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표적감사’ 위한 방문진법 개정을 철회하라

한나라당의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관련한 민언련 논평

등록 2009.04.30 21:09수정 2009.04.3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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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터무니없는 엉터리 법안을 또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4월 27일 MBC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실시를 내용으로 하는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서 가결시켜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방문진법 개정안은 제안 이유에서부터 정치적 표적 감사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논리적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 횡설수설의 연속이다.

 

진성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개정 사유로 "MBC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공영방송사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을 하지 못하고 편파 및 허위ㆍ과장보도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를 감시하고 감독하여야 할 (MBC의 대주주인 공익재단) 방송문화진흥회가 명목상의 감사업무만 행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 하고" 있기에 "감사원의 감사를 받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동 방송사업자의 운영 및 회계 등에 있어서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황당한 논법이다.

 

첫째, 'MBC가 공정 보도를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정치적인 막무가내 주장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주장을 하려면 이 색안경부터 벗어라

 

둘째, '감사원이 MBC를 감사하게 만들어서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과 '방송보도의 공정성'이 도대체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가? 이건 마치 '교통사고 사망률이 여전히 높다. 그러니까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수준의 논리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의 방문진법 개정안에 따르면, 감사원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저널리즘의 공정성 여부를 평가하는 학술기관이 되었나 보다.

 

결국 방문진법 개정안의 실제 의도는 'MBC가 정치권력 비판 보도가 귀에 거슬리니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서 경영진을 위축·협박하여 정권의 애완견, 정권의 충견으로 탈바꿈 시키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언론에게 부여된 사명 자체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다. 그것이 바로 무수한 언론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언론의 '감시견' 역할이다. 감시견이 얄밉다고 언제나 꼬리치는 애완견으로 개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권력의 오만이고 국민의 불행이며 방송 공공성의 파괴다. 저널리즘의 공정성은 정치권력의 오만이 아니라 역사와 여론이 판단하는 것이다.

 

초등학생의 논술 습작보다 못한 방문진법 개정 사유의 논리적 치졸함을 뒤늦게 깨달았는지, 진성호 의원은 4월 27일 "보도 공정성이 아닌 경영상 목적을 위해 발의했다"고 말을 바꿨다.

 

'공영방송 MBC의 투명한 경영 확보'라는 목표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의 현실을 보라. 작년 여름 감사원 감사는 정권의 언론장악에 악용되었다. 감사원은 당시 KBS 정연주 사장을 '법인세를 더 많이 냈다'는 해괴한 '배임혐의' 논리로 해임을 요구했고, 결국 정치논리에 입각한 KBS 이사회의 결정으로 정 사장을 해임시킨 바 있다.

 

따라서 MBC가 떳떳하고 투명하게 경영한다면 감사원 감사를 회피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논리는 감사원 표적 감사의 정치적 위험성을 억지로 감추려는 음험한 궤변이다.

 

게다가 형평성에서도 석연치 않다. 한나라당은 방문진법 개정 근거로 감사원법 제22조 1항 3호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2분의 1 이상을 출자한 법인"을 들며, MBC 대주주 방문진의 자본금이 원래 정부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논리라면 마찬가지로 뉴스통신진흥회가 대주주인 연합뉴스 역시 감사원 감사를 받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진성호 위원이 말하는 '지상파라는 공공재산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특권이기에 MBC를 공공기관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 역시 궁색하다. 그에 따르면 SBS를 포함한 지역민방 모두가 공공기관이고 감사원 감사 대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MBC라는 공영방송에 대한 공적 감시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공적 감시'와 '정치적 길들이기'는 엄격하게 구별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의 방문진법 개정안은 그 아무리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공적 감시' 아닌 '정치적 길들이기'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에게 엄중 경고한다. 방문진법 개정안을 당장 철회하라! 언론의 본령인 비판적 저널리즘을 정치적 잣대로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 4·29 재보선이 보여주는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언론자유의 탄압에 쏟는 그 노력을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 위기의 회복에 대신 발휘해 주기를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에지(www.ccd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2009.04.30 21:09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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