에 우호적인 사람에게는 더 보상을 해주고 조합에 비우호적인 사람에게는 적게 줬다. 한 달 매출액이 억대에 달하는 약품도매상은 영업손실액으로 1050만원 줬는데 어떤 조그만 호프집은 2350만원 나왔다. 또 테이블 세 개 놓고 장사한 다방에서도 1780만원 나왔다. 이렇게 기준이 없는 보상액에 대해 감정평가사·구청·조합·서울시 4곳에 이의신청을 했다. 재실사해 달라고,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구청에 민원을 넣었는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왜 민원을 무시하냐고 하니 조합에 알아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에도 이의신청을 했는데 그쪽에서는 묵살하고 있다."

- 일반적인 보상은 잘 처리되었나?
"1, 3구역은 임대아파트입주권과 이주비까지 나왔다. 그런데 2구역은 이주비나 임대아파트입주권 둘 중 하나만 주겠다고 한다. 그것은 2006년 5월 사업인허가가 떨어지고 2008년 7월 관리처분이 떨어졌는데 사업인허가가 떨어진 공시일자가 법 개정 이전이기 때문에 하나만 주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2008년 4월 재개발지역 세입자 보상에 관한 법률이 바뀌었다. 종전에는 세입자에게 주거 대책으로 임대아파트만을 분양해주었다. 이것이 '임대아파트 분양 + 주거대책비 + 생활안정자금(산출된 금액)'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법률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사업자는 이러한 사실을 세입자에게 알려주지 않고 종전의 방식으로 처리하려 하고 있다.

현재 왕십리 뉴타운의 경우 개정된 법률적용을 두고 유권해석을 달리 하고 있다. 사업주체측은 왕십리 뉴타운의 결정고시 날짜를 기준으로 바뀐 법률적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있고, 세입자는 결정고시와 상관없이 아직 개발사업이 진행되지 않았고 세입자들도 법안이 바뀐 이후에 이주해 들어왔으니 새로 바뀐 법률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 판결에 의하면 왕십리 뉴타운의 경우 새로 개정된 법률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하였음에도, 사업주체 측은 개정법률적용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당 구청(성동구청)의 답신은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고 하고, 개발업자(가옥주로 구성된 재개발조합)측은 개정법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 재개발에 대한 조합원의 불만이나 문제점은 없나?
"조합에서는 세입자가 나가지 않아 사업이 진행되지 못해 사업비가 늘어나, 처음 시행사와 1500억 원에 공사하겠다 했는데 3월 17일 조합 회의 시 1800억 원을 추가분담금으로 상정했다. 그래서 총사업비가 3300억 원이 됐고 그 늘어난 금액을 조합원들에게 추가분담금으로 넘기고 있어 불만들이 커지고 있다. 그 비용 중 상당 부분을 나가지 않은 조합원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또 어떤 조합원은 빌라 90평의 공시가격이 1천만 원이었는데 감정평가액이 1500만 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보상액 15억 중에서 33평 아파트를 신청하니 신청비 5억 빼고 이사비용 3억만 줬다. 빌라에 10가구가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전세보증금 돌려주고 나니 남는 것이 없다. 나머지 7억을 달라고 하니, 추가분담금이 더 들어가니까 나중에 아파트 완공되고 나면 그때 남는 것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빌라 헐리면 전세 살게 생겼다고 말했다."

- 세입자들이 나가지 않고 버티면 공사기간이 길어져서 사업비가 늘어나 조합의 손해가 늘어날 텐데 조합에서는 그냥 방치하고만 있나?
"원래 3월까지 세입자를 다 쫓아내고 철거를 진행하려 했는데 용산사태도 있고 해서 늦어지고 있다. 지금은 명도소송과 공사방해가처분소송을 제기하여 법적으로 쫓아내려 하고 있다. 그래서 조합에서 일괄적으로 아직 2구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70여 곳에 명도소송 진행 중이고 세대위 위원장 본인도 4월 10일 명도소송과 관련하여 1차 재판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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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세입자를 상대로 조합에서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현실적으로 법은 세입자의 편이 아니다. ⓒ 박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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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은 남아있는 세입자를 상대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소송도 진행중이다. ⓒ 박종무


- 조합원과 관계는 어땠는가?
"이곳 왕십리 사람들이 예전에는 시골 사람처럼 순박해서 먹을 것도 같이 나눠먹었다. 그런데 개발로 인해 지금은 앙숙이 되어 버렸다. 조합에 가면 이사라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 아는 동네형님들인데 술자리에서 술 한 잔 하면 다들 빨리 이사 가라고 한다. 동네 형님들이면 제대로 해주면서 이사 가라고 해야지, 해주는 것도 없이 이사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 이주단지를 해줘야 우리도 나가서 먹고살 것 아니냐."

- 위원장을 하면서 힘든 부분은 없나?
"작년 10월 1일 밤 9시 50분 주거세입자 회의를 하고 내려오니 용역·깡패들이 세대위 회원에게 심한 욕설을 하며 시비를 걸었다. 10시 56분부터 30분간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 세대위 회원이 폭행을 당하고 한참 후 상황이 마무리되니까 경찰이 왔다. 세입자편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힘들다."

- 세대위 이야기만 했는데 개인적인 것을 물어보자. 언제부터 이곳에서 식당을 하게 되었나?
"15년 전에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270만 원에 43평 되는 식당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IMF때 가게가 어려워서 월세를 200만 원으로 낮췄다. 권리금 6500만 원 포함해서 에어컨·냉장고 등 시설하는 데 1억 넘게 들어갔다. 그런데 보상비 2000만 원 주고 나가라고 하니 열 받지 않겠냐. 요즘은 공장들도 이사 다 가고 손님이 없어서 장사가 안 되어 가게세도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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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이 대부분 철거한 이후에는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도 많이 줄었다. 시름이 갈수록 깊어만 간다. ⓒ 박종무


- 부부가 식당에 나와 있고 또 세대위 위원장 하느라 마음고생 심할 텐데 집안 분위기는 어떤가?
"고3, 중3 된 딸·아들이 있어서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도 상황이 이래서 더 힘들다. 그래도 아들이 누나 밥도 차려주고 딸이 아빠도 어려운데 무슨 학원을 다니냐며 그냥 독서실에서만 공부하겠다고 한다. 장학금 타겠다고 열심히 공부한다. 그나마 아이들이 착해서 다행이다."

- 마지막으로 요구사항을 정리해 달라.
"세입자들이 함께 옮겨갈 수 있는 공단을 조성해 달라. 그러면 우리는 나간다. 조합과 구청이 세입자문제를 나 몰라라 하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싸우자고 동지들끼리 이야기한다. 사실 용산사태가 빨리 터졌을 뿐이지, 왕십리에서 먼저 터질 일이었다. 제2의 용산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같이 가서 먹고살 수 있도록 공단을 만들어줘야 한다. 제2의 왕십리를 만들어 달라. 그곳에 가서 먹고살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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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사거리 곱창골목곱창골목으로 유명한 황학사거리의 곱창집들도 공장이 많이 빠져나간 후 장사가 예전같지 못하다. 이곳도 철거대상지역으로 얼마있지 않아 기억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다. ⓒ 박종무

덧붙이는 글 | 박종무 기자는 진보신당 성동구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박종무 기자는 진보신당 성동구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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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생명이함께하는동물병원 원장. 아픈 동물을 치료하며 먹고 삽니다. 더불어 사는 삶과 사회, 인간의 끝없는 탐욕 그리고 생태와 지속가능한 삶에 관심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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