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외치던 의원님들, 어디 계십니까?"

[현장] 방청객보다 의원이 더 적은 '이상한' 국회

등록 2009.04.08 15:54수정 2009.04.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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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이어질 본회의가 개회시간 30여분을 넘기도록 의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열리지 못하고 있다. 개회를 기다리며 방청석을 가득 메운 시민들과 의원석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 남소연

8일 오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이어질 본회의가 개회시간 30여분을 넘기도록 의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열리지 못하고 있다. 개회를 기다리며 방청석을 가득 메운 시민들과 의원석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 남소연

8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 경제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 오후 회의 개의 시간이 다 됐지만,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모두 299개의 본회의장 의원석에 앉아 있는 의원들은 채 40명도 되지 않았다. 국회법 제73조는 "본회의는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체 국회의원 299명 중 단 60명만 참석해도 열릴 수 있는 본회의가 의사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한 것이다.

 

반면 국회 본회의장 뒤편에 마련돼 있는 290개의 방청석에는 이미 10여 분 전부터 방청객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그들은 제시간에 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다.

 

국회 본관 및 의원회관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연방 의원들의 본회의장 참석을 독려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10분, 20분…. 시간이 계속 흘렀지만, 본회의장 의원석에는 여전히 빈자리가 더 많았다.

 

오후 2시 34분경, 김형오 국회의장 대행으로 의장석에 앉아있던 이윤성(한나라당) 국회부의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개의를 선언했다. 의원석에는 약 65여 명의 의원들이 앉아 있었다. 간신히 의사정족수를 넘긴 것이다.

 

이윤성 부의장은 개의 선언 직후 방청석을 둘러보고 한동안 말이 없더니,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국회 본회의장 뒤편 방청석에는 290석이 마련돼 있다. 본회의장 의원석은 299석이다. 40여 분 전부터 방청석은 거의 다 차 있었다. 국회가 계속 될수록 국민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제대로 화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

 

이 부의장은 이어 "알고 있다. 어려운 경제 문제를 다루고 있고, 오전 내내 뜨거운 공방을 벌여서 늦게 끝났다"며 "숨 고르기도 해야 할 것이고, 오후 본회의 준비도 하느라 늦어지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불참한 의원들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을 한 것이지만, 궁색했다.

 

오전 대정부질문에서는 경제 위기의 해법을 두고 공방을 벌인 것이 아니라 추경안 편성에 대한 한승수 총리의 사과를 받기 위해 '낯 뜨거운' 신경전을 벌인 게 전부였다. 게다가 낮 12시 20분경에 정회를 했으니, 오전 본회의가 늦게 끝난 것도 아니었고, 숨 고르기 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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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이어질 본회의가 개회시간 30여분을 넘기도록 의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열리지 못하고 있다. ⓒ 남소연

8일 오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이어질 본회의가 개회시간 30여분을 넘기도록 의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열리지 못하고 있다. ⓒ 남소연

결국 이 부의장은 의원들에게 읍소했다. 그는 "이 시간에도 의원회관에서 (TV) 모니터를 보고 있거나, 나 아니어도 다른 분이 자리를 메울 것이라는 생각은 접으시고 본회의장에 참석해주시기를 바란다"고 간곡히 말했다.

 

이날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서울 송파구뿐만 아니라 경기 부천 원미구, 경북 영주, 충남 아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주민 200여 명과 경기대 정치매체관리학과 학생 20여 명이 참석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 운운하며 앞다퉈 목청을 높이더니, 정작 경제 위기의 원인 진단과 해법을 논의해야 할 중요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그들의 눈엔 어떻게 비췰까?

 

국회의 한 관계자는 "만날 지적하면 뭐 하겠느냐,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인데"라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2009.04.08 15:54 ⓒ 2009 OhmyNews
#국회 대정부질문 #경제 위기 #방청석 #국회의원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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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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