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대통령이 나에게 주고 간 마지막 선물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알게 된 눈물에 의미

등록 2009.06.01 10:41수정 2009.06.0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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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나는 눈물을 잊고 살았다. 현대인들이라면 특히 남성들은 어떤 감성에 젖어 우는 경우가 드물 것이고 여성들 역시 바쁘게 사회생활 하다보면 남성들 못지않게 눈물 흘릴 경우가 줄어든 것도 거짓은 아닐 것이다.

 

어릴 때는 어머니에게 맞아서 울고 친구들과 싸우다 울고 무서운 것만 봐도 쉽게 나오던 눈물이 언젠가부터 우리들 눈에서 마르기 시작했다. 원인이 무얼까? 무엇 때문에 성인이 될수록 눈물이 말라 버리는 것일까?

 

하지만 지금도 아주 슬픈 얘기나 영화나 티브이 프로그램에서도 찔끔 눈물 흘릴 수 있는 심적(心的) 여유를 가지고 있다면 참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남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고 따라 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인연을 맺고 싶을 만큼 따뜻할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내 앞에 일어난 슬픈 일이 아니고서야 요즘 같은 세상에 남의 슬픔을 같이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

 

바보 대통령이 나에게 주고 간 마지막 선물

 

나는 지금껏 눈물이란 무조건 슬픔의 의미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물론 태어날 때만 제외하고 말이다. 솔직히 살면서 기뻐서 우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리 흔하지 않은 경우라서 눈물하면 슬픔부터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고.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나는 눈물에 의미에서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의미를 발견해 조금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특히 내 슬픔이 아닌 일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어딘가 모르게 벅찬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내 자신을 발견한 것.

 

이런 내 자신을 보면서 '눈물은 내게 닥친 슬픔으로 인해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고 처음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의미를 남들은 이미 다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처음 알게 된 것이라서 새롭고 감사할 수밖에 없다.

 

예전의 내 모습에서 찾을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그래서일까? '상록수'란 노래와 고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함께 국민들이 우는 모습만 나와도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벅찬 느낌부터 들면서 눈물이 난다. 물론 여기서의 벅참이란 것은 비(悲)에 가까운 의미며 슬픔 말고도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의미의 벅참이 녹아 있다.

 

요즘은 내가 쉽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은 모두 사람다운 사람일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동안의 나처럼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사람들만 이 세상에 사는 줄만 알았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란 것도 이번에 깨달았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눈물지으며 그 먼 봉하마을까지 찾아가 조문을 하고 여려 곳에 차려진 분향소를 찾아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어울려 슬픔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 대단하고 감사한 일인지도 이제야 알았다.

 

비록 내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눈물 흘려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헛삶을 살았지만 이런 내 마음에도 따뜻함을 안겨 준 벅찬 느낌의 눈물에 의미는 어쩌면 이 시대 바보 대통령이 나에게 주고 간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09.06.01 10:41 ⓒ 2009 OhmyNews
#눈물 #의미 #바보대통령 #선물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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