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부가 미국 도축장으로 간 사연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관용이 절박한 사회

등록 2009.04.21 10:32수정 2009.04.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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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마음등불'의 전국장애인미술전시회에 전시된 고 구본주 작가의 '거리의 개'가 그 작품을 본 지 나흘이 된 오늘(21일) 아침까지도 제 기억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두려움과 허기에 지친, 그러나 아직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거리의 개. 한 때 어느 가정의 누군가에 의한 사랑의 기억을 가물가물하게 간직하고 있을 이 개는 어떤 연유로 버려졌거나, 가출하게 되었고, 냉혹한 집 밖은 생존이 아마존의 정글보다 쉽지 않음을 매일매일 실감했을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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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주 작가의 '거리의 개' ⓒ 이안수

 

이 개에게 그 험난함은 과거의 추억으로만 상기할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마는 누군가에 잡혀 유기견보호소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3개월간 급식되는 사료로 연명하며 주인을 기다리다, 끝내 자신을 옛 소유물로 인정할 주인이 나타날 희귀한 확률을 만나지못하면 약물로 타살될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개는 유구한 세월동안 인간의 외로움을 위무하는 충실한 심복이자 친구로서 사육되기도 하지만, 주인의 변심 혹은 이사나 휴가, 경제적 어려움 등 주인의 환경 변화로 드물지 않게 버려지기도 합니다. 사육자의 집을 떠난 개는 즉시, 더럽고 위험해서 인간의 사회에서 격리되어야할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굶어 갈비뼈가 두드러진 이 구본주 작가의 '거리의 개'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의 삶을 상징적으로 웅변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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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주 작가의 '거리의 개' 부분. 이 개의 눈 빛은 '절망'인가요, '원망'인가요, '애원'인가요? ⓒ 이안수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들이 존재합니다. 나와 다르다해서 그들이 지하실에 감금되거나, 섬으로 격리되거나 사회활동으로부터 배척되기도 했습니다.

 

제 처의 직장 동료는 3년 전에 미국으로 갔습니다. 그 부부는 미국 동부의 한 도축장에 일 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조건으로 오랜 기간 동안 비용을 들여 마침내 받은 노동허가서를 첨부한 조건부 이민이었습니다.

 

그 부부가 한국의 번듯한 직장과 미국 동부 시골의 도축장에서 도살된 닭을 포장하는 하루8시간의 노동을 벗어날 수 없는 의무와 맞바꾼 이유는 단 한 가지, 이분들의 두 자녀 중 한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부는 이 아이의 평생을 차별에 노출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들이 미국의 시민권자가 기피하는 닭의 도체(屠體)를 포장하는 일을 대신함으로서 이 아이에게 미국의 영주권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 부부는 이 선진화된 한국에서 장애인을 키운다는 것은 차라리 도축장 도살실에서 전기충격기를 조작하는 것보다도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제가 이 부부의 결정을 말리지 못한 것은 한국의 선진화는 산업화에 국한된 것일 뿐이라는 사례를 못 보았다고 딱 잡아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민도(民度)의 향상은 국민소득의 증대와 직결된 산업화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한 톨레랑스(tolerantia), 환경에 대한 관심 등 의식 전반에 대한 대폭적인 인식의 전환이 동반되거나 선행되어야할 문제입니다.

 

지금은 이승에 없는, 호구지책에 도움 되지 않는 민중미술을 했던 구본주 작가의 눈에 비친 당시의 실상과 현재 나의 의식 선진화 지수를 가슴에 손을 얻고 스스로 계량해볼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2009.04.21 10:32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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