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희망이 되어드리지 못해 부끄럽습니다"

민언련 언론학교 둘째 날

등록 2009.07.04 14:53수정 2009.07.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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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7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주최하는 제 69기 언론학교에 강사로 선 강기갑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대표는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농민운동, 국회 그리고 언론' 강의를 시작했다. 교육회관 4층 강당은 강 대표의 강의를 수강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자신과 민노당을 소개하는 끝자락에 강 대표는 "부끄럽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민노당의 구호가 단지 구호로서만 그치는 현실에 대한 자책이었다. 누리꾼들이 붙여준 '강달프'라는 강한 별명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서민, 고용문제 해결 없이 경제문제의 해결책 없어"

강 대표는 지금 시대의 가장 절박한 과제로 '극심해진 양극화의 해소'를 꼽았다. 자신의 유년시절을 추억하며 비록 그 때가 가난했지만 행복했다며, 이렇게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오히려 실종된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 물었다. 그 주된 이유는 양극화 때문이며, 이것은 '정치'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현재의 상황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한나라당을 '재벌머슴정당'으로 규정하며, 이들과 청와대의 부자를 위한 100조원의 감세와 비정규직에 대한 이중적인 행동을 비판했다. 법안이 실행되면 비정규직 '100만 실업대란'이라며 공포를 조성하지만, 결국 이를 앞장서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공기업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일 국회 사무처가 비정규직 근로자 19명을 해고한 일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강 대표는 또한 미디어법 역시 비판했다. "언론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말하며, 미디어법은 이와 같은 언론에 대한 통제시도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재벌이 언론을 장악함으로써 양극화는 더욱 심화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행정부는 입법부에 의해 견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들며 한나라당이 여당임에도 입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로 청와대의 눈치만 본다고 했다.

'MB퇴진'까지 외치는 민노당의 행동이 단순히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님도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식이 있던 날, 단식 중임에도 두 손을 모아 이명박 대통령이 더 좋은 세상을, 더 나은 경제를 만들어 주기를 기도하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은 새로운 대통령에 대해 강 대표 역시 기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기대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풍비박산 났다는 것은 이후 강 대표의 일련의 행동들을 통해 알 수 있다.


"나보다 어려운 이를 배려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강 대표는 강의 후반부에 갑자기 "허허허"라며 웃었다. 집에 들어가면 두루마기를 세탁하고 다림질하는 일상을 이야기하며 항상 새벽에 일어나 웃는 연습을 한다고 했다.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한다고, 이전처럼 화를 참지 못하면 국회의원에게서 '왕따'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이미 왕따인지도 모른다고 말을 덧붙였다.

강 대표는 우리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래서 그들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법(法)이라는 한자를 파자하며 법은 결국 '물이 흐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물은 수평을 이루며, 아래로 흐릅니다." 누구에게도 불이익 없이 평등하며, 소외된 이들을 위해서 적용되어야 할 법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비유적인 표현이었다.

한 시간 반이 넘는 강의 시간동안 강 대표는 한번도 준비된 의자에 앉지 않았다. 그렇게 수강생들과 조금이라도 더 눈을 맞추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정도면 박수가 한번 나와야 하는데"라며 강의하는 모습에서는 노련한 강사의 모습도 느껴졌다. 강 대표는 마지막으로 모두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 길 바란다고 했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는 그람시의 말이 언뜻 뇌리에 스쳤다.

민언련 언론학교는 7월 30일까지 총 10차례의 강의가 계속 진행된다. 이번 언론학교는 이미 마감이 됐기 때문에 수강할 수 없지만, 관심 있는 분은 앞으로 진행될 언론학교에 관심을 가져보시길. (홈페이지: http://www.ccdm.or.kr/02_lecture/lecture_01.asp)
#강기갑 #민언련 #언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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