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보다 꼬리가 좋아요

말 많고 탈 많을수록 커지는 희망

등록 2009.07.07 14:05수정 2009.07.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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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2년 간 일했던 사회복지사 직원이 그만두었다. 취업이 어렵다는 시대에 좀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표면적인 사퇴이유를 밝혔지만, 현장과 조직안에서의 소통이 마음대로 원활하게 되어지지 않는 갈등도 한 요인이 되었다. 그만 둔 사회복지사는 이곳이 첫 취업이었다. 그리고 그만두더라도 여기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하고 떠났다.

 

그러나 우물안에서 제대로 헤엄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개구리가 약육강생이 수면아래 존재하는 넓은 연못에서 공생을 할 수 있을까? 대나무가 되기 위한 죽순도 최소 4년은 땅아래서 숨을 죽이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말 많은 세상에 탈이 많다지만 그 탈들을 잘 소화시킨다면 무탈하고 안녕한 '날마다 새로운 날'이 될 수도 있다. 숨을 죽이고 인내할수록 희망의 풍선은 커지는 것을 실감한다.

 

붓을 잡는 것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3년은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야만 본인이 원하는 개성에 날개를 달 수 있는 필력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강 흐름에 꾸준히 헤엄치지 못하고 여기 저기 무료라고 해서 여러 군데를 떠돌면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마음들이 안타깝다. 

 

보통 붓을 잡을 때 줄긋기 하는 바둑판을 보통 사람은 1-3일 정도 하는데 내 경우는 무려 1달 가까이 했다.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아무도 그만해라고 말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혼자 한 것이었다. 뒤에 출장을 다녀온 선생님이 왜 아직 줄긋기만 하느냐고 해서 당황하긴 했지만 가로 세로 기본 줄긋기를 오래 한 덕택에 운필력이 좋아서 진도 나가는 데 큰 애로가 없었다.

 

어느 조직이든간에 새내기들의 이직율은 높지만 특히 사회복지사들의 이직율은 높다.

10여 년간 함께 걸어가고 있는 전국조직 안에서의 사회복지사와 상담원들의 이직율을 낮추고 연대조직과 기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국 지부 및 부설기관인 상담소와 각 센터의 신입 1-2년 차의 신활력소의 워크숍을 했다.

 

둘째날 아침에  기러기 리더십의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모듬토론을 유도하면 조직안에서의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진단하는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V 자 편대형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들의 리더는 맨 앞에서 온갖 세찬 바람을 맞으며 비행하다가, 풍향조절 능력과 바람의 세찬바람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면 맨 끝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의 리더는 한 번 조직을 대표하는 리더면 영원한 리더처럼 좀체로 내려오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서 짱으로 있었다면, 저기도 짱으로  대접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정말로 진정한 시대의 리더를 찾기가 어렵다.

 

NGO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미리 목표를 정하고 작심을 해서 조직의 일원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NGO에서 일하게 된 동기는 우연히 또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계기가 된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았다. 초심의 순수한 마음으로 들어간 조직안에서 생각지도 않은 소통의 문제에 부딪친 의견들도 더러 나왔다.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리더가 있어요!"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말을 싹둑 잘라버려요! 그러면 무안해서 다시는 의견을 개진하고 싶은 생각이 안나요!"

"나는 여러가지 의견을 말했는데 자기에게 필요한 그 대목만 골라 들어갖고 계속 써먹어요, 내가 말한 중요한 의도는 전해지지 않고 사족인 한 마디를 갖고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자기에게 이롭게 써먹어서 정말 어이없었어요!"

 

이런 의견들이 다양하게 나왔지만 나는 반문했다.

 

"그러면 본인들은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아무도 그렇다는 대답을 못했다.

 

되살펴보면 우리들은 모두 오십 보 백 보이다. 좋은 것들은 쉽게 모래처럼 날려버리고 안 좋은 것은 돌처럼 가슴에 새기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다.

 

갈등관리와 소통의 핵심은 내 의견을 상대에게 먹혀 들게 하는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 있었다. 

 

NGO 뿐만 아니라 리더는 레벨이 특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타고난 리더라고 여기는 짱리더들은 그래도 괜찮다. 얼굴짱리더와 경력짱리더는 단체의 간판이 되기도 하고, 경제력 짱리더는 단체의 운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대포식의 깡리더는 조직과 일심동체나 또는 조직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영달을 위해 조직을 움직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듣는다고 해도 오직 자신에게 유용하다 싶은 항목만 골라 써먹는다. 정치가들이 하듯이….

 

진정한 리더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말을 많이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좋은 말을 하게끔 유도하고, 하고 싶은 말을 앙금없이 하게 속을 풀어준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리더가 스스로에 관해서 입을 닫고 있어도 그 리더를 홍보해준다.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게 마음대로 잘 안되는 새내기들의 안타까움을 피부로 전해듣고 오니 새삼 10년 전의 나의 새내기였던 모습이 떠 오르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중간에 남의 말을 자른 적은 별로 없지만, 남이 말하는 것보다 내가 먼저 말을 많이 하려고 했던 적이 참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도 여전히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거나, 알고 싶은데 내용을 알지 못하면 답답증이 생긴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도 않고 살아있는 한 시때 없이 바람처럼 스며드는 모양이다.

 

최근 정부가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 대한늬우스가 영화관에서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홍보물로 상영되고, 공영방송의 시작과 뒤에 애국가가 흘러나온다. 말을 하지 않아도 무엇이 나라에 필요한 것인지 우리들은 자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못하고, 믿기 어려운 말을 많이 하는  리더 아닌 리더들이 늘어나고 있다 .

 

서로 잘났다고 먼저 리더들을 밀쳐내고 스스로 머리가 된 리더가 많다. 하지만 그런 머리역할보다는 중심방향을 잡아주는 꼬리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이다. 너도 나도 리더라고 떠들고 말을 많이 하는 이 즈음에 몸이 좀 고단하더라도 꼬리가 되어서 힘을 비축하는 지혜로 살아내서 희망을 살려가면 좋겠다.

2009.07.07 14:05 ⓒ 2009 OhmyNews
#제 자리지키기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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