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패고 여유롭게 커피 한잔?
당신들의 '인권수준'이 의심스럽다

[주장]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출입국관리법'도 안 보나

등록 2009.04.10 15:06수정 2009.04.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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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이 단속된 중국인 여성을 승합차 안에서 '폭행'하는 장면. <중도일보> 동영상 화면 갈무리. ⓒ 중도일보

대전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이 단속된 중국인 여성을 승합차 안에서 '폭행'하는 장면. <중도일보> 동영상 화면 갈무리. ⓒ 중도일보

불법 취업한 중국 출신 이주여성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살의를 느낄 만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지난 8일 한 언론사 카메라에 잡히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단속반원은 "단속 차량 안에서 이주여성에게 수갑을 채운 상태라 폭행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보면, 갑자기 목울대를 가격하는 장면이 분명하게 나온다.

 

목울대 가격은 일반적으로 구타 흔적을 감추려고 하는, 군 가혹행위에서 자주 드러나는 방법이다. 특별사법경찰관인 단속반원들의 경우 인체의 급소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항할 의사도 없고 저항할 능력도 없는 연약한 여성에게 고의로 상당한 위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더욱이 불법 취업한 여성들을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처럼 질질 끌고가 차량 안에서 살인에 이를 수 있는 과격한 행위를 한 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기까지 했다. 이런 모습은 법무부 출입국 단속반원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 인권 수준을 의심하게 한다.

 

외국인 인권·권익 최대한 존중하겠다더니...

 

법무부는 지난 4월 1일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의 인권 및 권익 보호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입법 예고안 제56조의 3에는 '피보호자의 인권은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강제력의 행사(제56조의 4)는 "피보호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도주의 방지, 시설의 보안,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중국 여성은 취업할 수 없는 단기상용비자로 입국해 식당에서 일을 하다 단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취업자에 대한 단속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고유 영역이라는 점에서 단속을 하는 행위는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단속 과정에서 보여 준 폭력행위는 굳이 법무부가 만든 출입국관리법에 비춰 보지 않아도 결코 정당하지 않다.

 

그동안 법무부 출입국관리 사무소 직원들에 의한 단속 과정에서 폭력, 성희롱 등의 인권침해 행위는 시민단체와 국가인권위 등에 의해 수차례 지적돼 왔다. 하지만 법무부는 늘 사실관계를 부정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 <중도일보>의 동영상을 통해 단속과정의 폭력적 행위가 일상적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영장 없이도 가택 진입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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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주노동자연대 서민식 대표와 박종갑 민주노총대전본부 정책기획국장이 9일 오후 대전지방검찰청 민원실에 이주여성 노동자를 폭행한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이주노동자연대 서민식 대표와 박종갑 민주노총대전본부 정책기획국장이 9일 오후 대전지방검찰청 민원실에 이주여성 노동자를 폭행한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한편 지난 3월 12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공익변호사모임 '공감'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사업주 등 불법단속 피해자 15명을 대리해 국가배상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국가배상 청구 사유를 "적법 절차 원칙을 지키지 않는 법무부의 불법 단속으로 심각한 부상과 재산적·정신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이들이 국가배상을 청구한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11월 경기 마석과 김해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일에 있다. 당시 출입국단속반원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폭력과 성희롱 등의 불법과 인권침해를 저질렀다.

 

그런데도 최근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출입국법 개정안'은 출입국단속반이 영장 없이 의심만으로 가택과 공장에 무단 진입할 수 있도록 비인간적 단속 관행을 법제화하도록 하고 있다. 단속 과정에서의 폭력 행위 등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법무부가 오히려 이번 일과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이 땅에 와 있는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은 단기순환정책에 의해 언젠가는 반드시 귀국해야 한다. 이들이 돌아갈 때 대한민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가게 하는 것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법무부 출입국은 그 최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차제에 법무부 출입국은 불법체류로 강제 퇴거당하는 이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갈 수 있도록 직원들의 인권감수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자 책임을 물어야 하고,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이 나와야 한다.

#법무부 출입국 #단속 #불법체류 #불법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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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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