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허황된 "세계 3위 자전거 생산국 도약" 발언

염려스런 MB의 서수(序數) 강박증

등록 2009.05.04 11:09수정 2009.05.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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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부도 처리된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 중 7은 임기 중 한국 경제를 세계 7위권에 올려놓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400만 일자리 창출이나 연간 7% 경제성장 같은 나머지 숫자들도 함께 부도처리 되었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숫자 놀음, 좀 더 세밀하게 말하자면 어떤 일이라도 등수를 매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서수(序數) 강박증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은 어렵지만 내년 후반기에는 우리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회복될 것"이라고 한 바 있지만, 자랑스러운 '경제위기 탈출 세계 1위'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논의된 바도 없고 물리적으로 볼 때 대책을 수립할만한 시간도 없었다.

아니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들이 겪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큰 강도로 환율 위기를 겪고 있는 것에 대한 원인규명조차 변변히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은 "세계에서 제일 먼저…"라며 회복을 언급하고 있으니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제발'  대통령이 장담한 대로 결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면서도 진실성이라고는 조금도 느낄 수 없이 말의 성찬만 화려하게 펼치는 정권에 대해 도무지 신뢰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한 국가의 최고 통치자의 발언이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니, 대통령은 허황된 말만을 앞세워 자신의 위신을 세워보려는 나쁜 버릇을 고쳐야만 할 일이다.

그런데 어제(5월 3일) 창원에서 있었던 자전거축제 발언에서도 대통령의 고질병은 또 다시 도지고 말았다.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자전거를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자전거 타기 운동이 전개돼 5년 안에 3대 (생산) 국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대통령의 말과 전혀 다르다.

경기용이나 산악자전거의 경우 고가 제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서민용 자전거 대부분은 국산이거나 생산 단가가 너무 낮아 중국 등에서 제조 수입하는 제품들이다. 또한 얼마 전부터는 국산 자전거 메이커들도 고가 시장을 넘보기 위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물론 대통령의 '세계 3위의 자전거 생산국' 발언 역시 자전거 생산 사업에 대한 어떤 청사진이 있어서가 나온 말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자전거를 많이 타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대통령의 즉흥적인 기분을 말한 것뿐이다.

MB의 녹색 성장은 인조 잔디


요즘 대통령과 정부는 유난히 '녹색성장'을 강조하는데 과연 대통령과 정부가 녹색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녹색'이란 말은 친환경, 친자연을 의미한다. 가능하면 사람의 손때를 적게 묻히고, 조금 느리더라도 덜 쓰고 덜 훼손하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서로 공존하여 행복해지는 세상이 비로소 녹색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니, 녹색에는 서두름이 없으며 서열이 없으며 대충 실적만 올리는 난개발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틈만 나면 녹색 성장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기본 마인드는 '속도'에 가치를 두고 있다. 경제 위기도 빨리 벗어나야 하며 성장도 빨리 이루어져야 하며 4대강 정비 같은 것도 '비록 약간의 반대가 있더라도 밀어붙여야 한다'며 속도전을 독려하고 있다. 국민의 65% 이상이 반대하는 일을 '약간의 반대'라고 일축하는 대통령의 사고방식에도 큰 문제가 있지만, 반 환경적 개발 정책을 부추기면서 이것을 굳이 '녹색'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최대의 업적으로 자랑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청계천 복원은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생태계의 복원을 말하는 것이지 모터로 물을 퍼올려 순환시키는 거대한 수족관을 만든 것을 복원이라고 하지 않는다. 개발지상론자인 대통령의 입에서 '녹색'이란 발언이 나오자 누군가가 퉁명스럽게 내던진다.

"그니 (MB) 녹색은 인조 잔디여!"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과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과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녹색성장 #대운하 #난개발 #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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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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