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러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나섰습니다

이젠 '노무현 정신'을 구현해 나가는데 노력할 것'

등록 2009.06.28 16:41수정 2009.06.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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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성지 순례길이 된 부엉이 바위. 산을 오르는 길섶에서 부터 끝없이 이어진 노란 추모리본 ⓒ 안서순


당신을 만나기 위해 27일 새벽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다.
충남 서산에서 봉하마을까지는 먼 길이었습니다.


신 새벽에 관광버스 3대에 분승한 사람들은'봉하마을'을 간다하니 뜻있는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보내온 떡, 음료수, 물, 과자로 건너뛴 아침밥을 대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탄 2호차에는 갈산교회의 안인철 목사님 부부가 밤새 정성껏 싼 '채소김밥'을 큰 박스에 담아가지고 오셔서 작은 암자에 계시는 스님과 신도들, 목사님, 전도사님, 네 살박이 아이, 정치와는 전혀 무관한 낚지 잡는 어부, 농사짓는 농사꾼, 주부들, 학생, 등 40여명 모두가 달게 먹었습니다.

꼭두새벽 세수를 하는 저에게  제 아내는'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가라고 했지만 전 유명상표가 붙은 연한 갈색 줄무늬 셔츠에 바지아랫단이 접힌 바지를 입고 나섰습니다.
그건 제가 가장 아끼는  제겐 가장 좋은 옷입니다.

당신을 뵈려 가는데 추레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그렇게 나선 것입니다.

'아직까지 당신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지만, 그거야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봉하마을까지 꼬박 5시간이 걸렸습니다.


한여름 기온인 30여도가 넘는 염천 가운데 다시 2km 가까운 길을 걸어서 가는데 네 살박이 어린 아이도 80살이 넘은 노인네도 한마디 불평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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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 무등을 태우고 부엉이 바위를 오르는 아버지 부엉이 바위는 이제 성지순례길이 되었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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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 정토사 부엉이 바위에서 정토사 이르는 길은 성지순례길이 되어 버렸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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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성지순계에 나선 80대 할머니 유주옥(80.서산)할머니는 기어서라도 부엉이 바위와 정토원을 오르겠다고 말했다. ⓒ 안서순


이날은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길 양쪽으로 '봉하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당신께서 서거하시기 전에는 그저 한적한 농촌마을이었을 작은 봉하마을은 온통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시골5일장이 선 것 처럼 북적거리는 마을에 가득찬 사람들은 하나같이 들떠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산 봉하마을 까지 와서 추모한다'는 것과 당신의 모습을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수구언론이 떠든 것과는 너무 다른 소박한 사저와 마을,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반민주세력에 대한 반감 등이 겹치고 겹쳐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봉하마을은 민주성지'가 된 것입니다.

사저와 부엉이바위, 정토원은 성지순례 길이 되어 버렸습니다.
당신의 명복을 비는 노란 리본이 끝도 없이 이어진 그 길은 이제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을 길 없는 '성지'가 되어 있습니다.

그 길을 80이 넘은 노인은 지팡이를 잡고 때로는 부축을 받으며 기어이 오르고 어린아이는 아버지가 무등을 태우고 오르고야 마는 성지길이 되었습니다.

분향소에는 아직까지 차례를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할 만큼 추모행렬이 이어져 '분향 라인'을 바닥에 붙어 놓은 것을 보고 '당신은 우리들이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그이는  구멍가게에 가서 담배도 사 피우고 얼음과자도 사먹으며 자전거 타고 논두렁을 다니는 우리와 같은 마을사람이었는데 몹쓸 인종들이 돌아기시게 했다"며 분을 삭히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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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안최고위원은' 노무현 정신'을 구현해 나가 이나라 민주발전을 가져오게 하자고 말했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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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논농사꾼 '오리' 봉하마을은 노대통령이 꿈꾼 '생태마을'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 안서순


성지길을 오르기 전 만난 안희정씨는 영락없는 농군이었습니다.

헐렁한 바지에 때가 묻은 티셔츠, 검게 그을린 얼굴에 밀짚모자 차림새는 누가 보아도 농군이 틀림없습니다. 그는 아침 저녁으로 '오리'를 관리하며 '친환경농법'을 배우면서 실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할 때, 대통령이 너무 말이 말이 많고, 격식이 없어 가볍게 보이고 경박스럽다며 욕을 했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1년 남짓하지만 국민들은 이제야 이 정권을 보고 노 대통령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현 정권을 성토했습니다.

이어 그는 "권력은 국민위에 올라앉아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을 엎어 누르는게 아니라 국민을 주인으로 모실 때  힘을 쓰는 것이 진정한 권력이 되는 것이니 만큼 우리는 노무현 정신을 이어가야 하며 그 노무현 정신은 진보와 보수, 자본과 노동자, 야당과 여당을 떠나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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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 중인 노대통령 추모공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작은 비석'이 들어설 추모공원에 대한 구체적 문제는 49제를 지낸 다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 안서순


'노무현 대통령의 작은 비석을 세울 '추모동산'은 봉화산 사자바위서쪽,기슭아래, 등산로 입구의 주말농장자리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꾸밀지는 49제가 지난 다음 다시 논의키로 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추모동산을 꾸미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아무래도  뜻있는 사람들이 십시일반을 해야 할 듯 싶다"며 조심스럽게 말했습다.

지금 추모동산은 터 닦기가 한참이었습니다.

생각하면 얼마나 기막힌 일입니까, 앞으로 당신의 손때가 묻어 봉하마을의 소득에 일조할 농장에 당신을 추모하는 비석이 선다는게 쉽게 납득이 됩니까.

당신은 퇴임 후 궁벽진 봉하마을로 돌아가시고 고립무원이라 생각하셨을지 모르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다만 '바람을 피하기 위해 잡시 스러져 있었을 뿐이고  안으로 안으로 분을 삭히며 그날을 기다려 왔는데 그 사이 당신은 어이없이 가셨다는게 쉽게 이해가 된다고 보십니까.

이제 우리는 안희정씨가 말한 것 처럼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는데 힘을 모을 것입니다.
되돌아 오는 차중에서 신도와 함께 온 스님은 "내년지방선거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찍을 때 제대로 찍어야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세상이 오는 겝니다"고 말했습니다.
추모동산이 만들어지면 집사람과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당신을 뵈오러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이천구년. 유월 이십칠일. 서산 무지랭이 백성 올림   

 
   
   
#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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