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여성이야말로 진정한 '내조의 여왕'이다?

교회와 가정, 사회 모두를 책임지는 슈퍼우먼의 삶 요구받아

등록 2009.07.12 09:59수정 2009.07.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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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복신앙의 영향으로 물신주의·성장주의에 빠진 한국교회

한국종교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가장 문제로 지적하는 것이 기복신앙이다. 물신주의·성장주의·성직자들의 부정과 비리 등도 지적되고 있지만 그러한 문제들의 바탕에는 기복주의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샤머니즘의 영향을 받은 한국교회는 그 정도와 폐해가 심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복신앙에서 추구하는 복(福)은 일반적으로 평안과 만족 그에 따르는 기쁨의 상태를 말한다. 변화무쌍한 인생사에서 예측가능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려는 인간의 갈망이 복이라는 개념으로 형상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복신앙은 일반적으로 자연숭배·조상숭배·샤머니즘 등의 형태를 띤 민간신앙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신앙행위는 유교·불교·도교 등의 고등종교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일상생활 속에 깊이 침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새해가 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종교와 상관없이 주위 사람들과 '복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나누는 것이 상례화 되어 있다. 종교적으로 불교는 삼재팔고(三災八苦)라는 인생의 환난에서 벗어나고자 기복관념을 지니고 있으며 유교에서도 오복(五福)이나 삼복(三福)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공통적인 기복 행위로서 작게는 액막이·축귀의식·부적 등이 있고 적극적으로는 각종 제사나 굿 등을 하기도 한다.

민간의 기복행위로는 집에 사는 여러 신을 모시는 각종 의식이 있었다. 집에는 다양한 신격들이 있어 이들이 집안의 여기저기를 도맡아 보살펴준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명절이 되거나 별식이 생기면 그들에게 바쳤고, 정초의 안택이나 가을 상달고사 때는 이들에게 고사를 지냈다. 이들 신이 보살펴주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이 복을 받고 편히 살며 집안의 대소사가 평안하다고 믿었던 것이었다.

또한 의식주생활을 통해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식생활의 경우 명절의 음식에 잘 나타났다. 설날에는 새로운 정신과 몸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하여 복을 빌며 차례도 지내고 세배를 하는데, 이때 반드시 떡국을 먹어야만 복을 받는다고 믿었다. 또 다른 기복의 행위는 간지(干支)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간지는 알다시피 10간과 12지를 서로 조합하여 만든 60개의 순서를 통해 우주만물을 주역의 이치에 따라 배열한 것이다.

이는 결혼·장례·이사 등 특정 날짜를 잡는 일에 이르기까지 민간생활과 아주 밀접한 것이었다. 특히 사람의 생년·월·일·시의 간지를 사주(四柱)라고 하는데, 사주가 그 사람의 운명을 미리 결정한다는 속신의 발생과 함께 혼인의 택일, 남녀의 궁합을 정하거나 흉일을 피하는 비방으로 이용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길흉사를 결정하는 각종 재난을 미리 예언하여 이를 피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기복행위는 제액(除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세시풍속에 따라 정기적으로 행해졌다. 조선 후기의 혼란한 사회상황에서 복에 대한 갈망은 각종 개벽신앙을 가진 신종교 발생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또한 기독교와 같은 외래종교가 유입되더라도 민간에서는 이를 기복적인 성격으로 변형시켜 흡수했다.

근세에 들어온 기독교도 민족 전통 속에 깊이 뿌리내린 기복신앙을 적극 수용했다. 한국교회의 기복주의 경향은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거리에서 포스터나 현수막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부흥회다. 부흥회가 문제가 되는 것은 행사 집행자가 교인들을 상대로 과도하게 감정적으로 몰입시키며 마치 일종의 굿판 같은 형식으로 진행하는 데 있다.

우리가 알다시피 굿판이 참여자들이 가진 잠재된 불안과 불만을 정화시키는 작용을 하지만  이것이 불순한 목적으로 발전될 때는 종교의 순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대개의 부흥회는 교회 건축, 목사와 신도간의 갈등 해소-목사 편에서 해결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등 교회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목회자들의 필요에 의해 열린다.

부흥회 외에 교회 구성원들의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기도회도 주요한 기복행사라고 할 수 있다. '대학입시를 위한 특별기도회'의 경우는 최고인기품목으로 해마다 입시 철이 되면 교회들은 학부모들의 통성 기도소리로 가득찬다. 이 기간동안 교회는 많은 헌금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헌금이 더 많은 물질적 보상을 받기 위한 투자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교회여성, 권리는 없고 희생만 강요받는 내조의 여왕으로 전락

이러한 기복행위의 주인공들은 교회 구성원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들이다. 교회여성들은 가부장적 질서의 희생자로서 교회에 자신들의 삶을 맡기다시피 한다.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가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고 주중에는 성경 공부 또는 교회청소를 하고, 수요일 저녁예배, 금요일 속회(소모임), 금요 철야기도회에 참석한다. 때때로 심방(교인 가정방문)에 동행하고, 일요일에는 성가대 아니면 교인 점심식사 준비로 예배도 제때에 참석 못하기도 한다. 점심시간 끝난 후에는 오후 성경공부에 참석하고 저녁식사까지 한 후 고단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교회 여성들은 가사노동의 연장선상에서 교회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지만 교회운영과 주요직책에서 배제된다. 권리는 없이 자신의 역할에 대한 어떠한 문제 제기도 없이 맹종에 가깝게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일상에서는 부지런히 일해 안락한 가정을 꾸미고, 지쳐서 들어오는 가족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며,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또 남편을 잘 내조해 사회적으로 출세시키는 등 완벽한 가정책임자가 되는 것이 자신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또 세력가 부인들과 접촉하여 연줄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부동산 정보는 물론 주식투자도 잘해 여유 돈도 잘 굴리는 등 재산 증식 기술까지 섭렵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남편에게 잘 복종하고 순종하지만 밖에서는 똑똑한 사람이 되어서 야무지고 확실하게 상대편을 이기는 당찬 여성이기를 원하는 것이다. 전통적 유교적 여성상과 여성의 역할을 이상화하면서 그것에 고정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슈퍼우먼으로 가정과 사회, 교회를 모두 책임지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방영된 바 있는 인기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렇게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물질 중심적 사고에 집착하게 된다. 원래 소비생활의 담당자로 먹고사는 문제를 주관하며 가족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물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탐욕적 태도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신앙적 형태가 노골화된 것이 '강남형 기복신앙'이다. 강남형 기복신앙은 서울 강남지역과 분당·평촌·일산·산본 등 신도시의 대형교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회 유력층 여성들이 추구하는 강남형 기복신앙은 즉 더 큰 아파트와 더 많은 자동차 소유, 더 강력한 정치·사회적 권력, 더 안락하고 건강한 노후 생활, 자녀들의 아이비리그 진학 등에 집중되어 있다. 즉 신의 힘을 빌려 교육, 문화를 통해 계급의 재생산, 또 다른 지배-피지배의 구조, 즉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자 한다. 기복주의의 한 변형인 자본주의적 물신주의가 종교 내에 새로운 힘으로 작용하면서 세속적 계급질서가 종교조직 안에까지 관철되면서 '돈이 호령하고 위세를 부리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강남형 기복신앙에 빠진 신자들은 명품회사들이 소비자들을 특정 브랜드에 대한 소비를 통해 계급과 계층 간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특화된 설교와 예배, 문화를 향유함으로서 다른 교회신자들과 구별된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그저 교회가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기분좋게 소비하는 것으로 신앙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행복한 노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헌금이 '천국보험'으로 실효성 있게 쓰이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하며 자신의 헌금이 풍성한 축복과 구원을 위한 투자금으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들이 낸 헌금의 1/10만이 하늘나라로 보내지고 나머지 9/10은 목회자들의 생활비나 그들 자녀의 유학비, 총회장 선거비 등 지극히 세속적인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교회여성들의 피와 땀이 감언이설로 무장한 목회자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새벽에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목사나 스님 등 어떤 매개체도 없이 직접 하늘에 기도했던 예전의 할머니들과 어머니들이야말로 현명하게 신앙생활 했던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넉넉한 마음으로 가족들은 물론 이웃까지 살필줄 알았던 그분들이야 말로 진정한 내조의 여왕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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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여성 #내조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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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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