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히지 않은' 홈페이지, "노짱님! 사랑합니다"

노 전 대통령 지지글 수천 개 쇄도... 타 사이트에선 찬반 격론

등록 2009.04.30 22:16수정 2009.05.0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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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 ⓒ 최경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 ⓒ 최경준

"노짱님!! 사랑합니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힘내시고요, 잘 다녀오십시오." (ID 반야운정)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22일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라며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 의 폐쇄를 선언했다. 일주일 뒤, 노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떠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홈페이지는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30일 하루에만 "힘내십시오" "사랑합니다" 등 2000여 개의 지지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날 이른 아침 봉하마을을 직접 다녀오거나 TV 생중계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모습을 지켜본 지지자들은 "정치검찰로부터 노짱을 지켜내야 한다"며 결속을 다지기도 했다.

 

"'사람세상' 닫을 때 왔다"... "정치보복에 굴복하는 것"

 

재임 시절부터 인터넷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체포되자, 8시간 만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고, 이후 2주 동안 모두 5차례 더 글을 썼다.

 

부인 권양숙씨가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을 털어놓는가 하면, "제가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는 프레임(틀)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치열한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때론 집안에서 산책하는 사진까지 보도되자, 언론을 상대로 "저의 집 안뜰을 돌려주세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이 구속된 후 검찰 소환이 임박하자,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스스로 도덕적 파산을 선언하는 마지막 글을 썼다. 문제는 지지자들이었다. 홈페이지 관리팀이 "그 분이 없는 이 빈자리를 어떻게 메워야 할까요"라며 홈페이지 폐쇄에 대한 의견을 묻자,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절대 닫을 수 없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아이디 '삶이그대를'은 "(홈페이지 폐쇄는) 정치보복에 굴복하게 되는 것"이라며 "치촐한 정치보복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의여신'은 "이 홈페이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인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들이 주인"이라며 홈페이지 폐쇄를 반대했다.

 

'세베루스'도 "이곳을 닫는 것이야 말로 그들이 원하는 하나의 목표라고 생각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나파파'는 "이 홈페이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대화의 장"이라며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사건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점에서 그러신다 하지만 실망하는 것조차도 국민들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과 관련해서는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난다"며 안타까워하는 글과 "힘내십시오"라는 격려글이 쏟아졌다. '돼지의 전설'은 "가슴이 답답하다. 예전(탄핵) 생각도 난다"면서도 "하지만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신을 지지하는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인2'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 앞에서 눈시울이 살짝 불거지며 착잡한 표정으로 말문을 여는데, 순간 눈물이 나오더라"고 토로했다.

 

"죄 지었으면 벌 받는 게 당연" VS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사람 사는 세상', '노사모' 등 노 전 대통령의 지지 사이트와는 달리,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언론사 사이트와 <다음>,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아이디 'amita1272'는 "법을 잘 아는 사람으로 법을 악용하고 양심을 팔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정말 불쌍하다"며 "자신의 죄를 마누라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니 남자로서 씁쓸하기까지 한다. 반성이 없는 사람은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uswhd1024'는 "그나마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깨끗한 대통령이라 생각하기에 좀 안타깝다"면서도 "역시 저 자리에 가면 어쩔 수 없는 것이냐"고 말했다.

 

'글로리엘'은 "대통령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조사를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 아무 증거 없이 심문만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을) 부른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마'는 "노무현도 그렇지만 추종자들이 더하다. 무조건 감싸니까, 일반 국민으로서 노빠(노무현 지지자)를 보면 욕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달빛천사'는 "무조건 감싸는 게 아니다. 나름대로 검찰이 전해주고 언론들이 생중계하는 기사들을 보면서 앞뒤 꿰어 맞춰 보고 판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근쥬스'도 "박연차가 돈 준 사람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매우 광범위함에도 노무현에게만 수사를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한 뒤, "정의를 새우는 것이 사명이거늘……. 그러니까 너희가 떡찰이지"라고 질타했다.

 

'청량산'은 "돈을 받은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정치인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며 "그래도 다른 대통령, 정치인에 비해 깨끗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양비론을 펴는 누리꾼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오르곤'은 "지금 정권이 훨씬 더 더러운데 심판할 자격이나 있냐고? 그럼 어떡하면 좋겠느냐"며 "심판할 자격 없으니까, 뇌물 먹은 거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 누리꾼은 또 "명박이랑 딴나라는 4년 후에 심판하면 된다. 운하랑 롯데월드만 파도 꽤 나오지 않겠느냐"며 "액수에 상관없이 권력형 비리는 척결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여름'도 "청렴결백을 표방해야하는 정치인으로, 그것도 나라의 수장이었던 사람으로

잘못한 일이 분명하다"면서도 "더불어 정권 초기부터 각종 비리가 터져 나온 지금의 대통령은 과연 어떤 결말이 나올지 참 기대 된다"고 꼬집었다.

 

'풀내음 가득'은 "노무현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뭔가 씁쓸한 것이 있다"며 "노무현보다 더한 사람도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더 드는 이유는 뭘까"라고 반문했다.

2009.04.30 22:16 ⓒ 2009 OhmyNews
#노무현 검찰 소환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홈페이지 #정치 보복 #박연차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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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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