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흥부전'... 금반지 물어온 제비

경남 사천의 한 횟집에 찾아온 제비'떼'

등록 2009.05.07 17:12수정 2009.05.0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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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 용현면 선진리에 금반지를 물어온 제비가 있어 화제다. ⓒ 하병주


제비가 금반지를 물어 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고전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는 제비가 박씨를 물고와 흥부를 부자로 만들었다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 경남 사천 용현에서는 실제로 제비가 금반지를 물어 오는 '경사'가 생겼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경남 사천시 용현면 선진리에서 작은 횟집을 운영하는 강홍근(61)씨. 그는 지난 4월20일께 아침, 여느 때처럼 시장에 다녀왔다. 그리고는 영업을 위해 집안을 청소했다.

그 무렵은 제비가 집을 짓거나 고치느라 한창일 때, 그래서 제비집 아래가 늘 지저분했다. 이유는 제비가 물어 온 지푸라기나 흙덩어리들 때문이었다.

강씨는 평소처럼 아무 생각 없이 비로 쓸었는데, 그 때 쇳소리 같은 게 얼핏 들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제비가 간혹 물어 오는 철사조각이겠거니 여기고 비질을 계속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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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 강씨가 금반지를 물어온 제비 얘기를 들려주며 제비집을 가리키고 있다. 제비집에는 암컷 한 마리가 알을 품고 있다. ⓒ 하병주


이때 식재료를 팔기 위해 자주 들르는 한 상인이 곁에 다가와 "이게 뭐꼬?"하며 구릿빛 철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금당 24K'라고 적혔는데예, 이거 금 아입니꺼?"라고 했단다.

그래서 강씨가 자세히 보니 정말 금반지가 아닌가. 가는 실반지가 끊어지고 펴진 채 닳고 닳아 있는 것이 진짜 금반지였다. 강씨는 이 반지를 부인(김을순 55)에게 주면서 "제비가 금반지를 물고 왔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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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를 물어온 것으로 보이는 제비 ⓒ 하병주


그러나 지금은 그 귀한(?) 금반지가 강씨에게 없다. 그로부터 사흘 뒤 강씨 부인이 사천시내 한 금은방에 가져가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강씨 부인은 이 반지값으로 8만5000원을 받아 돈을 더 보태 귀고리를 샀다고 한다.

7일, 강씨 부인이 팔았다는 금은방에 확인하니 그 반지가 어디 갔는지 안 보인단다. 하지만 금은방 사장은 그 때 일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평소 잘 아는 분인데, 한날 제비가 물어 왔다며 실반지를 주기에 보니까 순금이었다. 무게를 달아보니 6푼이 조금 넘었던 것 같다."

이 금은방 사장은 그때의 금반지를 아직 처분하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며 계속 찾아보기로 했다.

시골집에 제비집만 13개, 다가가도 놀라지 않는 제비

강씨와 주변 얘기를 종합하면 제비가 금반지를 물어 온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강씨와 제비는 특별한 관계가 있는 걸까.

7일 오전 점심시간을 조금 앞둔 시간에 강씨 가게를 찾았다. 작은 어촌마을에 위치한 강씨 가게는 현대식 건물이 아니라 위채와 아래채로 구성된 보통의 남부지방 시골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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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의 가게는 여느 시골집과 같다. 한 처마에 제비집 12개가 몰려 있다. ⓒ 하병주


이른 손님들이 찾아와 자리를 잡고 있어 자세한 얘기를 나눌 순 없었지만 '제비가 물어 온 반지' 얘기를 꺼내자 껄껄 웃으며 "어찌 알고 왔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집을 잠시 안내했다.

놀라운 것은 작은 집 한 채에 제비집만 13개였다. 그 가운데 12개가 위채 처마 밑에 몰려 있었다. 나아가 사람 출입이 가장 많은 부엌과 안방 앞에 대부분 몰려 있었다. 이는 사람 가까이에 집을 짓는 제비의 습성으로 볼 때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여느 시골집과 비교하더라도 분명 많은 숫자다.

게다가 이곳 제비들은 다른 제비들에 비하면 사람을 경계하는 눈치가 훨씬 덜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까지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는 것이, 아주 익숙한 듯 보였다.

강씨의 집 처마는 나무서까래 사이로 흙을 바른 뒤 석회로 마감돼 있었다. 제비가 앉아 쉴 수 있는 전깃줄도 여러 가닥 지나고 있었다. 12개의 제비집 가운데 주인을 맞은 것은 4곳. 이곳에 네 쌍이 알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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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시골집을 이용해 회를 팔고 있다. 해마다 많은 제비가 강씨 집을 찾는다고 한다. ⓒ 하병주


금반지를 발견한 당시 상황을 잠시 설명한 강씨는 이내 일을 시작했다. 제비집이 유난히 많은 이유를 묻자 강씨는 회를 썰면서 말했다.

"평소 다른 집보다 제비가 많이 찾아오는 편이긴 한데, 그 이유는 나도 잘 몰라. 제비집을 뜯지 않고 계속 뒀더니 저렇게 늘었네."

제비가 물어 온 반지를 왜 팔아버렸냐는 물음에는 "그러게 말이야. 나도 몰랐다니까, 마누라가 팔고 난 뒤에야 말을 했거든"하면서 곁에 있는 부인에게 다시 한 번 면박을 줬다. 강씨 부인은 예쁜 귀고리를 매달고 있었지만 촬영은 극구 사양했다.

제비가 물어 왔다는 금반지를 볼 수 없음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사람과 제비가 유난히 가까워 보이는 모습을 보니 금반지를 물어 왔다는 것도 그리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제비가 철사처럼 늘어져 지푸라기처럼 생긴 금반지를 물어 와 제 집을 짓다가 땅에 떨어뜨린 뒤 주인이 이를 발견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통계학자가 답을 준다면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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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병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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