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사이 2명 사망... "쌍용차 노동자 정신건강 위험"

노동안전활동가·노무사 등 '선언문' 발표 "건강권 사수, 정리해고 반대"

등록 2009.06.18 16:45수정 2009.06.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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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지역 노동활동가와 노무사들은 18일 오후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노동자들의 건강권 쟁취를 촉구했다. ⓒ 윤성효


"한 달가량 노동자들은 긴장감 속에 부실한 식사를 하며 공장과 식당, 사무실 바닥에서 잠을 자고 공장을 지키고 있다. 벌써 정리해고 스트레스로 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들의 사망은 '해고는 곧 살인'이라는 노동자의 주장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반대 '옥쇄파업투쟁'이 한 달 가까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쌍용차 소속 노동자(비해고 대상자) 2명이 사망하자 노동계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창원지역 128명을 비롯해 전국 900여 명의 노동활동가와 의사, 변호사, 노무사들이 '건강권 사수'와 '정리해고 반대'를 요구했다.

사망자 중 한 명은 지난 5월 27일 '신경성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다른 한 명은 지난 11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최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 금속노조(쌍용차지부)와 함께 실시한 '정리해고에 따른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매우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최영주 노무사와 허태혁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 등 노동활동가들은 18일 오후 쌍용차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노동자 건강권 사수, 정리해고 반대투쟁 지지, 정부대책을 촉구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전문가 선언문"을 발표했다.

허태혁 부지부장은 "요즘 죽음으로 이야기를 해도 이명박 정부는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있다, 화가 나더라도 끝까지 모여서 무슨 말이든지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원통할 것 같아 모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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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주 노무사가 18일 오후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윤성효


선언문 "해고는 곧 살인이다"

박훈 변호사를 비롯한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노무사·변호사 등 선언 참가자들은 "보름 사이에 2명이 사망한 쌍용자동차 노동자, 이들이 구조조정 피해자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며 "하지만, 쌍용차도 정부도 노동부도 해고가 곧 살인이 된 현실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쌍용차는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정리해고와 분사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현재 부도나 다름없는 경영 파탄의 책임은 상하이 투기자본과 경영진, 그리고 자본 투기의 길을 열어 준 정부에 있다, 그러나 사측과 정부는 자동차를 생산해온 것 외에는 아무 죄가 없는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다 떠안으라고 강요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는 더 이상 문제를 수수방관하지 말고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와 "노동부는 쌍용자동차를 포함, 모든 구조조정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시건강진단을 실시하고 결과에 따른 치료 보장, 원인 해결에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쌍용차는 노동자와 노동자를 갈등으로 밀어 넣는 관제데모와 심리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핸드폰 문자 회유와 압박을 즉각 중단하라"며 "그들은 같이 밥을 먹고, 공을 차고, 웃음과 슬픔을 나눴던 동료요 친구요 선후배였다, 가족들도 인사가 오가는 사이였다, 그런데 지난 16일, 회사는 어떤 일을 저질렀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파업 중인 노동자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동료들이 정리해고자와 비정리해고자로 나뉜 상황이 두렵다고 했다"며 "쌍용차는 안에 있는 노동자나 밖에 있는 노동자 모두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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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지역 노동활동가와 노무사들은 18일 오후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노동자들의 건강권 쟁취를 촉구했다. ⓒ 윤성효


쌍용차 노동자 '정리해고 따른 정신건강 심각한 수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 단체들은 지난 1~2일 사이 쌍용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정리해고에 따른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실시했다. 1000부의 설문지를 배부해 284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아 분석한 것이다.

조사 대상자 중 86%인 158명이 현재 갚아야 할 가구 빚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월 평균 수입과 가구 총 수입이 50%가량 줄어 가족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울 증상을 보이는 쌍용차 노동자들은 56%였다. 응답자 가운데 고도 우울증상 33.8%, 중등도 우울증상 21.1%, 경한 우울증상 30.2%, 정상 14.9%였다. 다른 분야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우울증에 시달리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

쌍용차 노동자 중에 '중한 불안 증상'은 15.1%, '스트레스 고위험군'은 66.9%였다. 또 이들의 수면 장애 수준은 매우 높았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 관련 단체들은 "오랜 공장생활과 바닥에서 자는 관계로 육체적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였으며, 외부 진료가 자유롭지 못해 고혈압 당뇨의 조절이 잘 안 된다"면서 "규칙적인 혈압·혈당 체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쌍용자동차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건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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