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감싸다 검찰 불신 키운 '추한 의원들'

[取중眞담] 한나라당 검사출신 의원들의 '개념없는 인사청문회'

등록 2009.07.14 17:36수정 2009.07.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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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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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을 유선호 위원장에게 전달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을 유선호 위원장에게 전달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Charity begins at home'이란 외국속담이 있다. 직역하면 '자선은 집에서부터 시작하라'다. '집안에 불쌍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부터 먼저 돕자'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우리나라 속담으로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가 있다. 이 속담은 보통 '가까운 사람한테 정이 더 간다'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하지만 이 속담에는 또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가까운 사람을 잘 밀어준다'는 뜻이 그것이다.

 

어제(13일) 열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그 속담의 파생적 의미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한성 "대학과 사시 동기생이 검찰총장된 것 자랑스럽다"

 

대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은 방어하고(수비수), 야당은 공격하기(공격수) 마련이다. 야당의 공격에 맞서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직자들을 감싸거나 옹호한다. 하지만 '의혹 백화점'으로 불리는 천성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그런 관행마저 넘어선 느낌이다. 

 

이날 '방어하는 여당'의 절정은 검사 출신 의원이 연출했다. 이들의 발언은 이들이 법을 다루었던 율사출신이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먼저 주성영 의원(대구 동갑)의 '비행기 태우기형'이다. 대구고검 부장검사로 검사생활을 마친 주 의원은 천 후보자의 재산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이렇게 말했다.

 

"검사라는 공직 24년을 마치고 14, 15억원의 재산은 보기 드물게 청렴하게 살아왔다고 판단하고 싶다. 아파트 한 채가 문제 아닌가. 나머지는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다."

 

'의혹 감싸기'까지 가미된 이런 정도의 '비행기 태우기'라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발언이 가능했을까? 주 의원의 재산은 45억8495원이고, 그 역시 공안통인 천 후보자처럼 전주지검 공안부와 서울지검 공안1부에서 공안검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역시 팔은 안으로 굽고 가재는 게편이다. 

 

다음으로 이한성 의원(경북 문경·예천)의 '노골적인 친분과시형'이다. 각종 의혹 제기로 인해 당황하던 천 후보자에게 이 의원의 발언은 순간적으로 위안이 됐을지 모른다.   

 

"대학교 동기생에 사법시험 동기생이 검찰총장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주 훌륭한 분이 내정됐다."

 

노골적인 친분과시를 넘어 전형적인 패거리주의다. 천 후보자와 이 의원은 서울대 법대와 사법시험 22회 동기다. 이 의원은 대검 중앙수사부 3과장과 서울지검 형사8부장, 서울고검 차장 검사 등을 지냈다.

 

장윤석 "부모와 함께 살려는 것 매우 권장할 만한 일"

 

'엉뚱하게 칭찬하기형'도 있다. 또다른 검사 출신인 장윤석 의원(경북 영주)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 장 의원은 "친척에게 돈을 빌려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 뭔가 큰 일처럼 되었다"며 "핵가족시대에 천 후보자가 부모와 함께 살려고 하는 것은 우리 시대에 매우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천 후보자를 적극 옹호했다. 

 

엉뚱해도 너무 엉뚱하다. 물론 부모와 함께 살려고 하는 천 후보자의 뜻이야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살기 위해 15억원씩이나 빌려서 28억원대 아파트를 사야 했을까?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장 의원은 천 후보자의 서울대 법대와 검찰 후배다. 그는 창원지검장과 법무부 감찰국장 등을 지냈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

 

또한 주광덕 의원(경기도 구리)은 '무조건 의혹 감싸기형'에 해당한다. 서울 동부지검과 의정부지검 검사를 지낸 주 의원은 천 후보자의 아파트 구입 차용증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후보가 법률전문가 베테랑 수사 전문가인데, 만일 의혹이 있는 금융거래라면 오히려 증거자료를 충분히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데, 저희가 보기에도 차용증 등이 허술하게 보인다. 거꾸로 생각하면 이만큼 의혹이 없음을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마치 차용증을 제대로 조작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법을 다루는 율사출신으로서는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주 의원은 한때 새천년민주당 법률구조단 부단장을 지냈고, 심지어 지난 17대 총선 때에는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철새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혹시 그가 한나라당 의원이 아니라 민주당 의원으로 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여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그나마 검사들의 체면을 살린 여당 의원은 박민식 의원(북산 북강서갑)이었다. 외무고시와 사법시험을 연달아 합격하고 서울지검 특수1부 수석검사를 지낸 박 의원은 천 후보자를 향해 "검찰총장이 재산관계에서 꺼림칙한 것이 있는 것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소신 발언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검사출신 여당 의원들의 '개념없는 천성관 방어'는 결국 검찰의 불신만 키울 뿐이다. '추한 한국인'(ugly korean)이 한국의 이미지를 망치는 것처럼 말이다.

2009.07.14 17:36 ⓒ 2009 OhmyNews
#천성관 #주성영 #이한성 #장윤석 #박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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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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