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봉하마을에 또 다녀왔습니다

등록 2009.07.11 14:38수정 2009.07.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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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저의 마음도 정리할 겸 제가 그 곳에서 반나절의 짧은 시간동안  겪었던 여러 사색의 조각들을 이 자리에서 모아볼까 합니다.

 

저는 봉하 마을에서 행사가 9시부터 진행된다는 말을 듣고 이른 새벽 3시에 광주광역시에서 출발하였습니다. 5월 24일 방문할 때에는 지인들과 함께 무거운 마음으로 인사를 드렸으나 49일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한 결과 차분하게 저의 걸음걸음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노란 티셔츠를 입고 아스팔트를 걸었습니다.

 

저는 지난 시절 그 어느 누구보다 열렬하게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였습니다.

 

왜 사학법과 국가보안법을 강력하게 없애지 않았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상처받고 멍들어 간 일인데 왜 타협하는가.

 

기업화되어버린 사립대들과 각종 재단들의 이해관계에 얽힌 욕망들을 보며 눈 감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념 갈등에 도구적으로 이용되어 정책적 입안자들에게 정치적 표몰이 용으로 사용되는 국가 보안법을 그대로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투기화 되어버린 부동산 법을 왜 부실 생각은 안하는가. 왜 제도권 안에서 수정하며 그대로 두는가.

 

왜 개인의 양심에 비추어서 신사답고 예의바르게 정치를 하는가.

 

권력화된 언론세력들의 흔들기와 죽이기에도 그만큼 당했으면 화를 내야 하지 않는가.

 

왜 시간이 갈수록 친재벌화 정책과 제도들과 그들의 색깔을 닮아가는가.

 

이런 그 모든 비판의 글들에 대해서 후회는 없습니다.

 

전 제가 항상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분들이 고통스러웠고 현재도 고통스러운 이러한 일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흘러가는 게 분하기만 합니다.

 

저는 이런 제 과거를 둘러보며 그 분을 타박할 때에 조중동과 한나라당과 극렬하게 싸우지 못한 제 자신이 죄스러웠습니다.

 

돈이 없는 난, 권력이 없는 난, 내 앞에 머리 숙일줄 아는 힘 있는 분에게 온갖 투정과 칭얼거림을 다했던 겁니다. 내가 했던 말들과 비판들을 엄정하게 행동하며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조중동과 삼성과 거대 자본과 싸워야 했던 일들이 병행되어야만 했거늘 전 그러지 못했습니다.

 

단지 그분이 이날의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모든 잘못이 그분에게서 파생된 듯이 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체 시간들을 보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 죄송합니다.

 

마을 입구에서 부터 걸려있는 노란 풍선들을 바라봅니다.

 

그 풍선하나하나에 실린 마음과 그 분들의 소망과 희망과 정성을 봅니다.

 

그리고

 

아픔이 느껴집니다.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풍선이 사람이 아니거늘 그들의 흔들거림이 저에겐 풍선들이 너무나도 슬퍼 울먹이는 것만 같습니다.

 

정리중인 무대를 바라봅니다.

 

많은 분들이 리허설을 준비중이셨고 맑은 하늘과 따가운 햇살에도 다들 버티십니다.

 

힘들어 하는 모습들이 덕지덕지 보이는 데도 그분들은 어떤 의무감과 사명감을 지닌 것 같습니다.

 

그러한 마음이 보이는 저 또한 그러하겠지요.

 

액자에 실린 그분과 눈을 마주칩니다.

 

제 눈이 아파옵니다.

 

우리 대통령님아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그들과의 사이에 타협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이해의 정도를 넘지 않았습니까.

 

부디 이러한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전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 합니다.

 

이렇게 되뇌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정토원에 있는 그분에게도 인사를 드리러 갑니다.

 

정토원을 오르며 산길계단을 바라봅니다.

 

내 하나의 걸음과 그분의 흔적과

 

내 둘의 걸음과 그분의 마디와

 

내 발에 걸리는 망울져가는 여러 시간들을 말이죠.

 

이제 우리들은 그 분을 역사속으로 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분은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비석하나를 남겨주셨습니다.

 

그 하나의 비석에 실린 무게와 그 하나의 이름에 실린 신념과 그 하나의 조각에 걸린 마음을 봅니다.

 

같은 푸르른 하늘을 함께 바라보며 같은 꿈을 꾸었던 전남 광주의 청년이 마음바쳐 존경하던 어르신께 사죄드립니다.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2009.07.11 14:38 ⓒ 2009 OhmyNews
#봉하 #노무현 #추모제 #우리 대통령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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