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자꾸 아프다고 하면 2-3주 '염좌'로 진단"

부산동부지청 의료자문위원회 연구발표 개최…현장 애로점 교환

등록 2009.05.22 15:34수정 2009.05.22 15:34
0
원고료로 응원
자존심 강한, 우리나라의 대표 엘리트인 검찰와 의사회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만났다. 그 자리에서 두 집단은 각자의 현장에서 겪은 애로사항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검사장 임권수)은 지난 5월 21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구 마리나센터에서 의료자문위원회 학술발표를 가졌다. 이날 검찰측에서는 임권수 지청장을 비롯한 최해종 차장검사, 강경원 형사2부장 등 16명이, 의료계에서는 의료자문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광재 목화산부인과 원장, 감사 이만재 부산시의사회 수석부위원장, 김인영 남구의사회장, 이의효 신세계안과원장, 박경환 동래구의사회장, 하상욱 해운대구의사회장, 김한균 큰나무정형외과원장, 유성종 성형외과원장, 정근 부산시의사회장, 오무영 부산시의사회 총무부회장, 신재철 부산시의사회 감사 등 15명이 각각 참석했다.

공공기관의 민간 자문위원회 모임은 으레 식사로 시작해서 술자리로 끝나기가 일쑤다. 그러나 이날 모임은 색달랐다. 단순한 친목행사가 아니라, 검찰과 의사회쪽에서 현안에 대한 연구발표를 하는 세미나 성격이 강했다.

임권수 지청장은 연구발표에 앞선 인사말에서 "검사와 의사는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구축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가 각자의 영역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의학은 검찰업무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나, 검찰에서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하므로 의료계의 자문이 절실하다"면서 이번 행사에 거는 기대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의료자문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광재 목화산부인과 원장이 "의료자문위가 그동안 형식적으로 운영된 감이 없지 않다. 앞으로 내실 있는 모임으로 다함께 만들어나가자"며 검찰의 기대에 화답했다.

이어진 연구발표에서는 검찰 수사 때 절대적인 양형 기준으로 삼고 있는 진단서에 대한 의사회측의 주제발표와 검찰측의 질의가 있었다.

먼저 의사회측의 김한균 큰나무정형외과 원장은 '진단서'라는 주제를 통해 △진단서의 정의 △일반진단서와 상해진단서의 차이 △치료기간 설정 등에 대한 의료 현장의 솔직한 태도를 검찰측에 전달했다. 특히 김 원장은 진단서 종류에 따라 작성 때 의사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고백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일반진단서는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환자의 주장과 임상적 증상만으로 진단서를 발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검찰이 일반진단서만으로 양형을 결정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상해로 인한 진단서 발급을 요청하면 의사들은 거의 대부분 상해진단서를 발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가 상해진단서를 발급할 때는 검찰에서의 확인요청 등 귀찮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히 상해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판단하므로 검찰에서는 반드시 일반진단서보다는 상해진단서를 기준으로 양형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 일반진단서의 경우 각종 검사 상으로 아무 이상이 없으나 환자가 자꾸 아프다고 호소하면 치료기간이 2~3주 정도가 필요한 '염좌'로 진단하는 것이 의료 현장의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끝으로 "의사들은 일반진단서의 경우 치료기간 등 예민한 부분에도 다소 유연한 자세를 유지하지만, 상해진단서의 경우 그 자체가 인신구속의 주요 기준이 되므로 아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며 검찰에서는 상해진단서를 양형기준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의료계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일선에서 수사를 하는 검찰측은 "지금까지 수사 검사들은 일반진단서든 상해진단서든 의사들의 진단서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양형기준의 주요 자료로 활용해왔다"고 털어놓으며, 일반과 상해진단서를 대하는 의사들의 자세가 다르다는 것을 안 만큼 앞으로 수사에 적극 참고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연구발표에서는 또 검찰측의 국 진 부산동부지청 검사가 '의료분쟁의 예방과 대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분쟁의 예방을 위해서는 환자와의 돈독한 관계유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진료 상의 주의 의무 △환자의 세심한 관리 △진료기록부의 작성 △설명의무 △전원 의무 등을 소홀히 함으로써 발생한 의료분쟁을 관련 판례를 예시하면서 의사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부산시의사회는 검찰측의 양해를 얻어 이날 발표된 국진 검사의 '의료분쟁의 예방과 대처'를 부산의사회지 6월호에 게재하기로 했다.

식사 시간 30분을 포함해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부산 동부지청 검사들과 부산시의사회 소속 의사들간의 연구발표는 양측이 모두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인식 아래 종종 이런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AD

AD

인기기사

  1. 1 법원 "헬기사격 사실"... 밀가루·계란 뒤덮인 전두환 차량
  2. 2 박정희의 전화 "내가 점심 사면 안 되겠심니꺼?"
  3. 3 김대중에게만 남달랐던 전두환, 그럴 수 있었던 이유
  4. 4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이낙연 20.6%, 윤석열 19.8%, 이재명 19.4%... 초접전
  5. 5 법원, '윤석열 사건' 1시간여 만에 심문 종료... 판사사찰 의혹 문건 공방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