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초코파이 케잌과 볼펜 한 자루

[잊을 수 없는 선물] 부하에게 받은 감동의 선물

등록 2009.05.02 17:19수정 2009.05.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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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초코파이 케잌 케잌을 구하기 쉽지 않은 군대에서는 초코파이 케잌으로 생일파티를 많이 한다. 초코파이 5개와 초 하나로 만든 초라한 케잌이지만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선물이다. ⓒ 김동이


값나가고 꼭 필요한 물건을 선물로 받는다는 것은 선물을 받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바라는 소망이다.


하지만, 꼭 값 비싼 물건만이 선물을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비록 값 싸고 작은 선물일지라도 선물을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면 그보다 더 값진 선물은 없을 것이다.

30여년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물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내가 선물을 준 지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마음을 담아서 해 준 선물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몇 안되는 것 같다.

또한, 받은 선물 중에서도 그 당시로서는 비싸다고 생각되는 선물을 받은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인사치레로 주었던 선물이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물물교환 정도라고나 할까. 내가 선물을 줬으니까 상대방도 내가 준 선물만큼의 표현을 나에게 해 준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직까지도 기억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가슴찡한 사연이 있다.


직업군인으로서 군(軍)에 근무할 때의 에피소드여서 단순히 전우애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전우애를 넘어선 감동 그 자체였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뇌리 속에 깊숙이 박혀 자리잡고 있다.

갓 전입 온 부대,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직업군인이었던 난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 부대에서 근무를 하던 중 대위로 진급을 하게 되면서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게 되었다.

전출을 가게 되는 부대는 포천에서 40여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경기도 동두천의 한 포병부대였다. 그동안 보병부대에만 있었던 난 새로운 부임지로 가는 것보다도 전혀 다른 환경의 포병부대로 가는 것에 대해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부대에서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불렀으니 책임을 다해야했고, 그런 각오를 하고 나니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히려 의욕이 생겼다.

전(前) 부대에서 내어 준 짚차에 얼마되지 않는 이삿짐을 싣고 동두천의 부대로 향했다. 부대에 도착하니 내가 수행하게 될 직책의 전임자가 마중나와서는 일단 숙소로 안내를 했다. 아직 전입신고를 하려면 이틀이나 남아 있었지만, 먼저 숙소에 짐을 풀고 나서 전임자의 안내로 부대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근무하게 될 사무실에 들러서 같이 일을 하게 될 병사(일명 계원)들과도 인사도 나누고 업무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인수인계를 받았다.

모든 것이 낯선 환경이었지만 전임자의 도움으로 다른 부서의 동료들과 인사도 나누고 업무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고 보니 그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드디어 전입신고를 하는 날. 난 이날 대위 진급신고와 함께 전입, 보직신고까지 세 가지 신고를 해야 했다. 이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로 있었다.

먼저, 대위 계급장을 달게 됨으로써 초급장교의 티를 벗고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책임감이 생겼다는 점과 보직신고를 통해 지휘관을 측근에서 보좌해야 하는 참모 직책을 맡게 됨으로써 지휘관 보좌는 물론 부서의 장으로서 부하들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책임이 막중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진급, 전입, 보직신고를 마치고 나서 부대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후덕한 성품에 부담감을 덜 수 있었고, 다시 한 번 낯선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초라했지만 내겐 그 어느 때보다도 감동의 생일파티였다

그렇게 신고를 마치고 나와서 각 부서를 돌며 정식적으로 인사를 나눈 뒤, 서둘러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이 근무하게 될 계원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파악을 해야 할 것이고, 하루 빨리 업무파악을 해서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비록 5평 남짓 작은 공간에 마련된 초라한 사무실이었지만 아기자기한 맛도 있고, 3명이서 일을 보기에는 적당한 공간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드디어 반짝반짝거리는 대위 계급장을 달고 문을 여는 순간 불이 꺼져 있던 사무실 안에서 한 줄기 빛이 일더니 이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어? 뭐지? 애들아 뭐야?"
"생일축하합니다"
"생일? 나 생일 아닌데?"
"예? 생일 아니세요?"

난데없이 생일이라니? 진급 축하한다고 하면 모를까 생일축하한다니? 순간 달력을 봤다.

'오늘이 음력 9월... 어? 생일 맞네. 나도 몰랐는데, 애들이 어떻게 알았지?'

"어, 내 생일 맞네."
"맞습니까? 저희가 잘못 안 줄 알았습니다"
"고맙다"
"얼른 촛불 끄세요"

계원들이 내게 내민 케잌은 말로만 듣던 초코파이 케잌이었고, 초코파이 한 가운데에는 촛불 하나가 환하게 사무실을 밝혀주고 있었다.

"후~후~"

촛불을 끄자 다시 사무실 안에는 형광등불이 켜졌고, 계원들은 미리 준비해 놓은 과자와 음료를 내어 왔다.

"니들이 돈이 어디 있어서 이런 걸 준비했어?"
"다음에 밥이나 한 번 사주시면 됩니다"
"그래, 암튼 열심히 한 번 해보자"

계원들과 둘러앉아 다과회를 하고 있는데, 선임 계원이 나에게 물건 하나를 건넨다.

"뭐냐?"
"선물입니다. 별 건 아닌데 제 성의입니다"

계원이 건네준 선물은 레이져 포인트가 함께 달려 있는 볼펜 한 자루였다. 지하철에서 잡상인이 파는 싸구려 볼펜 한 자루였지만, 이날 계원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에 최고의 선물이었다.

또 근무를 하면서 유용하게 써 먹은 물건 중에 하나이니 더욱더 의미있는 선물이 되었다.

군생활을 하면서도 그렇고, 전역해서도 이 볼펜만은 끝까지 간직하고 싶었지만 누군가가 빌려가서 가지고 오지 않는 통에 지금은 이 볼펜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이 때 부하들이 나에게 해 준 생일파티와 생일선물은 평생 잊지못할 감동을 안겨 주었다.

이날의 초코파이 케잌과 볼펜 한 자루는 내겐 추억일뿐만 아니라, 잊지못할 선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잊을 수 없는 선물> 응모글


덧붙이는 글 <잊을 수 없는 선물> 응모글
#선물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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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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