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일가, 2007년 보유주식 대량 매도한 이유는?

계열사 포함 212만주-185억원 매도... MB 대선자금 유입 여부 촉각

등록 2009.04.27 17:28수정 2009.04.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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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사건 수사와 관련해 23일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과 최재성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과 추부길 전 민정수석 비서관, 이상득 정두언 의원에 대한 비리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조사를 요구하는 법률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정권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17대 대선이 치러진 지난 2007년 당시 자신과 자녀, 계열사 등이 소유한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나 거액의 주식 매각대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을 통해 확인한 결과, 천 회장 일가와 계열사는 2007년 한해 동안 몇 차례에 걸친 '대량매도'를 통해 보유주식 중 212만여주를 185억여원에 판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시 주식매각 대금 일부가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특별당비(30억원) 대출을 위한 담보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져 당시 주식매각대금의 일부가 이 후보의 경선·대선자금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천 회장 일가, 2007년 131만여주 122억여원어치 팔아 치워

천신일 회장은 지난 2003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였던 나모인터랙티브의 지분을 매입한 뒤 회사 이름을 '세중나모인터랙티브'(세중나모)로 바꾸었다. 모태인 세중여행사도 세중나모여행사로 바꾸고 지난 2006년 세중나모를 통해 세중나모여행를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했다. 세중나모여행사와 세중나모를 합병한 것이 현재 코스닥기업으로 상장돼 있는 세중나모여행이다. 세중나모여행은 지난 2007년 12월 '세중소프트'와 '세중게임즈'로 회사를 분할했다.

2009년 4월 3일 현재, 천 회장과 그의 자녀 등 특수관계인이 세중나모여행 총 지분의 43.25%를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인 천 회장은 258만여주(14.62%), 그의 자녀들인 천세전·호전·미전씨는 각각 209만여주(11.84%)와 123만여주(7.0%), 66만여주(3.76%)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천 회장과 그의 자녀들은 정동영 민주당 후보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맞붙은 지난 2007년 4월과 5월, 11월 등 몇 차례에 걸쳐 131만여주를 팔아치웠다. 이를 당시 시가로 환산하면 122억여원에 이른다. 또한 세중나모여행의 계열사인 세중아이앤씨와 세성항운도 각각 50만여주와 31만여주를 총 62억여원에 팔았다.


1주당 주가의 경우 2007년 4월에는 6400원, 5월에는 7640원, 11월에는 1만2700원의 시세를 보였다. 꾸준히 주가가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11월에는 '이명박 관련주'의 주가가 크게 뛰어올랐다. 세중나모여행의 주가가 1만2700원까지 오른 것도 '이명박 대세론'에 힘입은 결과다.    

특히 천 회장은 당시 이명박 후보가 특별당비 30억원을 내기 전인 2007년 11월 8일 36만여주를 팔아 46억 6300만여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후보는 이로부터 약 1달 뒤인 12월 3일 특별당비 30억원을 냈다.

이에 앞서 11월 5일에는 보유주식 중 50만주(63억여원)를 고려대, 연세대 동문장학회, 포스텍, 국립중앙박물관, 청소년 레슬링육성지원단, 세중문화재단 등에 증여했다. 이는 지난 2006년 10월 주식 110만여주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조치의 일환이다.   

세중나모여행이 주식매도에서 '시간외 매매' 방식을 선택했고, 같은해 7월과 10월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주권매매거래정지' 조치를 당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주권매매거래정지'는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될 때에도 취해지는 조치다.

2007년 주식매각 대금과 '특별당비 30억원'의 관계는?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이렇게 주식을 팔아 마련한 돈의 일부가 당시 이명박 후보의 특별당비 대출 담보로 이용됐다는 점이다.  

천 회장과 그의 자녀, 계열사 등이 2007년 대선 투표일 전까지 보유주식을 팔아 마련한 자금은 185억여원. 천 회장 본인의 주식매각 대금만도 약 62억 원에 이른다. 특히 천 회장은 이 주식매각 대금의 일부인 30억원을 HK저축은행에 정기예금 형태로 넣어두었다. 

천 회장은 지난 2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내 계좌에 있던 46억원 중 30억원을 HK저축은행에 5개월 만기 정기예금을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담보로 30억원을 빌려서 당비를 냈다"고 해명했다.

천 회장이 언급한 "내 계좌에 있던 46억원"은 그가 11월 8일 36만여주를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보인다. 천 회장은 정기예금을 담보로 빌려준 대신 이 대통령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했다. 고려대 61학번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사이였던 두 사람이지만 '예금-근저당 설정-예금담보대출'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후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다른 건물을 담보로 제1금융권에서 30억원을 빌려 HK저축은행에 갚았다. 천 회장은 "나는 30억원과 함께 은행이자 5330만원을 고스란히 돌려받았다"고 특별당비 대납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천신일 의혹'을 쟁점화시켜온 민주당 등 야당은 여전히 천 회장이 사실상 대선자금인 특별당비를 대납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그런 점에서 '천신일 의혹'이 "불법대선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최초의 대통령"이라던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천신일 의혹'은 정치 공세일 뿐이고, 검찰의 수사방향은 천 회장 일가의 증권거래법 위반과 조세포탈 혐의에 맞춰져 있다는 관측도 있다. 천 회장과 그의 자녀들이 지난 2007년 보유지분을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얻은 시세차익이 정당한 것인지, 세금은 제대로 냈는지 등에 집중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정권, 야당 인사에 대해 먼지털이식 수사로 일관하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천양지차가 아닐 수 없다"며 "검찰은 더 이상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봐주기 수사와 면죄부만 부여하는 용두사미의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다음 차례는 '의혹더미' 천신일 회장?    

한편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중인 대검 중앙수사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천 회장을 둘러싼 의혹들도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언론에서 천 회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제기했는데 우리가 그걸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느냐"며 "천 회장을 출국금지한 이후에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고 있다"고 수사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다만, 홍 수사기획관은 "열심히 할 테니까 기다려 달라"며 "(수사에 착수하면) 의심이 없도록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회장은 현재까지 ▲2007년 대선 당시 10억원 수수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당비 30억원 대납 ▲2008년 7월 '박연차 구명'을 위한 대책회의 참석 ▲200년 8월 5만 달러 수수 ▲2008년 9월 10억원 수수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천 회장은 베이징올림픽 기간인 지난해 8월 중국 현지에서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대한레슬링협회 부회장인 박 회장이 (선수단 격려금조로) 우리 돈 2000만원 정도를 중국 위안화로 주었다"고 일부 시인했다.
#천신일 #이명박 #박연차 #특별당비 #대검 중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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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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