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날엔 어김없는 빨래나라

[인천 골목길마실 53] 골목길 구석구석 빨래널이로 이룬 무지개빛

등록 2009.07.13 10:06수정 2009.07.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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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은 갰으나 햇볕이 맑고 밝게 드리우지는 않는 오늘 아침입니다. 집집마다 밀린 빨래를 했어도 집안에 널어 놓았을 테며, 보송보송 마르지 않아 다림질까지 해야 하리라 봅니다. 우리 집 기저귀 빨래도 보드라이 마르지 않았기에 다림질을 해야 하니까요.

 

 엊그제 억수같은 비가 그친 이듬날 골목마실을 하던 때, 온 골목은 집집마다 해바라기 하려고 내놓은 빨래로 무지개빛을 이루었습니다. 오늘 또한 해가 구름 사이로 살짝살짝 고개를 내밀려 한다면, 틀림없이 온 골목은 다시금 갖가지 빨래로 무지개빛을 이루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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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길에 내거는 집이면 으레 꽃그릇도 함께 내놓고 있기 마련입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빨래가 길바닥에 ‘빨래 그림자’를 새깁니다. ⓒ 최종규

빨래를 길에 내거는 집이면 으레 꽃그릇도 함께 내놓고 있기 마련입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빨래가 길바닥에 ‘빨래 그림자’를 새깁니다. ⓒ 최종규

 

 옥상마당이든 앞마당이든, 샛골목 좁은 틈바구니이든 자동차 지나가는 조금 넓은 골목길이든, 사람이 사는 어느 집이든 빨래를 내놓기 마련입니다. 바람에 펄럭이는 빨래를 올려다보며, 또는 눈높이에서 마주바라보며, 이 빨래를 마친 분들은 마음이 개운하고 홀가분할 테지, 하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아기 기저귀를 빨든 어른 두 식구 빨래를 끝내고 햇볕에 내다 널든, 그지없이 개운하고 홀가분하거든요.

 

 오늘도 어김없는 기저귀 빨래 신나게 하는 '아침 빨래 잔치'를 하고 나서 기지개를 켭니다. 그러고는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 이제 그만 나오렴. 김치국에 밥 말아 먹고 이제 그만 나오렴……" 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모쪼록 해가 살몃살몃 고개를 내미는 낮나절이 된다면, 아기를 안고 옆지기 손을 맞잡으며 오늘은 또다른 골목마실을 나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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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쪽 동네 텃밭하고 빨래가 싱그럽게 어우러집니다. ⓒ 최종규

골목 안쪽 동네 텃밭하고 빨래가 싱그럽게 어우러집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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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푸성귀와 꽃과 나무로 우거진 골목집 대문간 위쪽에는 걸레가 널립니다. 따로 ‘인천 금곡동 골목길’이라고 밝히지 않으면, 이곳은 여느 시골집이라고 느낄 만한 모습입니다. ⓒ 최종규

온갖 푸성귀와 꽃과 나무로 우거진 골목집 대문간 위쪽에는 걸레가 널립니다. 따로 ‘인천 금곡동 골목길’이라고 밝히지 않으면, 이곳은 여느 시골집이라고 느낄 만한 모습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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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앞에는 언제나 온갖 꽃과 푸성귀가 자라는데, 오늘은 빨랫대에 빨래 몇 점도 함께 선보입니다. ⓒ 최종규

구멍가게 앞에는 언제나 온갖 꽃과 푸성귀가 자라는데, 오늘은 빨랫대에 빨래 몇 점도 함께 선보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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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마다 집집 느낌과 빛깔이 다 다르게 배어듭니다. ⓒ 최종규

빨래마다 집집 느낌과 빛깔이 다 다르게 배어듭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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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거나 일찌감치 빨래를 마친 집은, 빨랫대가 텅 비고 빨래집게만 가득 있곤 합니다. ⓒ 최종규

바쁘거나 일찌감치 빨래를 마친 집은, 빨랫대가 텅 비고 빨래집게만 가득 있곤 합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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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느 골목길에서 하늘 모습을 함께 담는 사진을 찍어도 어김없이 아파트 한 자락이 끼어듭니다. ⓒ 최종규

이제는 어느 골목길에서 하늘 모습을 함께 담는 사진을 찍어도 어김없이 아파트 한 자락이 끼어듭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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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옥상마당에는 이불과 담요가 햇볕에 마르고, 동네 전봇대에는 오이넝쿨이 빙글빙글 타고 올라가고. ⓒ 최종규

빌라 옥상마당에는 이불과 담요가 햇볕에 마르고, 동네 전봇대에는 오이넝쿨이 빙글빙글 타고 올라가고.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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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 안쪽 집은 빨랫대 하나 가득 차도록 빨래를 널어 놓습니다. ⓒ 최종규

막다른 골목 안쪽 집은 빨랫대 하나 가득 차도록 빨래를 널어 놓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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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벽돌 울타리도 빨래 널기에 좋은 빨랫대 노릇을 합니다. ⓒ 최종규

붉은벽돌 울타리도 빨래 널기에 좋은 빨랫대 노릇을 합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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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쇠울타리 또한 좋은 빨랫대 구실을 하고요. ⓒ 최종규

주차장 쇠울타리 또한 좋은 빨랫대 구실을 하고요.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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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신도 마르고, 우산도 마르는 골목 안쪽 계단짬. ⓒ 최종규

끌신도 마르고, 우산도 마르는 골목 안쪽 계단짬.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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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골목 깊숙한 데에도 햇볕이 한 조각 들어옵니다. ⓒ 최종규

샛골목 깊숙한 데에도 햇볕이 한 조각 들어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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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샛골목 깊숙한 데에도 햇볕이 살며시 스며듭니다. 갖은 꽃그릇 가득한 이 샛골목에서 마르는 빨래는 꽃내음까지 함께 머금습니다. ⓒ 최종규

또다른 샛골목 깊숙한 데에도 햇볕이 살며시 스며듭니다. 갖은 꽃그릇 가득한 이 샛골목에서 마르는 빨래는 꽃내음까지 함께 머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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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고 없는 집 빈터는 골목집 텃밭이 되고,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에 줄을 이어 빨래를 널어 말립니다. ⓒ 최종규

헐리고 없는 집 빈터는 골목집 텃밭이 되고,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에 줄을 이어 빨래를 널어 말립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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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지도 수건도 이불도 모두, 고추포기 꽃그릇과 함께 골목빛을 새롭게 이루어 놓습니다. ⓒ 최종규

옷가지도 수건도 이불도 모두, 고추포기 꽃그릇과 함께 골목빛을 새롭게 이루어 놓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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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마르는 빨래는 햇볕을 받아먹으며 햇볕 기운을 듬뿍 담아냅니다. ⓒ 최종규

햇볕에 마르는 빨래는 햇볕을 받아먹으며 햇볕 기운을 듬뿍 담아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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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그림자 밑에 한동안 쭈그려앉아 빨래를 나부끼게 하는 바람을 쐬었습니다. ⓒ 최종규

빨래 그림자 밑에 한동안 쭈그려앉아 빨래를 나부끼게 하는 바람을 쐬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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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들어서지 못하는 골목 안쪽에는 수많은 꽃그릇, 빨래, 그리고 골목이웃들. ⓒ 최종규

자동차 들어서지 못하는 골목 안쪽에는 수많은 꽃그릇, 빨래, 그리고 골목이웃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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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가 마르는 우리 집 빨래 둘레로는, 주인집 할배가 심어 키우는 토마토가 좋은 냄새를 나누어 줍니다. ⓒ 최종규

기저귀가 마르는 우리 집 빨래 둘레로는, 주인집 할배가 심어 키우는 토마토가 좋은 냄새를 나누어 줍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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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집 빨래는 여름에도 겨울에도 …… ⓒ 최종규

골목집 빨래는 여름에도 겨울에도 ……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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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봄과 가을에도 언제나 싱그럽고 고와, 꼭 땅에 내린 무지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합니다. 우리 식구 사는 골목집 2층에 내걸린 기저귀 빨래를 이웃집이 올려다보며 ‘이 집에는 아기가 있구만’ 하고 생각하고, 이웃집 무지개빛 빨래를 바라다보며 ‘이 집 아줌마 아저씨는 이런 옷을 곱게 차려입으시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 최종규

그리고 봄과 가을에도 언제나 싱그럽고 고와, 꼭 땅에 내린 무지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합니다. 우리 식구 사는 골목집 2층에 내걸린 기저귀 빨래를 이웃집이 올려다보며 ‘이 집에는 아기가 있구만’ 하고 생각하고, 이웃집 무지개빛 빨래를 바라다보며 ‘이 집 아줌마 아저씨는 이런 옷을 곱게 차려입으시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07.13 10:06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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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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