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미만 카드 못 쓴다? 소비자가 '봉'이냐

소비자 위축시키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등록 2009.04.24 18:58수정 2009.04.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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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신용카드(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제 결제 금액 1만 원 미만에 대해선 카드 사용이 어려울지 모른다. 경기침체로 좀처럼 열리지 않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더욱 굳게 닫힐 전망이다.

 

지난 20일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은 당정 합의를 거쳐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만 원 미만 카드결제 금액에 대해 가맹점이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수수료 상한제를 실시해 신용카드 중소가맹점에게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원안에선 1만원 미만 카드결제 수수료를 아예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겠다고 했다. 소비자의 반발이 거세지자 개정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김 의원은 "1만 원 미만 소액결제를 거절 할 수 있는 대신 현금결제 현금영수증 발행은 의무화해 탈세방지와 세원 발굴에는 문제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카드 수수료 원가 분석이 우선돼야...

 

이 개정안을 보면서 몇 가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우선 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문제라면 문제 원인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대형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1.5%~2%로 낮은 반면, 슈퍼마켓·음식점·학원·자동차 정비업 등은 3~4%에 육박하여 대형가맹점과 비교해볼 때 약 2배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업종별 카드회사별 수수료 요율이 차이가 크며 외국과 비교해도 선진국에 비해 카드수수료 요율이 높다. 그러나 매년 카드사들의 수익률은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수수료 차이에 대한 투명한 원가 공개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카드 수수료 원가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카드 수수료율이 높다는 지적은 결국 분쟁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2004년 이마트는 카드수수료율 인하할 것을 비씨카드에 요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비씨카드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다. '힘겨루기'가 된 것이다. 둘의 싸움에 비씨카드 이용 소비자만 새우등이 터진 꼴이었다(현재 사용 금지 조치는 풀린 상태다).

 

소비자는 기업의 일방적 정보제공과 정부 시책에 발맞추어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다.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와 소비자가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8대 권리 중에 포함하고 있다.

 

카드 사용 인구가 50%를 넘고 있고 이중 1만 원 미만 소액결제자가 20%가 넘는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중소가맹점의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는 없다.

 

특히 영화관람비, 밥값 등 소액결제 대상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하다. 그러므로 정확한 카드사용 수수료의 원가 분석을 통해서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일의 수순이다. 또한 '수수료 상한제를 통해 수수료 인하효과를 내놓겠다'가 아니라 정확한 원가 산출을 통한 수수료율의 계산이 선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소비자 희생'으로 이룬 '신용카드 사회' 흔들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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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수수료 횡포를 규탄하는 한 시민단체의 퍼포먼스 장면(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신용카드 수수료 횡포를 규탄하는 한 시민단체의 퍼포먼스 장면(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경제 위기는 소비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실질 소비가 감소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이런 개정안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모르겠다. 이번 개정안이 차라리 과소비 방지 차원에서 실질 소비를 감소시키면서 가정경제의 재무건전성을 위해 그러한 용단을 내렸다고 주장한다면 그런대로 궁색한 이유는 됐을 것이다.

 

1999년 카드사용 활성화정책 이후, 거래의 투명화·신뢰사회 구축을 위한 전자 지불 체계 확산 등의 노력으로 신용카드사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신용카드 불법모집행위 등을 일삼으며, 개인정보 무단유출 및 도용 등의 소비자문제를 유발했다.

 

2003년 카드 대란시기에는 많은 소비자들을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키며, 끊임없는 소비자피해를 양산해왔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희생(?)을 통해 신용카드 사회가 구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제한한다거나,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겠다는 발상은 기존 시장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임이 틀림없다.

 

2006년 소비자보호법은 소비자기본법으로 전환됐다. 시대와 사회가 변해, 소비자를 고려치 않은 어떠한 기업 활동이나 정책입안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소비자를 경영활동의 보조자 또는 부수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소비자는 조직되기 어렵다. 소비자 문제 역시 무수한 소비생활만큼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떠한 문제가 터지더라도 소비자이익을 관철하기는 무척 어렵다. 그러나 성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언제 전가의 보도가 되어 기업과 정부를 겨눌지 모른다.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정책 입안이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 임은경 기자는 한국YMCA 전국연맹 소비자팀장 입니다.

2009.04.24 18:58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임은경 기자는 한국YMCA 전국연맹 소비자팀장 입니다.
#카드 #소비자 #소액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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