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전 총살된 '의족의 주인'을 찾습니다

[공주 유해발굴 현장] 1950년 공주형무소에서 끌려간 사람들은?

등록 2009.06.15 10:37수정 2009.06.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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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왕촌 살구쟁이 유해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의족. 1950년 공주형무소에 수감됐다 이 곳에서 군경에 의해 총살된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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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왕촌 살구쟁이 유해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의족과 유해잔해. ⓒ 심규상


공주 왕촌 살구쟁이 희생자에 대한 유해발굴이 시작된 가운데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의족(義足)이 발견돼 희생자 신원을 밝히는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 공주 왕촌 유해발굴팀은 12일 개토제에 이어 유해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발굴팀은 유해발굴 첫 날인 13일 배수로공사를 하다 다량의 유골을 수습한 데 이어 유해매장지로 추정했던 지점에서 희생자의 두개골과 탄피 등을 발굴했다.

이 중 발굴팀의 눈길을 끄는 것은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의족이다. 첫 매장추정지에서 발견된 의족은 그 크기로 보아 무릎 윗부분인 대퇴부에 고정하도록 한 것으로 플라스틱 구조물인 발 부위 외에는 보철 장치로 돼 있다. 

지금의 기술로 보면 일면 조잡해 보이지만 희생 당시가 59전 년인 1950년임을 감안하면 쉽게 구할 수 없는 고가의 첨단장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당시 왕촌 살구쟁이에서 희생된 공주형무소 수감자 중 지체장애인이면서 의족을 착용한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극소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유해발굴팀은 의족이 희생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유가족들의 연락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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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 민간인집단희생 유해발굴 조사단장 ⓒ 심규상


희생자 유해 대부분 삭아 없어져... "온전한 것 없는 듯"  

안타까운 점은 의족 외에 희생자의 유해가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해발굴을 벌이고 있는 박선주 민간인집단희생 유해발굴 조사단장(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은 "토질이 습해 대부분이 삭아 없어졌다"며 "의족을 낀 희생자의 유해도 삭아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의족이 발견된 30cm 왼쪽 부근에서는 금도금을 한 치아와 여러 점의 일반 치아, 여러 점의 유해가 발견됐지만, 뒤엉켜 사살된 정황으로 볼 때 사망자를 특정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밖에 부근에서 여러 점의 두개골과 유해, 여러 점의 탄피가 발견됐지만 심하게 삭아 상당 부분이 부서져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흩어져 있었다.      

박 단장은 "총살된 수백 명의 희생자들이 얇게 묻혀 아무렇게나 방치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토질상태로 볼 때 전체적으로 부분적인 뼛조각 외 온전한 형태의 유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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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왕촌 유해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희생자 두개골. 나머지 유해의 경우 삭아 없어지거나 흩어져 있는 상태다. ⓒ 심규상


한편 수로공사 도중 드러난 유해는 유해매장 추정지로부터 직선거리로 10여 미터 위쪽 부근에서 발견됐는데, 이곳은 당초 지목한 4곳의 유해매장 추정지와는 다른 곳이다. 발굴팀은 매장 추정지가 추가로 발견됨에 따라 처음 지목한 4곳에 대한 발굴이 끝나는 대로 이곳을 조사 발굴할 계획이다.

박 단장은 "인근 주민들로부터 매장추정지가 모두 6곳이라는 증언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운 매장지가 발견됨에 따라 또 다른 매장 추정지를 밝히는 일에도 주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공주 왕촌 살구쟁이 집단희생 현장은 1950년 7월 중순경 당시 공주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500~700여 명이 트럭으로 실려와 국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희생된 곳이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해는 충북대 내에 위치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추모관'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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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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